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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88회 산행)

북한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88회 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길음역 - 서경대 뒤 - 갈림길에서 정릉 또는 칼바위능선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6. 6. 26.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전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詩가 있는 여름

 

슬픔의 실체 / 이승하

 

화장터에 가서

 

뼈 몇 줌으로 바뀌어 나온 자식을 강물에 뿌리는 일은

 

크나큰 슬픔이다

 

정신병원에 가서

 

환자복 입고 희게 웃는 누이동생을 보는 일은

 

기나긴 슬픔이다

 

내 삶의 원천이며

 

원동력인 슬픔이여

 

너에게 사로잡혀 울게 하지 마라

 

남의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고개 숙이고

 

몸 더욱 낮추어야 하리니

 

사랑은 나를 끊임없이 구속했으나

 

미움은 이날 이때껏 나를 키웠다

 

막막한 슬픔이 나를 일으켜 세우곤 했다

 

미움과 슬픔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울음으로 풀어버리지 않으리

 

어금니 꽉 깨물고 응시하리

 

기나긴 미움

 

크나큰 슬픔의 실체를

 

 

 

슬픔을 경유하지 않고 존재의 바닥에 이를 수 없다. “지혜자의 마음은 애통해 하는 집에 있으되 우매한 자의 마음은 쾌락의 집에 있다.”(전도서) 슬픔은 타자의 아픔에 ‘나’를 겹쳐놓는 일이다. 슬픔을 “응시”할 때, ‘나’는 타자에게로 건너가 타자와 하나가 된다. 그리하여 슬픔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기나긴 미움”은 “막막한 슬픔” 앞에 무력하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2.산행기

 

 

3.오르는 산

 

하지가 지나 덥지만 북한산으로 정한다. 북한산은 산행코스가 많지만 물이 귀한 것이 흠이다. 우리는 길음역에서 서경대 뒤로 올라 갈림길에서 화계사와 정릉 방향 중 선택해야 한다. 염 총장은 형제봉 또는 칼바위능선까지 가고 싶은지 슬그머니 코스를 올렸다. 아마 뒤풀이 메뉴가 중요할 것 같다. 정릉으로 내려가면 파전이 좋고 칼바위능선으로 내려가면 굴찜은 철이 지나서 10월까지 기다려야 하나, 대신 모둠조개찜과 생굴이 관찮다. 장마철이지만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다. 친구는 옆에만 있어도 고마운 사람, 애인은 멀리 있어도 고마운 사람, 배우자는 옆에 있어야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던가.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때다. 아메리카 인디안 앨콘퀸 족은 6월을 ‘옥수수 밭에 흙 돋우는 달’이라 했다. 우리도 여름 열심히 산에 올라 건강을 챙기면 가을에는 더욱 건강해질 것임을 믿는다.

 

 

4.동반시

 

약수동 중구구립도서관 시 창작 교실에서 내준 시제 ‘신발’을 주제로 쓴 시다. 일주일에 한 번 시제를 내주니 자연스럽게 한 편을 쓰게 된다. 동반시르 고르다가 쉽지 않아 내 시를 동반한다. 행여 부족함이 있으면 따뜻한 질타를 마다하지 않겠다. 화순을 지나치게 될 때마다 중종과 간신들이 일으킨 기묘사화의 희생자 정암 조광조 선생을 떠올린다. 진보의 개혁은 항상 어렵게 진행하나 결코 멈출 수 없다.

 

 

정암 조광조의 귀양길 / 도봉별곡

 

 

군자와 소인배가 다툰 끝

 

도(道)는 한낱 공염불에 그치고

 

진보를 꿈꾸었다

 

보수에 꺾인 귀양길, 남도 천리 화순길

 

 

엄동에

 

짚신에 깔 신갈나무조차 없어도

 

명분은 무거웠으나 발걸음은 가벼웠다

 

운주사 와불 앞에 선 기개 적벽까지 울렸으나

 

기묘명현(己卯名賢)들 지켜주지 못한

 

혼군(昏君) 향한 분노 하늘을 뚫는다

 

 

 

 

마침내

 

까마귀떼

 

하늬바람 타고 서쪽 하늘로 날아가는 저녁 어스름

 

부자 끓인 약사발 들이켜고

 

뜨거운 방안으로 들어가며

 

남긴

 

미투리 한 켤레

 

 

2016. 6. 24.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