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이기적인 인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 신의 진화 / 도봉별곡
옛날에 한 성자가 나타나
사람 하나에 마음 여덟 가지가 있는데
일곱 번째 성격이 지극히 이기적인 인식의 작용이라 일러줬다
인간도 처음에는 자연의 신, 그 중에
바람의 신을 가장 숭배했다
바람의 신은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고
비를 가져다주는 구름을 움직이는 신이었다
여섯 신 중에 가장 숭배를 받았으며
바람의 신을 숭배할 때는 모두 평화롭게 살았다
그러다 기근이 들었다
처음에는 나눠먹었다
그러나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유전자가 이기적이니
인간은 이기적 욕심 앞에 속수무책으로 싸움에 전념했다
성자는 일곱 번째 이기심을 달랬다
그때는 여섯 신 중에 가장 낮은 자리에 앉은 전쟁의 신이 나섰다
왜냐하면
먹는 게 부족했던 시절이라 싸움에 지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남자는 모두 죽이고 여자는 살려주었다
여자는 생산과 출산을 책임지던 경제적인 재산이었다
노예로 남는 것은 차라리 행운에 속했다
다른 신들도 어쩌지 못했다
지금은 전쟁의 신을
신 중의 신이라 하며 야훼라 부른다
성자는 이기심이 인간의 생존을 유지시켜주는 유전자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기심을 없애는 것을 포기했다
*제2시집 <시인의 농담>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