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풍등風燈 / 도봉별곡

풍등風燈 / 도봉별곡

 

 

 

눈물같이 어두운 하늘로 등 띄울 때

다짐 하나

이별을 아파함은 그간의 사랑이 허풍이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동해의 물고기가 된 그

이 풍등 편서풍에 실린 별이 되어

그와 마주 볼 수 있다면

시린 겨울하늘에 별똥별로 산화하리

다짐 둘

아무리 사랑이 눈부시게 다시 온들

그는 붓다의 얼굴 닮은 달이 되어

구도의 대상으로 변해도 아깝지 않으리

다짐 셋

사랑은 강원도 시골, 봉평의 오일장처럼 때맞춰 찾아오는 것이 아니므로

한여름 소낙비처럼 너도 모르게 쏟아져도

은근하게 둥근 바람으로만 오는, 맞아도 아프지 않은

사랑만 맞으리

 

사랑의 다른 이름을 이기심이라 한다면

사랑의 질량불변의 법칙을 기억하며

먼 훗날 생각이 나더라도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믿고 착각하지 마라

 

이기심이 배신의 다른 모습이라 해도

배신을 미워하지 마라

열정의 유효기간은 절대로 세상이 없어졌다 다시 만들어진다 해도

36개월을 넘지 않으리

 

*제2시집 <시인의 농담>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