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始山祭(詩山會 제304회 산행)
산 : 도봉산(740미터)
코스 : 도봉산역 - 행사장(광륜사 뒤 운동장) - 굴찜집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7. 2. 25. (토) 9시
모이는 곳 : 전철 1. 7호선 도봉산역 또는 광륜사 뒤 행사장(9시 30분 시작)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한천옥(010-4324-6698)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산행
질문의 책-3 / 파블로 네루다(1904~73)
말해다오, 장미는 알몸인 건지
아니면 그게 하나뿐인 옷인 건지?
나무들은 왜 그 장엄한 뿌리를
감추고 있을까?
죄지은 자동차의 회한은
누가 들어줄까?
빗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기차보다
더 슬픈 게 세상에 있을까?
뿌리의 장엄한 세계를 동시에 보는 눈, 비를 맞고 서 있는 기차의 슬픔을 알아보는 감각, 동서를 막론하고 시인의 일이란 그 부근에 있을 것이다. 네루다는 로르카의 죽음과 스페인 내전이 자신의 시를 현실과 역사에 눈뜨게 했다고 쓴 바 있다. 그리고 피노체트 쿠데타와 아옌데, 빅토르 하라의 죽음 며칠 뒤 그도 죽었다. 천진무구의 동요이자 선가의 공안이라 해도 좋을 이 짧은 물음의 시 74편이 유고로 남겨졌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로르카가 '철학보다 죽음에 더 가깝고, 잉크보다 피에 더 가까운' 신비한 목소리라고 극찬했던 네루다의 문학은 남미 현대사의 빈곤과 고난 속에서 솟아난 깊고 뜨거운 꽃이다. 시인 이육사와 동갑이었다는 것도 참고함 직하다. 사나운 시대의 가혹한 짐을 져야 했던 이들이다.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선문답 같은 시임을 눈치채고 고른 시인의 시평을 읽어보니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졌다. 시모임에서 나온 우스개 같은 이야기 중 하나다.
-도봉 선생님은 왜 돈이 안 되는 것만 하세요?
-무슨 말씀입니까?
-시와 철학 그리고 명상만 하시지 않나요.
-.......맞네요. 이제 돈이 필요가 없나 보네요.
나이탓일까! 박물관이 좋고 미술관이 좋아졌으며, 거기서 시적 주제와 소재, 아이디어를 얻어진다. 돈을 내는 곳은 싫어서 가지 않는다. 남산 국궁장에 가고 싶으나 현재는 40파운드의 활줄을 당길 힘은 없다. 초보들이 당기는 18파운드도 어림 없을 것이다. 동대문도서관에 가면 맹자에 대하여 강의를 하는데 돈을 받는 사람이나 돈을 내고 강의를 받는 사람이나 잘못한 것으로 본다. 그것은 지혜로운 맹자에 대한 지식을 파는 것이다. 심학, 즉 마음의 지혜를 가리키는 양명학 강의 같은 것도 같다. 내가 잘 아는 부분에 대한 강의를 한다면 재능기부 형식으로 할 것이다. 사람을 별로 좋아하거나 존경하지 않는 내가 존경하는 분 중에 이대 교수였던 김흥호 목사님의 한 달 용돈이 탑골공원 근처에서 깎는 이발값 3,000원뿐이었다니 귀를 즐겁게 하는 일이다. 그분은 강의 외에 교양강좌를 할 때 절대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돌아가셨으니 안타깝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303회 봉산 산행기 / 이경식
1.일 시 : 2017,2.12(일) 10:30-13:30
2.참 석 : 21명(2명 뒤풀이 포함)
(조영훈, 이윤상, 나양주, 염재홍, 정한, 이경식, 김일화, 임삼환, 정동준, 조문형, 신상수, 한천옥, 이재웅, 위윤환, 한양기, 이승렬, 김재일, 김종화, 고갑무, *나창수 *임용복)* 표는 뒤풀이 참석
3.산행코스 : 미디어디지털시티역 5번 출구-DMC청구아파트 뒤 들머리-봉산정-수국사-불광동 은하식당
4.동반시 : 선암사 / 정호승
5,뒤풀이 : 불광동 은하식당
오늘의 코스는 서울 서북쪽 경기도 고양과 경계선인 209미터의 봉산트레킹이다. 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서 봉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나에겐 30대 초반의 추억이 많은 곳이다.
처가 은평구 상신초교에 교사로 재직할 때 증산동에 살며 애들과 함께 봉산약수터를 들락거렸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엄마 아빠를 안 떨어지려
고 울어대던 큰애가 벌써 손녀를 낳았다.
벌써 30년 전인가? 틈만 나면 세월 빠르다는데 딱 맞는 말이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5번 출구 개찰구를 나오면서 이데아커피솝 앞을 보니 중년의 사내들이 북적거린다.
오늘 참석 예정 인원이 20명이던가? 날이 갈수록 사람이 많아진다.
10여 년 전 초창기에는 7-8명 정도가 나오더니 몇 년 전부터는 12-3명 정도가 나왔다. 최근에는 15명을 넘나들더니 오늘은 역대 최고의 인원이 참석했다.
더군다나 김재일, 신상수 두 친구가 처음으로 참석했다. 환영의 말과 함께 앞으로도 자주 참석해주기를 기대한다.
벌써 303회 산행에 이르니 창설멤버로서 감회가 새롭다.
지난 12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산행을 이어왔다. 오늘이 있기까지는 비록 서로가 오랜 친구이고 또한 동기 이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성숙한 인품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500회 1000회까지….
입춘을 지난 추위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산행하기에는 딱 좋은 날이다.
약간 싸늘하지만 햇볕이 너무 좋다.
가자 봉산숲길로……
사실 2주 전에 인터넷을 보고 들머리길을 사전답사 했었다.
그러나 수색 재개발지역 산동네 무허가 골목길이 너무 지저분해서 새로운 들머리길을 혼자서 찾았다.
자신 있게 앞장서서 들머리길로 안내했다. 천주교 수색성당 옆을 지나 청구아파트 옆길로 들어섰다. 선두에 서서 뒤를 돌아보니 1개 소대병력이 올라오는 것 같다.
수가 많으니 뿌듯하다.
때때로 빙판이 흙에 가려 보이진 않아서 미끄럽기는 했으나 완만해서 노년(?)의 트레킹코스로는 안성마춤이다.
몸에 맞춰 산을 택하는지 날이 갈수록 동네 뒷산이나 주변 둘레길을 찾고 있는 우리모습에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길 따라 쭈욱 직진하니 군데군데 정자가 보였다. 산길은 평범했지만 웅장한 북한산을 바라보기에는 최고의 코스였다. 친구들이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어느덧 최고의 정상 봉산정에 도착했다. 팔각정과 봉화대가 있는데 전에는 군부대자리였다고 한다.
참석자 전원이 인증샷을 하고 은박지 돗자리에 둘러앉았다. 모두 빈손인줄 알았는데 여기저기서 적당한 양의 먹거리가 나왔다.
아쉽게도 술이 부족해서 막걸리 한 병과 홍주 한 병. 우리 시산회 등산 역사 중 최소의 술이다.
다른 친구들은 정성을 다하는데 나는 항상 과자부스러기로 먹거리를 대체한다. 탓하는 사람은 없어도 내심 부끄럽기도 하다.
40여분의 먹자타임이 끝나고 이제부터 내리막길이다.
황금사찰로 유명한 수국사를 향하여 빙판길을 조심조심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순금은 내부에 있는 불상만 순금이고 사찰외벽 황금색은 순금이 아니란다. 수국사를 둘러보고 찻길로 나왔다.
일부는 걸어서 불광동 은하식당으로 가고 일부는 버스를 타고 갔다.
걷는 사람이나 버스를 탄 사람이나 거의 같은 시각에 불광동에 도착했다.
창수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용복이 합류했다.
은하식당, 전라도 토종음식 전문이다.
우리 입맛에는 엄마의 손길을 느끼게 하는 구수하고 향수어린 음식이다.
경상도나 충청도 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20여명의 친구들이 지하식당에 쭉 들러 앉았다.
갑오징어회무침과 부글부글 가오리찌게다..
건배에 이어 오늘의 기자인 본인 이경식 기자가 선암사를 낭송했다
선암사 / 정호승(1950. 하동 산)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않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닌다
풀입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앞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여기 저기 웃음소리와 술잔이 주고 가며 즐거움도 깊어갔다.
짧디 짧은 늦겨울 햇살과 함께 오늘의 만남도 작별을 고했다.
2017.2.17. 이경식 씀
3.오르는 산
총산악회 시산제 행사를 치르는 날이다.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치르는 행사다. 총산악회장으로 21회 이재주 회장이 퇴임하고 22회 임형범 회장이 취임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가가운 사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인연을 맺는다. 그와 초기불교와 선불교 공부를 함께 했으니 보통의 인연은 아니다. 그는 포도주 수입상을로 일가를 이룬 사람이라 차에 항상 포도주를 가지고 다니지만 정작 본인은 술을 마시지 못한다. 그런 것을 묘한 아이러니라고 한다. 절차와 방식은 지난 해와 같다. 회장만 바뀌고 집행부는 그대로 유임했으니 각 기수 별로 코스를 정해 올라가면 되겠다. 출입 신청을 방문해서 해야 하니 내가 했지만 담당자가 빠뀌어서 조금 까다롭게 변했다. 제행무상. 항상 변하는 것이 세상이라.
뒤풀이 장소는 굴찜집으로 정하면 좋은데 요즘 굴에 대하여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집의 굴은 문제가 있는 통영굴이 아니라 여수굴이고 매일 올라오는 생물이라 문제가 전혀 없으니 잘 판단하시라. 나는 산에 오르지 못하니 뒤풀이하도 참석하고 싶으나 술도 마시지 못하는 형편이고 누군가 까줘야 먹는데 민폐가 되니 불참한다. 만약 그리로 간다면 1128번 버스를 타고 광산사거리에서 내리면 된다.
4.동반시
한 총장과 잠시 통화하면서 올해는 기자들이 동반시를 추천하니 반갑고 고마운 일이라 했다. 손가락이 아파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쉽지 않으니 동반시를 고르는 것도 내게는 큰일이 되고 말았다. 엄살을 붙이자면 두 손가락만으로 자판을 두드리니 나중에는 어깨까지 아파온다. 알고 보니 장애등급에 속한다니 운명이다. 그렇게 몸을 혹사하더니 고소하다는 사람도 있으나 여태 잘못한 것이 많으니 대꾸도 못한다. 이것을 불가에서는 업이라 하며 그 업을 지워가는 일이다. 이 시는 작은 정물화 같은 느낌이 드는 소품 같다. 그러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돌아가는 꽃 - 도종환(염재홍 기자 추천)
간밤 비에 꽃 피더니
그 봄 비에 꽃 지누나
그대로 인하여 온 것들은
다 그대로 인하여 돌아가리
그대 곁에 있는 것들은
언제나 잠시
아침 햇빛에 아름답던 것들
저녁 햇살로 그늘지리
2017. 2. 24.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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