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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봉산 능선 숲길(詩山會 제303회 산행)

봉산 능선 숲길(詩山會 제303회 산행)

산 : 봉산(209미터)

코스 : 디지털미디어시티역 - 정상 - 불광역 은하식당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7. 2. 12. (일) 10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5번 출구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한천옥(010-4324-6698)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산행

편지
- 천상병(1930~93)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 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마음 가난함이 어느 경지에 이르면 이런 빛깔을 지니게 될까. 고통과 미움을 넘어 자신에게 투명한 농담을 걸게도 될까. 그러나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는 설정부터 실은 우스개스럽지만 슬프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 년’이 간 것! 그러니 헛된 기대는 갖지 말라는 것. 잠시 배불러진 내가 그걸 잊고 행여 ‘시건방’을 떨까 봐 배고팠던 본래 나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다. ‘나의 직업은 가난’이라고 자부하며, 막걸리 한잔과 허다한 기행으로 자유로웠다고 알려진 사람. 그러나 동백림 사건(67년) 무렵의 기억을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셔츠같이 /당한 그날은”이라고 20년이 지나서야 내비치던 마음의 깊은 곳을 누가 다 알겠는가.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는 정호승의 싯귀를 보면 천상병 시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시인들이 술 마시는 영안실' 풍경에 천상병 시인이 떠오른다. 그가 서울 상대를 나와 은행원이라도 됐다면 이런 시를 썼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옛날처럼 주머니가 풍족했다면 시를 썼겠는가? 아니다. 시는 주머니를 비웠거나 주머니가 빈 자들이 달리 할 일이 없어 쓰는 손 쉬운 행위다. 그러나 머리로는 쉽지 않다. 집중 명상을 하다보면 뇌파의 흐름이 이상해져서 6개월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몸이 불편해 거동이 불편한 요즘, 머리는 잘 돌아가니 주제나 소재가 주어지면 시는 잘 써진다. 그러니 '인생사 또는 세상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302회 '무등산자락 다님길' 산행기<2017. 01.20(금)> / 김종화

▣ 산행일/집결장소(출발시간) : 2017년 1월 20일(금) / 잠실역3번출구 (07시55분)

▣ 참석자 : 16명 < 정화원 11명(김종화, 박형채, 염재홍, 위윤환, 임삼환, 전작, 정한, 정해황, 조문형, 조영훈, 한양기) 및 비회원 3명(이동석, 이영철, 전정희)과 광주 친구 2명(서윤복, 심원식) >

▣ 산행코스 : 청심병원앞-보현사-실버산책로-현덕사-치유의 숲길-목교(소망교)-<원대복귀>

▣ 동반시 : "무등산은 어머니의 열두 폭 치마" / 이미자

▣ 앞풀이 및 뒤풀이

○ 앞풀이 : 홍어회 및 애호박국에 '무등산막걸리' / '송풍정'(광주 운림동, 062-227-1859)

○ 뒤풀이 : 멸치복음에 '하수오酒' / '석촌수석관'(화순군 도곡면 오기배, 010-2624-2827)

 

오늘이 대한(大寒)이다.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절후(節候)이다. 양력 1월20일경으로 대한(大寒)은 음력 섣달로 매듭을 짓는 절후이다. 오늘 날씨는 일기예보상 전국적으로 눈이 내린다고 한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시작하여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추워지며, 大寒에 이르러 최고로 춥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중국에서의 경우이고, 우리 나라에서는 1년 중에 가장 추운 시기가 1월 15일경이므로 다소 사정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춥지 않은 小寒 없고 포근하지 않은 大寒 없다.', '大寒이 小寒의 집에 가서 얼어죽었다.', '小寒의 얼음 大寒에 녹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즉, 小寒 무렵이 大寒 때보다 훨씬 춥다는 뜻이다. 하지만, 丁酉年(금년)에는 小寒 시기인 1월 초순때 보다 大寒인 1월 20일이 훨씬 추워진 것만 같다.

 

이번 무등산 산행추진은 재경 20회동창회 집행부(회장 및 총장님)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 광주에서 기노석 친구가 2017년 총동문회회장에 취임을 갖기에 시산회에서 조금 빨리 출발을 하여 무등산도 산행하고 취임식에 참석을 하여 축하를 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식사와 홍어 등을 별도로 구입하시라고 협찬을 하신 동주 친구도 너무나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교통비와 식사비 등 경비의 일체를 재경동창회와 협찬하는 친구가 있어 시산회에선 부담없이 갈 수가 있었기에 최소의 인원(20여 명)은 참석을 했어야만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서울(잠실)에서 아침 07시 55분경에 광주로 출발을 하였다. 아침 일찍 일기예보를 확인하여 알고는 있었지만, 내려가는 도중 계속 눈이 내리고 있어 광주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무등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산행의 가능여부를 알아보라 부탁을 했더니 산행(입산) 금지라고 한다.

 

공주 정관휴게소(10시)와 정읍 녹두장군휴게소(11:10)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11시 40분경 광주톨게이트에 도착하였을 때에 정한 산우는 재빠르게 광주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여 광주 동구의 한 지점에서 광주 친구들을 만나 운림동의 한 식당으로 안내를 받는다. 고맙게도 서윤복 친구는 촌닭, 오리전문점인 "송풍정" 식당에서 애호박국을 맛있게 끓이게 하여 점심식사를 하면서 서울에서 가지고 온 홍어회와 함께 막걸리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무등산막걸리를 찐하게 마셨다.

 

점심식사 후 오후에도 눈은 계속 내리고 무등산에는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 13시 30분경, 광주 친구들(서윤복, 심원식)의 안내로 '무등산자락 다님길'을 걷기로 하였다. '무등산자락 다님길'이라 명명한 것은 무등산 줄기의 가장 완만한 노선에 누구나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녹색길을 조성하여 2012년 7월 행정안전부 주관, 전국 녹색길 대상 우리마을 녹색길 BEST10에 선정이 되었다고 한다.

 

'무등산자락 다님길'을 인터넷을 통하여 알아봤더니 건강산책로(3.3km), 문화산책로(4.6km), 가족산책로(2.2km), 치유의 숲길(1.4km), 실버산책로(1.5km)로 이루어진 통합산책길로 무등산 주변 등산로 중에 가장 완만한 노선을 정하여 약 13㎞ 구간을 연결, 노약자 등 누구나 쉽게 다닐 수 있는 녹색길이다.

 

지산유원지, 동적골 및 증심사를 자연숲길로 결합한 순환형 산책로로 편백숲길, 맨발산책로, 힐링가든 등 이용객들에게 꽃과 나무 등 자연소재를 활용한 숲의 치유기능을 제공코자 무등산 주변의 자연·문화자원을 그대로 접촉할 수 있도록 조성된 아름다운 산책로로써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눈 쌓인 다님길이나 빨리 걷고 싶은 심정이 앞섰다.

 

눈이 내려 쌓이고 바람이 조금 불어 다님길을 산책을 하는 산객들은 별로 없었지만, 3구간인 청심병원 앞을 출발하여 다님길 가에 세워 놓은 빛고을산들길, 동적골산책로, 실버산책로 가족산책로 등의 길을 지나 새인봉 아래 목교에 까지 왔었나 보다. 영철 친구는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청을 가다듬기 위하여 부르는 짧은 노래인 사철가를 잘 하였기에 눈이 내리는 무등산자락에서 들어 보기로 하였다.

 

사철가는 단가이다. 단가의 명창 조상현은 자신의 스승 정응민(보성소리의 시조)이 사망한 후 이 단가를 부르기 시작하여 서울에 올라와서 부를 때는 임방울이 항상 '쑥대머리'를 자신의 장기로 불렀듯, 자신은 이 단가를 항상 불렀고, 사람들의 호응도 좋았었다. 1960년대 초반 조상현에 의해 만들어져 그 성립 과정을 분명히 알 수 있는 단가는 노랫말이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적절하고, 곡조도 상당히 멋있어 사실상 오늘날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불려지고 있단다.

 

목교인 나무다리를 소망교라고 되어있다. 근래에 몸이 좋지않은 한 사람이 취미로 여기에다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건강이 점점 좋아지자 본격적으로 쌓아서 현재와 같은 모양으로 되었다고 한다. 아마 정성을 다하면 건강이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실천한 결과로 보인다. 그리하여 목교를 소망교라고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여자산객 두 분은 우리의 증명사진을 남기시고 새인봉 쪽으로 올라 가신다. 함께 갈까를 망설이다 여유로운 산책을 위하여 치유의 숲길, 맨발산책로, 세족장 등등의 이정표를 보면서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복귀를 하였다. 버스에 오르니 15시이다. 서윤복 친구는 2017년 총동문회장 취임식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화순 도곡면 천암리가 먼 곳이 아니며 정한 친구와 잘 알고 있는 오기배 관장님이 운영하는 '석촌수석관'이 있으니 그곳에서 수석에 대해 관람해 보기로 하였다.

 

전남 화순 도곡면 천암리 소재의 석촌수석관은 평생을 돌과 나무를 벗하며 살아오신 오기배 관장님이 화순 도곡온천 주변의 풍광 좋은 숲에 마련한 전시장이다. 50년 수석 생활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전시관의 모습에 놀랐다. 화순 남면 사평에서 우연히 만난 돌과의 인연을 놓지않고 무언의 가르침을 따라 50여 년의 외길 탐석의 길을 조심스럽게 정리하였다고 한다. 오기배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과 하수오주 한 병을 개봉하여 친구들께 직접 따라주시는 그의 정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수석은 인생의 바로미터"라고 한단다. 수석 속에 모든 희비애환이 함께하고 있으니, 마음을 비우고 수석 관조의 삼매에 빠지면 진정한 힐링의 기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수석이 갖고 있는 정통 치유의 힘이라고 생각하니 부디 수석이 갖고 있는 깊은 미학의 경지를 느껴 보기 바란다고 하였다.

 

하수오는 옛날 중국에서 하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이 음식을 먹으면서 백발이었던 머리가 새까만 흑발이 될 정도로 생명연장과 원기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밖에도 장을 건강하게 하고 탈모예방과 갱년기 여성에게 좋고, 남성의 성기능 향상에 좋다고 하였다. 술은 장·단점이 있으나 나이 들어서의 과음은 절대 조심해야 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8시 20분경 광주 상무지구 데일리웨딩컨벤션으로 자리를 옮겨 기노석 총동문회장 취임식에 참석을 하였다. 광주, 전남지역에서 축하의 자리를 함께 하여 모처럼 만나는 동창 친구들에게 반갑다는 뜻을 전하며, 모든 친구들의 건강과 만복을 기원하였다.

 

귀가를 하면서 알았지만, 동반시 낭송 관계는 시산회 산우들 모두가 아무도 묻지를 않해 깜박 했다가 밤 늦게 버스를 타고 오면서 폰의 카톡에 올려 놓은 (사)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예찬시('무등산은 어머니의 열두 폭 치마'/이미자 시인)를 조용히 낭송하였다. 재경동창회 집행부와 협찬을 해 주신 여러 친구들에게 감사의 정을 전하며, 시산회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무등산은 어머니의 열두 폭 치마 / 이미자

 

산 내음이 좋아 무등산에 오르면

설화 속에서 그 곱디고운 어머니의

깊고 깊은 속살의 맑음을 느낄 수 있고

따사로운 봄날엔

희망찬 어린새싹들과

아름다운 영춘화와

진달래 철쭉꽃이 우리를 반긴다.

 

산들바람이 부는 오뉴월엔

향기론운 꽃내음과 온갖 산새들과

개구리 생을 구가하는 소리 요란하고

내일을 기약하는 여린 새 열매들로

세상을 수놓아 무등의 정신을 일깨운다.

 

무더운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날엔

우리네 정신 건강을 채워주고

편안한 숨을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 산

전라 광주의 온갖 만물의 어제와 내일을 이어줄

정신적 문화 양식이 담길 한 없는 예술관이 되어주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엔

희미해져만 가는 광주정신을 일깨워 줄

폭넓은 어머니의 치마 속 깊은 골에서

어린 새싹을 잉태할 양수가 맑고 고운 속살을 타고

광주의 새희망을 발휘할 그날을 기약하며 신나게 흐른다.

 

2017년 1월 28일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봉산 능선 숲길을 찾아보니 서울 제7둘레길의 일부이다. 18.6km 7시간 소요된다. 내려와서 은하식당에서 맛난 것을 먹는다니 마음은 벌써 거기 가있는데 몸이 따라 주지 않으니 어쩌랴. 얼마 전 부득이 전철을 탔다가 혼나고서는 아내의 부축을 받고 병원 가는 일 외에는 외출금지령을 내린 의사에게는 과잉진료가 아닌가 하는 서운함이 있으나 그것은 내 영역이 아니므로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아내의 말에 수긍하기로 했다. 더구나 젓가락질을 할 수 없으면서 누구에게 민폐를 끼치랴. 외출을 금하니 좋은 점도 있다. 도서관도 좋지만 종일 해가 비추는 서재에서 뒹굴거리며 지내는 즐거움 또한 만만치 않게 편하고 좋다. 그러나 간혹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다가오는 통증의 괴로움을 이겨내야 한다. 언제 산행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지는 재활에 달렸다고 하니 참고 견뎌야겠다. 이번 산행에 20명이나 간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너무 과음하지 말고 오래 산행의 즐거움을 누리기를 기원한다.

 

4.동반시

시의 제목에 오류가 있어 수정한다. 대학시절 학교 문예지에서 자주 그의 시를 읽은 적이 있다. 작가 한수산도 생각난다. 전국의 큰 절은 대개 가봤지만 태고종의 종찰인 선암사는 태고종에 대한 묘한 선입관 때문에 근처에 여러 번 갔을 때도 들르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듯이 태고종은 그들 모두가 대처승일 것라는 판단의 오류가 있었다. 선유식회라는 불교 모임을 태고종 총무원이 있는 법륜사에서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대처승은 30%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늙을수록 오류를 줄여야 하는데 업이 많아 그렇지 못하는가! 당장 선암사를 가고 싶으나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함을 몹시 아쉽다.

 

시인의 시는 상당히 감성적이어서 독자가 많다. 그의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를 새벽에 다시 읽었다. 인기 시인이라 3대 문학지인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해줬다.

시집을 발간하여 다시 보니 부상 때문에 수술을 시작하는 급박한 순간까지 교정했으나 시간 독촉과 통증으로 제대로 교정을 보지 못하여 교정 파일이 바뀐 줄도 모르고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인쇄에 들어갔다. 초판 시집 인쇄 후 마지막 교정을 볼 형편이 되지 않아 틀린 것도 모르고 넘어갔으니 전부 인쇄하라고 했으니 산우들에게 민망하기 그지 없다. 내 시집을 사 준 분들에게는 교환해줄 목적으로 결국 출판사와 상의하여 몇 부 더 찍었다. 그러니 산우들에게 몹시 미안하다. 큰 흐름에 차이가 없다고 하나 시는 시어 하나에도 흐름이 빠뀔 만큼 민감하다. 그래서 시어 하나 틀렸다는 이유로 발간한 시집 전부를 폐기하고 다시 찍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더 미안하다. 다음 시집은 그런 일이 없을 것을 약속한다. 책을 내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것을 알았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과 같이 산을 넘지 못하고 술을 마시지 못하는 이번 기회에 구상하고 초안을 잡고 쓰다만 글들을 정리해 책을 발간할 수 있다면 다행스럽겠다.


선암사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2017. 2. 10.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