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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05회 산행)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05회 산행)

산 : 남한산

코스 : 산성역 - 윤환이 정하는 대로 - 산성 내 오복손두부(031-746-3567)

소요시간 : 10시 30분 ~ 16시

일시 : 2017. 3. 11. (토) 10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8호선 산성역 대합실

준비물 : 안주, 간식, 과일, 막걸리

연락 : 한천옥(010-4324-6698)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산행

 

참회록 - 윤동주(1917~45)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ㅡ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ㅡ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는 여전히 피 흐르는 우리의 상처다. ‘이다지도 욕됨’으로부터 그를 지켜줄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비 노릇을 참칭하며 창씨를 강요하던 군국 일본은 젊은 그를 후쿠오카 감옥으로 잡아가 군수 의약품용 생체실험으로 죽였다. 바로 오늘이 그의 기일이다. 이 시는 유학을 위해 창씨개명이 불가피하던 1942년 1월 말의 시이자 조국에서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슬픔 속에서 그러나,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으며’ 치욕에 맞섰던 저 선량함과 신실함이 결국 세상을 살리는 힘임을 믿고자 한다. 일본의 적반하장이 도를 넘는 것을 속수무책 본다. 이렇게 만만한 나라가 된 것인가.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04회 도봉산 산행기<2017. 2. 25(토)>/ 염재홍

▣ 월일/집결장소 : 2017. 02.25(토) 09시 / 7호선 도봉산역 대합실

▣ 참석자 : 8명 (김종화. 김진오. 염재홍. 위윤환. 정한. 조영훈. 한양기. 한천옥)

▣ 산행코스 : 도봉산역-탐방지원센타-광륜사 뒤 공터-도봉분소-쌍줄기 약수터-김수영 시비-삼거리-산악구조대-천축사-마당바위-능선-삼거리 원점 회기

▣ 동반시 : 돌아가는 꽃 / 도종환

▣ 뒤풀이 : 양고기 샤브샤브.맥주.소주 / 마라샤브성(건대 입구역 6번 출구)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 산행이다.

정유년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달력 두 장이 넘어가려 한다.

오늘은 총동문회 산악회가 주관하는 시산제의 날이기에 우리도 동참하기 위하여 10시 30분 집합 시간을 9시로 앞당겼다. 이른 시간이다 보니 강남 저쪽 사는 친구들은 모처럼 새벽잠 설치고 서둘러야 했을 것이다.

 

9시에 도봉산역 1번 출구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어 두리번거리는데 진오, 윤환, 천옥 세 사람이 7호선 대합실에서 올라온다. 다른 친구들은 광륜사 뒤로 직접 오기로 했다고 한다. 버스로 올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제까지 이곳에서 모여 산에 오를 때 마다 웬 등산객이 그렇게 많은지 감탄을 하면서 길을 건넜는데 오늘은 매우 한가하다. 건너편에도 몇 사람 없고 골목도 한산하다. 식당 골목을 구경하면서 그야말로 여유를 부리고 좌우 살피며 광륜사 쪽으로 이동하는데 손바닥 보다 더 큰 굴들이 눈에 띈다. 통영 쪽에서 올라 왔다는데 섬진강 하구에서 봄에 채취하는 벚굴처럼 보인다. 내려오다 맛보고 싶은데 코스가 어떻게 될지.

 

시산제 행사장에 도착하니 시간이 빨라 아직 한가하게 옹기종기 기수별로 모여 한담을 하고 있다. 우리도 한구석에서 담소를 나누고 생리현상 해결, 구름과자 한 모금 하는 친구 등 시간을 보내다 거의 10시가 다 되어 종화, 한, 영훈, 양기가 도착하여 오늘 참석자가 다 뭉쳤다.

 

오늘 시산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식순에 따라 국민의례 회장 인사말 축사 축문 등이 이어지고 올해 산행도 무탈하도록 대표의 재배 각 기수별 전원 재배 음복 전원 촬영 등 일사천리로 간략히 끝내고 총산악회에서 준비한 기념품, 막걸리, 떡, 머릿고기, 과일 등을 배분 받아 챙겨 넣고 기수별로 코스를 선택하여 헤어졌다.

 

올해는 우리 시산회의 시산제를 따로 지내지 않고 오늘 여기 이 행사를 우리의 것으로 삼아 좀 더 경건히 참석하고 우리 회원들의 건강하고 무사한 일 년 산행을 비는 것으로 산신령님의 허락을 받았다.

 

오늘 우리 등산 코스는 마당 바위까지 올라가는 걸로 정하고 밑으로 내려와 여러 번 다녔던 천축사 쪽으로 들머리를 정하고 삼거리를 지나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쌍줄기약수터에서 물을 한잔 마시고 김수영시비를 지나 도봉서원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접어들어 돌밭 길을 걸었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산행길이 어렵지 않을 걸로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아이젠을 준비하여 왔으나 역시 아직은 사용할 길이 아니다.

 

겨울 산행은 옷도 두껍게 입어 걸음도 힘이 들고 방한의류 아이젠 등 장비가 있어 배낭도 무거워 속도가 느리기 마련인데 우리 친구들은 역시 숙달된 등산가답게 참 빨리 올라간다. 천천히 좌우도 둘러보고 하늘도 보고 뒤도 돌아보면서 천천히 가도 좋으련만 할 말 다 하면서 그렇게 걸으니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산악구조대를 지나 그늘진 곳에 들어서니 바닥이 얼어 미끄럽고 주의할 곳이 많아 조심조심 천천히 올라갔다. 혹시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모두가 걱정되고 차라리 산에 오지 않음만 못하니 사전에 주의하는 것이 상책이고 서로 도와가며 서두르지 말고 조심해야 한다.

 

자주 다녀 본 코스이기에 익숙하게 오르는데 천축사 조금 못 미쳐 전에 보지 못했던 천축사 일주문(?)이 등산로에 세워져 있다. 분명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데 오늘 있으니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친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다녀간 후에 새로 신축한 건가 의견이 분분하다. 올라갈 때 못 보고 내려갈 때도 못 보진 않았을 터이니. 또는 보고도 기억을 못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울릉도 3무(無)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나 생각이 안 난다. 지난 9월에 울릉도 갔을 때 분명히 가이드한테 여러 번 들었는데. 자료를 더듬어 보니 3무는 도둑, 공해, 뱀이고 5다(多)는 바람, 물, 돌, 여자(미인), 향나무라고 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그러나 꼭 기억력 저하만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 해 본다.

건성으로 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으니까.

그 유명한 이런 시도 있지 않는가!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시인은 심오한 다른 뜻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올라 갈 때 건성으로 볼 수도 있지 않는가? 나는 그냥 쉽게 그리고 내가 유리하게 생각하고 싶다. 내가 보고도 잊어버린 것은 건성으로 보아 기억에 남지 않은 탓이라고 말이다.

 

조금 더 올라 마당바위에 도착해서 뒤쪽 조금 으슥한 바람도 없고 햇볕도 드는 약간 좁은 자리를 잡고 우리 시산제 현수막을 최대한 멋지게 걸고 간단한 안주와 막걸리를 건배하고 별다른 제사의식 없이 마음으로, 그리고 아까 했던 총산악회 시산제와 합하여 올해의 우리 시산제를 마치고 오늘의 동반시를 낭독하였다.

 

돌아가는 꽃 / 도종환

 

간밤 비에 꽃 피더니

그 봄비에 꽃 지누나

그대로 인하여 온 것들은

그대로 인하여 돌아가리

 

그대 곁에 있는 것들은

언제나 잠시

아침 햇빛에 아름답던 것들

저녁 햇살로 그늘지리

 

이 시는 참 짧고 간결하면서 긴 내용이 들어 있어 좋은 시이지만 짧아서인지 어떤 소개에는 후절을 두 번 적은 곳도 있어 실수인지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다.

 

도종환 시인은 1954년 9월 27일 충북 청주 출생으로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을 거쳐, 충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 외 5편의 시를, 1985년 《실천문학》에 「마늘밭에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소박하고 순수한 시어를 사용하여 사랑과 슬픔 등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노래하면서도, 역사적 상상력에 기반한 결백(潔白)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시인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있다

 

간단한 취식을 마치고 마당바위에서 전원 인증삿, 개인별 폼생폼사 촬영 후 뒤풀이는 건대입구역 6번 출구 양고기집으로 정하고 빙판이 없는 산등성이를 따라 도봉서원 삼거리로 원대 복귀하였다. 뒤풀이를 굴찜으로 생각도 해 보았으나 올 겨울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도 있었으니 조금만 더 참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양고기로 정하다 보니 올라갈 때 보았던 벚굴은 언제 맛 볼지. 그것도 때가 있는 것인데.

 

전원 7호선을 타고 건대입구역에 내려 6번 출구로 나와 중국음식점 거리에 있는 마라사브성에서 양고기 샤브샤브에 맥주 소주 또는 섞어서 맛있게 먹고 다음 산행을 기약하고 304회 산행을 마쳤다. 안주에 맞추다 보니 막걸리를 못 마셔 조금 아쉬움은 남지만 당구파는 그들의 결투장으로 가고 그 외는 지하철역으로 향하였다.

 

2017. 2. 27. 염 재 홍 올림

 

3.오르는 산

남한산성은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산이다. 다만 당부하건대 계단에서 떨어지면 머리가 먼저 닿으면 큰 손상을 입으니 잘 방어할 일이다. 방어운전이라는 말이 생길만큼 일상사에 필요하다. 최근에 시집출판사 사장의 형의 나이가 60살인데 술 한잔 먹고 화장실 계단에서 넘어져서 뇌진탕으로 사망한 적이 있다. 더 최근에 지인의 친구 중에 역시 비슷한 경우로 화장실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경추신경이 끊어져 목 아래 부분을 쓰지 못하는 불상사를 당했다. 공통적으로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내려오다가 넘어져서 발생한 일이다. 내가 다쳐보니까 보통일이 아니다. 지금도 정신은 말짱한데 신체적으로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디 적당히 술 마시고 산행을 즐길 나이가 되었음을 잊지 말자. 지금도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인간이 살린 것이 아니라 하늘이 살린 것이라고. 그것을 보면 아직 하늘이 나를 쓸 일이 있나보다. 이 글을 쓰는 순간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4.동반시

윤환이가 추천한 시다. 한 총장이 고맙게도 동반시를 고르는 수고를 덜어주지 매우 고맙다. 사실 손이 불편해 마우스를 조작하는 것이 쉽지 않고 조금 길어지면 팔뚝가지 아파온다. 더 지나면 어깨까지 가겠지만 팔뚝의 통증에서 멈춘다. 내 몫까지 즐기기 바란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2017. 3. 10.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