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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아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24회 산행)

아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24회 산행)

일시 : 2017. 12. 9.(토) 10시 30분 ~ 16시

집결지 : 10시 반. 5호선 광나루역 1번 출구

동반시 : 松竹間答/李植

 

1.시가 있는 산행

12월
-유강희(1968~)

시아침 12/5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 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

먼 하늘에서 흰 귀때기들이 소의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

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


12월에 가슴으로 왕겨 부비는 소리를 듣는 시인의 귀가 참 맑다. 알곡을 모두 떠나보내고 헛헛하게 껍질만 남은 왕겨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느 가난한 아궁이로 들어가 다시 따뜻하게 구들을 덥히게 될 자신의 역할을 짐작할까. 12월에는 그 아궁이의 솥을 비워두지 말 일이다. 물이라도 끓여서 온기를 만들자. 슬픔의 빈 솥이 혼자 있게 내버려두지 말자.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2.산행기

323회 부용산 산행기

 

-일시 : 11월 26일(일) 10시반 ~ 18시

-산행산 : 양평 부용산

-집결지 : 10시 반 양수역 대합실

-참석(4명) : 종화, 원무, 양기, 천옥

-동반시 : 부용산/윤윤숙

 

제법 추울 거라는 예보에 두터운 겨울 등산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9시 50분경 상봉에서 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하였다.

10시 20분쯤 집결지 양수역에 도착하니 원무와 양기도 같은 차를 탔었나보다.

다음 차를 타고 온 종화까지 정예요원 4명이 씩씩한 걸음으로 부용산을 향했다.

초입에 있는 진입로를 놓치고, 중간쯤에서 진입을 하려고 했던 게 실수였다.

부잣집 뒷동산 같은 산이어서인지 능선까지 사유지인 곳으로 들어섰다.

끊긴 길을 개척하고, 철조망을 타고 넘고, 멧돼지와의 기싸움까지 하면서...

 

양수역에서 1.7km 지점의 능선길까지 오르는데 한 시간은 걸렸던 거 같다.

각자 길을 개척하느라고 흩어졌던 네 사람이 만나 땀을 훔치면서, 원무표 귤과 군고구마로 원기를 회복하고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정상까지는 탄탄대로였다.

 

322회의 동반시 ‘구루몽의 낙엽’ 한 구절을 되뇌면서...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전망이 시원스럽다.

오른쪽에는 북한강이, 왼쪽으로는 남한강의 물이 흘러 내려오다가 만나는 곳, 두물머리가 장쾌한 모습으로 발아래 펼쳐져 있다.

 

유명한 지관이 명당이라고 지목해서였을까?

정상 부근의 산소가 조금은 눈에 거슬렸다.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양기표 당근과 종화표 도넛을 안주삼아 진도 홍주로 건배를 하였다.

 

그리고 오늘의 동반시 ‘부용산/윤윤숙’을 종화가 의젓한 목소리로 낭송하였다.

 

부용산/윤윤숙

 

산속에 산

 

산속에 산

 

 

이, 산을 넘으면

 

저 산이 있네

 

정상이 많아서

 

북한강

 

남한강

 

안아 갈라 놓았나

 

 

부용산 앞 자락에

 

아비를 묻어

 

그 옆에 어미를 묻으려 하네

 

 

노란 산동백 꽃가루

 

눈가에 닿아

 

눈물이 나네

 

 

두 물아

 

내 눈물과 같이 흘러라

 

세물이 되게···

 

 

하산길은 최단코스를 선택하여 시간을 단축하였다.

 

그러나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는 경사진 길이어서 수차례 넘어지면서 마치 썰매를 타는 느낌으로 하산하였다.

 

신원역 근처에 몽양 여운형 생가와 기념관이 있는데, 양수리까지 빨리 가서 연잎밥을 먹을 생각에 다음으로 기회를 미루었다.

 

신원역에서 경의중앙선 전철로 양수역까지 와서 양수리의 맛집 ‘연밭’에 들려 찹쌀연잎밥정식으로 포식을 하였다.

따뜻한 온돌방에 지평막걸리까지 한잔 걸치니 눈꺼풀이 잠긴다.

발라당 누워서 한숨 자고 갔으면 좋으련만......

 

대신 전철에서 신나게 졸았다.

전화도 못 받고, 내릴 역도 지나치고, 서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그래도 집에는 잘 들어갔다네요~

 

아차산에서 또 보세!!!

2017년 12월 초 천옥 씀

 

3.오르는 산

이번 산행은 아차산이다. 어느 산우는 너무 짧다고 했지만 망우리 묘지까지 가면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나는 아직 회복되지 않아 따라 나서지 못한다. 가족들과의 약속에 앞서 마나님이 곁을 지키고 있어 외출이 여간 어렵다. 더구나 추우니 통증이 더 심해져 지인들과의 점심 한 끼도 쉽지 않다. 요추보다 경추의 통증이 다섯 배는 더 하다니 조심하기 바란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신경이 더 몰려있다고 한다. 목의 단면적이 허리의 단면적에 비해 1/5이라 그런가. 겨울 산행 때는 넘어져도 아무리 급해도 뒤로 넘어지기 바란다. 잘들 다녀오시라. 회장님과 한 총장은 송년 모임 장소 예약에 신경 쓰시라. 40명 가까운 산우들이 모일 장소가 흔하지 않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송년모임이 몰려있는 연말이다.

 

 

4.동반시

 

松竹問答(송죽문답) / 李植(이식)
-소나무와 대나무의 대화 -

松問竹(송문죽) 소나무가 대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風雪滿山谷(풍설만산곡) 눈보라 몰아쳐 산골 가득해도

吾能守强項(오능수강항) 나는 강직하게 머리 들고서

可折不可曲(가절부가곡)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히지는 않는다오.


竹答松(죽답송) 대나무가 소나무에게 대답했다.

高高易摧折(고고역최절) 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쉬운지라

但守靑春色(단수청춘색) 나는 청춘의 푸르름 고이 지킬따름

低頭任風雪(저두임풍설) 머리숙여 눈보라에 몸을 맡긴다오.


*. 李植(이식) 朝鮮後期(조선후기)의 文臣(문신).
宣祖(선조)17년(1584~1647)仁祖(인조)25년.

2017. 12. 8.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