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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해후邂逅의 변증법 / 도봉별곡

해후邂逅의 변증법 / 도봉별곡 

 

 

 

1년 후

동백꽃 지고 동박새 떠날 때 만나자는 기약 헛되이 흘러간 50년

 

해후의 의의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궤변의 소크라테스는 의의란 무엇인가?

라는 반문으로 대화를 시도하려 했을 것이다

 

모순을 내재한

변증의 치밀함 닮은 갑작스런 해후 앞에

깊어가는 내 나이 닮아 닳고 닳은

인연은

별과 혹은 바람과 관계없이

진화한다

 

만나고 헤어짐이야 한낱 무수한 세상사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한 갑자 거의 지난 후

다 닳아터진 얼굴과 얼굴 사이에서

만남과 헤어짐의 부등식 알아차리고서

정신 잃고 넘어져 몸 마음 흩어지고

베다라니 강* 건너 저세상 갔다 겨우 돌아와

새로 만나진 마누라 얼굴은 첫사랑

애들은 어릴 적 친구들

 

이자정회離者定會와 회자정리會者定離만큼의 대원칙과

만남의 방적식 따라 그 사랑 또는 우정은

xyz의 값만큼 진실의 여부를 떠나

삼각함수 같아진 얼굴들

사인, 코사인, 탄젠트로 정확하게 직각으로 나뉘어 비스듬히 나타나고

 

마주 보는 관계는 좌와 우로 보이지만 분명 대립의 대상들이 아닌 공존의 관계여야 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죄와 벌과

해후의 피타고라스 정리定理를 아는 자들의 대화에 대하여

 

-왜 이제 왔어

-항상 옆에 있었는데, 떠난 적이 없어

-옛 얼굴이 아니네

-모든 것은 변해

-돈은 많은가

-명상은 여전히 하는가

-수수께기는 지금도 잘 풀고 있는가

-여태 어떻게 살았소

-어디서나 나를 이방인 취급했소

-많은 사람을 만났겠소

-나는 바람을 사랑하오, 특히 높새바람을

-궤변을 좋아하는 소크라테스 투의 말은 여전하오

-디오게네스는 햇볕을 좋아한 게 아니라 구름을 좋아했다면서요

-플라톤을 비를 좋아했소

-4월에는 3월의 바람이 불고

-5월에는 6월의 구름이 흐르고 11월에도 4월의 꽃은 피오

-4차원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네

-차원은 경지나 경계가 아닌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오

-시는 마음 가는 대로 써야 하오, 설명은 귀찮은 행동이니까

-그대는 몽상가였소

-이기심의 더러움은 여전하오

-이기심은 욕심으로 나타나고 욕심은 생존의 샘이니까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읽어보세요

-<파리의 우울>이 더 재미있으며 유익하오

-남 눈치 보고 살 나이 지났소

-보들레르는 미치지 않았소, 시가 미쳤지

-철학은 당신의 인식의 경계나 방향을 넓혀줄 뿐 이성의 수준을 올려주지는 않소

-칸트는 정신병자요

-니체는 온전하오

-신을 미워한 것으로 충분하오, 아니 신만을 경배한 자들을 미워한 것으로 충분하오

 

잠이 들었다

깨어나니 처음으로 다시 돌아왔다

꿈은 아니었다

기억은 망상 같으니까,

과거는 몽상 같고.

나는 헤겔도 변증법도 모른다

 

 

*베다라니 강 : 저세상으로 건너가는 강. 건너갈 때 세상의 것들을 버리고 가기 때문에 세상만큼 악취가 난다.

 

*제2시집 <시인의 농담>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