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고 - 낱말 찾기 / 도봉별곡
주역 한 권으로 세상을 다 담을 수 있다는데 나는 왜 주역 한 권조차 이해할 수 없는지
몸은 시작과 끝을 모르는 우주의 축소판이라는데 내 한 몸으로 작은 별 지구 하나 구원할 수 없는지
수많은 우리말을 사전 하나로 담는데 그것을 담지 못해 우리말을 별 헤듯이 뒤져도 적합한 시어 하나 찾지 못하는지
깨어남과 깨달음의 차이를 춘삼월 나르는 송홧가루 하나만큼 알았다 해도 쑥스러워 각성이라고 이름 붙이고 더 찾기를 포기해야 하는지
깨어남을 각성의 시작이라 하고 깨달음을 각성의 완성이라 해서 남도의 바닷가 모래를 찾아 헤매도 차마 만족하지 못하고 무장해제하고야 마는
나의 창고는 작아도 너무 작아 반성조차 부끄러운 봄날의 아침에도 청산도 유채꽃은 피고 지는데
*제2시집 <시인의 농담>에 수록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와 벌 / 도봉별곡 (0) | 2020.10.04 |
---|---|
의자 위의 편지 / 도봉별곡 (0) | 2020.10.03 |
어머니와 수세미 / 도봉별곡 (0) | 2020.10.01 |
질투는 힘의 원천 / 도봉별곡 (0) | 2020.09.28 |
혁명가 허균, 자신을 중용한 선조와 광해를 똥이라 여기다 / 도봉별곡 (0) | 2020.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