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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37회 산행)

북한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37회 산행)

집결일시: 6월 17일(일) 10 : 30

집결장소: 지하철 우이경전철 북한산우이역(지하철 1, 2호선 신설동역,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환승)

참석자는 현재 7명. 많이 참석하여 후반기 산행계획에 대하여 좋은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1.시가 있는 산행

대운하 망상
-함민복(1962~ )

물이 법이었는데

법이 물이라 하네

물을 보고 삶을 배워왔거늘
티끌 중생이 물을 가르치려 하네

흐르는 물의 힘을 빌리는 것과

 


물을 가둬 실용하려는 것은 사뭇 다르네

무용(無用)의 용(用)을 모르고
괴물 강산 만든다 하니

물소리 어찌 들을 건가
새봄의 피 흐려지겠네

물은 법이다. 그런데 물을 가두면 맑아진다고, ‘법=권력’이 말했다. 누군가는 믿었고, 또 누군가는 믿지 않으면서도 믿는 체하거나 아예 모른 체했다. 고인 물은 썩었다. 지금 썩은 물을 보고도 그 말을 철회하지 않는, '실용'은 거짓이 아닌가. 거짓은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파괴와 죽음을 부른다. 거짓은 남을 속이거나 스스로를 은폐할 때 전력을 다한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제336회. 2018년 6월 9일 재경광고고총동문회 청계산 등반대회 / 박형채

평소 시산회모임 시간 10시인데 30분 먼저 도착하라는 이 총장의 메시지가 있어 서둘러 서울대공원역 2번 출구로 올라가니 많은 동문들이 모여 있다.

둥그렇게 모여 동문 산악인들의 얼굴 읽히기를 하며 간단히 식을 마치고 물과 백설기떡을 배급받고 출발한다. 1회 안원태 선배님은 90세 가까운데 산행을 즐겨하셔서 그런지 정정하다. 보성군 겸백면 출신으로 향우회에서 뵙기도 하여 인사차 오늘 산악대장 겸 회장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위윤환 산우와 인사를 드렸다.

 

매봉을 향해 천천히 출발한다. 한참 올라가니 과천 소망교회에서 쉼터카페를 열어 트럼펫연주와 음료수를 제공하였다. 각자 탁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교인들이 사진도 찍어주고 교인 확보를 위해 자기 교회의 소개를 늘어놓았다. 9천 평의 전원교회에서 3천명의 교인들이 예배에 참여한단다. 막걸리, 과자와 빵을 나눠 먹고 매봉을 향해 전진한다. 산우들의 발걸음 속도가 옛날 같지 않은 것은 나이가 70줄에 익어가는 인생길의 현상이리라.

 

어디를 가나 여자얘기가 빠질 수 없다. 윤환이와 황표의 고향인 장흥군 출신들의 무르익은 대화로 장흥읍과 장동면 석교리가 고향인 두 여인이 동행하여 매봉까지 갔는데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나눠 먹지 못하고 하산하잔다. 12명중에 4명이 230미터 아래서 딴지를 걸고 올라오지 않아 충분한 휴식도 못하고 두 여인들과 대화도 충분히 나누지 못하고 아쉽지만 헤어지게 되었다.

 

한 회장과 이 총장이 집안사정이 있어 불참으로 우왕좌왕 내려가다 점심 장소를 못 찾고 다시 위에 쉼터로 올라와 자리를 폈으며 오늘의 336회 산행 동반시를 읊었다

 

나무처럼 / 오세영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듯

 

막걸리 건배! 황표가 첫경험! 아야야!를 외치란다, 막걸리에 김밥과 떡, 과일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1시에 하산한다. 30분쯤 내려오니 약수터가 있어 정담을 나누고 이재명 심판론이 있었다. 6월13일 지방선거로 흑색선전이냐 아니고 폐륜적인 언행이냐 갑론을박하다가 결국 정치인의 언행은 모범스러워야 하고 프랑스 대통령처럼 공과 사는 구별되었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끝으로 하산한다. 과천역 근처 양주가 예약한 정라진 음식점에서 시원한 맥주, 쏘주, 가자미막회, 골뱅이, 문어, 곰치국으로 뒤풀이를 즐겁게 마무리하고 각자 취향에 따라 당구장과 집으로 향했다.

2018년 6월9일 기자 박형채 올림

3.오르는 산

우이동북한산 입구까지 경전철이 개통되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도선사까지 왕복버스도 있으니 도선사 뒤길로 가서 백운대를 올라도 좋고 전진하여 영봉으로 가서 우이동계곡으로 내려오는 것도 좋겠다.

나는 이번에 산행준비운동과 집필을 겸하여 하동 쪽으로 다녀왔다. 그러나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아 하루만 묵고 왔다. 오라는 곳은 많지만 마음에 드는 곳은 거의 없다. 급하게 마음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산우들과 산행하고 싶은 마음도 강하고 쓰던 시를 모아 발간도 해야 하고, 써놓은 것들을 마무리해야 할 일도 있다. 작은딸 왈 "아빠, 써놓고 발표하지 않으면 똥이 돼." 이 말에 용기를 얻었다. '두 다리를 두고 산에 오르지 않으면 그냥 밋밋한 다리일 뿐'이라는 말과 비슷하다. 하릴없어 게산해보니 부지런히 오르고 올라 90살까지 오르면 925회 산행까지 가능하겠다. 백세시대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꿈은 클수록 아름답다는 말을 되새겨본다.

 

4.동반시

같은 시인이지만 종화의 추천으로 아래 시를 동반한다. 부디 시산회의 위용에 북한산이 울리도록 크게 읽어달라.

 

정남진 바닷가 / 박정순

해협을 잇는 은빛 모래톱
조가비 껍질의 휘휘한 이야기들이
사그락 사그락 추억으로 밟힌다
도르르 밀고 온 외로운 파도의 포말이
슬픈 사연의 해당화를 붉게 토해내면
수평선 넘어 마음의 응어리가 밀려가고
지난날 그리움이 예서 머물러
이별을 고하는 연인의 망연한 눈물 같은
갈매기 울음소리 푸르고 아득한 물결에
추억을 더듬어 출렁인다
떠나간 그대 떠올리다
파도 소리에 목이 메어
울컥, 영혼 같은 바람에 흔들리면
나처럼 어느 바닷가를 서성일 그대에게

저 멀리 부서지는 햇살
은빛 물결 일렁이는 사연을 담아
흩어지는 바람 편에 모래 편지를 쓴다

<문예춘추 제 43회 신인문학상 수상작>

2018. 6. 16.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