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1972. 10. 18. 아침의 서울 하늘 / 도봉별곡
망각은
배신을 용서로 만들어버리는
기회주의자 또는 회색분자
만병통치약 또는 마취제
같아도
1972년 10월 유신의 하늘은 망각 불가의 시간으로 남는다
세상은 어두워도 유난히 높고 맑았던 그해 10월 18일의 가을 하늘
두 헌법학자*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던
2016년 10월의 하늘로 돌아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벌어진 날
일어난 아침에 간밤에 꾼 꿈을 따라가다가
아프지 않으면 세상이 아니라는 충고에
기억의 아픔과 망각의 안도 사이의 틈을 엿보다
마주친 거울에
백발로 변한
나는
목을 놓아야 했다
그리고 하루 이틀 사흘
거리에 나섰다
낙인처럼 치유되지 않는
44년 전 10월의 하늘을 떠올리다
그때도 세상은 파랬지
그래도 여기까지 왔고
오늘의 세상은 어두워도
우리의 하늘은
맑다
슬픔도 아픔도 고통의 기억도 위안이 되는 10월의 가을 하늘
*헌법학 자연법주의 문홍주 박사
*헌법학 실정법주의 박일경 교수
*제2시집 <시인의 농담>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