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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 단풍 구경 갑시다(詩山會 제346회 산행)

도봉산 단풍 구경 갑시다(詩山會 제346회 산행)

집결일시 : 2018. 10. 28.(일) 10시 30분

집결장소 : 전철 1호선 망월사역 대합실(서쪽)

 

1.시가 있는 산행

땅거미 속으로 저무는 풍경
-남진우(1960~ )

시아침 10/24

땅거미가 다가온다
한 뼘 한 뼘 남은 햇살을 지우며
사방에서 옥죄어오는 땅거미의 그물

 


땅거미가 친친 온몸을 휘감고 내 안으로 기어들어온다

휘황한 바람소리만이 쌓여 있는
텅 빈 몸 속
적막하게 펼쳐진 갯벌에 집을 짓는 땅거미

어느덧 감겨진

내 눈에서도
검은 거미줄이 스며나온다

땅거미가 나를 잡아먹는 광경이다. 아니 내가, 땅에 사는 거미인 듯 어스름인 듯도 한 정체불명의 기분에 잡아먹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저물녘 내 마음은 텅 빈 갯벌인데, 거미줄은 바로 그 마음을 삼키고 있다. 오늘은 무슨 일이 터졌나. 또는 무슨 기대가 기대에 그치고 말았나. 한길에 붙박인 내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흐르는 것 같고, 그물은 저녁을 다 덮어 가는데, 대체 거미는 쉭쉭 거리며 어디 숨었나.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45회 북한산 산행기<2018. 10. 13.(토)> / 최근호

▣ 월일/집결장소 : 2018년 10월 13일(토) / 3호선 구파발역 2번출구 (10시30분)

▣ 참석자 : 9명< 형채, 재홍, 경식, 전작, 양기, 천옥, 문형, 근호, 갑무>

▣ 산행코스 : 구파발역 2번출구–이말산-은평한옥마을-구름정원길(8구간)-불광중학교-뒤풀이장소

▣ 동반시 : ‘세상은 참 우습다’ / 김 용 우

▣ 뒤풀이 : 1차 : 수육, 전병, 맥주 막걸리 / 황금메밀가

2차 : 전어회, 소주 / 불광중학교 부근 근린공원 정자

금번 산행은 북한산 둘레길이다. 모임 장소는 구파발역으로 주변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예전 장교 시절과 비교해 격세지감을 느껴지는 곳이다

 

특히 구파발은 수도권 방어의 최후 마지노선으로 검문도 철저하고 군인들에게는

통과하기 꽤 부담스러운 곳이기도 했으며, 수도군단 상황실 작전장교시절 이곳의 왕거미 초소를 관할하여 밤새워 통제 및 작전 지시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화창하다. 그간 두 손자들 등살에 휴일 시간 내기가 어려웠는데 금번 휴일은 며느리가 두 손자 데리고 어린이 휴양시설에 간다하여 이 때다하고 시산회 등산을 결심했고 오랜만에 산행이라 마음이 설렌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끝내고 전철로 목적지를 향했다. 여러 산우가 모이는 곳이라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 넉넉한 여유를 갖고 출발했는데, 예정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도착하였으나 벌써 몇 몇 산우가 눈에 뜨인다. 서로의 간단한 안부를 묻고 나머지 산우를 기다리는데 약속시간 내에 한 산우도 늦지않고 전부 집결하였다.

참가 인원이 9명으로 군대로 말하면 1개 분대 병력으로 통제도 잘되고 서로가

이심저심 마음이 잘 통하고 산행에 편한 기분을 갖게 한다.

 

구파발역 2번 출구를 기점으로 북한산 둘레길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이말산 오름길은 다소 가파르긴 하였으나 산보에는 적격이었으며 은평한옥마을에 도착하여 은평역사 한옥박물관이 눈에 띄어 산우들이 가보고는 싶었지만 시간관계로 생략하고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한옥 박물관 앞 광장에는 내시들의 비석들이 즐비하고 내시들의 애환을 간직한 증표가 아닌가하여 마음이 싸늘하다.

 

한옥마을을 뒤로하고 둘레길 8구간(구름정원길)으로 접어들어 산행을 계속하니 과거 기자촌이 한눈에 들어오고 산행로 주변 평지에 자리를 잡고 준비 해온 음식물과 술로 건배하고 필자가 동반시를 낭독했다.

 

세상은 참 우습다 / 김용우

 

동백잎이 필 때 흰 눈이 내렸네

뒤로 걸었네, 찍힌 발자국 보려고

 

혼자서 허락도 없이 앓는 사랑

벌렁 넘어졌네, 꼭꼭 숨기려고

 

배 아픈데 통닭 한 마리 주문했네

텅 빈 가게 주인 시름 달려주려고

 

이름을 불렀네, 약속시간 한참 지나

혼자 대답하고, 혼자 위로 받으려고

 

마지막 밤차는 이미 떠나 적막한 정거장

첫차를 기어이 타겠다고

 

사람들이 우습다

생각도 그저 우습다

시간도 마냥 우습다

얼굴도 그리 우습다

몸짓도 정말 우습다

인연도 또한 우습다

세상은 참 우습다

 

살아보면 세상과 구성원인 사람들이 참 우스울 때가 있다. ‘원리주의자에게는 답만 있고 의심과 질문이 없다. 그러므로 발전이 없다.’ 평소에 종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간단히 적어본다. 종교는 분명 인간이 만들었으며 신은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신이 없는 종교도 있다. 불교의 경우는 신이 없으므로 종교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으며, 불교도는 불교를 붓다의 가르침일 뿐 종교보다 철학에 약간 치우친 승가공동체라 생각한다고 한다. 한 친구의 말에 의하면 원불교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도 개벽하자는 종지가 있다고 한다. 옳은 태도다. 그러나 거의 모든 종교는 한 번 정한 교리는 여간해서 바꾸지 않는다. 실체도 없는 신은 더욱 심해 한 번 ‘신은 영원한 신’이다. 유감스럽게도 유일신교는 더욱 심하다. 유일신교가 어디 한둘인가. 역사상 약 2800여 개의 유일신교가 있었다고 하니 다른 측면에서 그렇게 많던 신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한 종교를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특히 이슬람원리주의는 그 정도가 심해 현세적 기준으로 테러집단으로 규정되어 버렸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깡패집단 비슷한 십자군이 일으킨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다. 십자군전쟁에 참가한 귀족의 술회에 의하면 예루살렘을 점령한 십자군은 유대교인과 이슬람교도를 성전에 몰아넣고 살육을 시작했는데 그들이 흘린 피가 말의 무릎에 찰랑거렸다니 인간의 잔인함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같은 신을 모시는 경우이므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에 여자 카톨릭 교도는 교수인데 이슬람을 서자들의 집단이라고 폄하하는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러니 ‘종교는 아편’이라는 전체주의의 견해도 한편으로 이해가 간다. 역사상 가장 ‘따뜻한 철학자’라는 칭호를 듣는 순수한 공산주의자 칼 마르크스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결론을 내자면 종교적 원리주의는 도그마(Dogma), 즉 독단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고 그 안에 매몰되어 버리는 비극에 쌓인다. 나는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순자의 성악설, 정남이가 불교 유식사상에서 주장하는 이기적 인식작용이라는 말나식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작용에 동의하는 편에 속한다. 그러나 창조론이 허구이며, 46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35억 년 전에 단세포생물이 생기고 16억 년 전에 식물과 동물이 갈라졌다는 과학적 증명을 통한 진화론을 믿는다.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리는 현생 인류의 역사는 겨우 20~30만 년을 넘지 못한다. 그 중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지방에서 7만 년 전에 홍해를 건너 세계로 퍼졌다. 환경에 따라 피부색이 변했다는 것이 현재까지 가설에 따른 주장이다. 물론 과학은 언제든지 증명 가능한 다른 가설이 나오면 군말 없이 깨끗하게 바뀐다. 과학의 위대성이 여기에 있다. 종교의 입장도 있지만 종교가 과학을 뛰어넘는다는 시도는 주제넘은 짓이다. 요즘의 대세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인공지능이 세상의 진화를 주도하고 있으니 인간의 본성도 이기주의에서 이타주의로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재미야 덜 하겠지만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는 날이 올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하산 후 뒤풀이는 불광중학교 주변의 황금메밀가에서 수육과 전병, 맥주 막걸리를 적당히 먹고, 문형 산우의 불광시장 전어회 제안에 만장일치로 의견 통일하고 부지런하고 인간미가 있는 문형 산우가 불광시장까지 가서 회를 떠와 주변 근린공원 정자를 점령하여 산우 9인이 소주에 전어회는 일품이었으며 마음껏 먹고 흥겨운 시간을 가졌으며 돌아올 때는 사전 주문한 전어회를 불광시장에 가서 각자 한 봉다리씩을 받아 들고 흐뭇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소인은 불광시장에서 깻잎을 듬뿍 사서 집에 와 고이 간직한 양주를 꺼내 고소한 전어회를 안주 삼아 실컷 마셨으며 너무도 맛이 좋아 문형 산우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이번 산행에는 많은 산우는 아니지만 적당히 산우들이 참석하여 훨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018년 10월 완장을 찬 최근호 올림

 

3.오르는 산

나의 동네 도봉산에 오른다. 나의 호가 도의 봉우리가 아닌 동네가 도봉구이며, 여기에 지은 아파트만 2단지이므로 사는 곳과 별개로 인연이 깊고 오랜 곳이다. 나이가 드니 감회는 바람이 되어 하늘로 오르고 회한은 강따라 흐른다. 회한이 부디 중간에 머물어 썩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서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바람이 있다. 마침 이 총장이 망월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온전히 회복이 되지 못한 상태지만 이번 산행은 참석하려 한다. 단풍이 좋기로 첫 손을 꼽는 코스가 망월사 삼거리 덕재샘에서 직진하여 단풍군락지가 있는 민초샘까지다. 원래 민초샘은 YS가 박정희 독재에 대항하여 민주산악회를 이끌 때, 자주 가던 곳인데 YS의 영광이 바래면서 그 샘도 퇴락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 까닭에 세상의 흐름과 관련이 있는 셈이다. 그 코스는 계단이 없는 흙길이며, 망월사로 오르는 길은 돌길에 계단이 많다. 오후의 망월사 단풍도 그에 견줄 만하다. 특히 큰 바위 밑의 샘물이 기막히게 상큼하다. 이 총장께서 감안하여 정하시라. 하산하여 굴찜을 먹거나 동대문횟집에서 뒤풀이를 해도 좋다. 단풍철에는 산행 참가 인원이 줄어드는 것은 각자 비슷한 행사가 있는 까닭이다. 이 총장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시게.

 

4.동반시

종화 산우가 특별히 추천한 산행시다.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이외수

 

서늘한 기운이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 집에 앉아
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 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없이 눈빛만 마주 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
가을 날 맑은 하늘빛처럼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찻잔 속에 향기가 녹아들어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가을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는 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
가을엔 억새처럼 출렁이는
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

2018. 10. 26.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