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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수락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49회 산행)

수락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49회 산행)

집결일시: 2018. 12. 8.(토) 10 : 30

집결장소: 전철 7호선 수락산역 3번 출구

겨울철 산행이므로 따뜻한 음료나 다과류 지참. 점심은 하산 후 식사

 

1.시가 있는 산행

 

이월
-김병호(1971~ )

시아침 11/07

신작시 청탁을 했습니다
시인은 가타부타 말이 없이 점심이나 하자 했습니다

아직 꽃이 오지 않아 바람이 찼습니다

시인은 냄비 속의 조린 무를 찾아 고봉밥 위에 올려주며 시는 나중에 줄 수 있겠다, 했습니다

 

대학생이 되는 막내딸 이야기와 새로 배우는 동시 이야기도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출가 소식을 들었습니다

툭, 툭, 돌멩이를 차며 걷던 뒷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봄이 지나도 이월이 가지 않았습니다

시인의 길과 승려의 길은 세상의 외곽 어딘가에서 갈라진다. 승려의 길은, 외곽의 외곽으로 종적을 감춘다. 그 길을 마음에 모신 한 시인에게 다른 시인이 시를 청탁했다. 이월의 어느 밥상을 묵묵히 돌봐주던 사람은 무슨 절대를 본 걸까. 그의 막내딸이 꽃처럼 피어나고 꽃들이 딸처럼 곱게 피어나려 하는 계절에.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청계산 산행기 / 김종화

◈ 월일/집결 : 2018년 11월 25일(일) /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2번출구 (10:30)

◈ 산행코스 : 청계산입구역-원터골-길마재-혈기장-돌문바위-매바위-<원대복귀>-뒤풀이장소

◈ 참석자 : 9명 (뒤풀이때 1명 추가 참석)

 

◈ 동반시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 뒤풀이 : '모듬보쌈셋트'에 막걸리 / '한소반'<서초구 신원동 192-82, (02) 3453-1500>

 

오늘 산행은 청계산이다. 첫눈이 내려서 제법 쌓여있다. 집결장소인 청계산입구역에 도착하자 마자 이 총장님은 오늘 나를 산행의 기자로 지명하신다. 오늘 참석하는 산우들(8명)을 헤아려보니 모두가 금년들어 한번씩 책임기자를 하셨던 산우들이다. 산행기자로 지명이 되면 시산회 집행부의 운영을 위해 그저 감사할 마음으로 원만하게 협조를 했었던 산우들이다.

 

10:30, 집결시간에 모두가 모여 출발이다. 청계산 등산길로 진입하는 고속도로 굴다리 입구의 오른쪽에 미륵당(彌勒堂)이 있었는데, 문이 열려 있었고, 동제(洞祭)를 지내시는지? 祭需들이 당내에 있었다. 미륵당의 면적은 4평 정도이며, 이 곳에는 목탁과 제기가 갖춰져 있었고, 석불입상인 미륵불과 작은 석탑이 비치되어 있다. 미륵불은 서울특별시유형문화재 제93호로 지정(1993.4.3), 주민들이 옛날부터 매년 한 번씩 마을의 수호신으로 洞祭를 지낸다고 하였다.

 

원래 이 미륵불은 아주 신비한 영험이 있다고 알려져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마차를 동원해 일본으로 실어 나르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다. 사람들이 미륵불의 영험을 믿고 계속 몰려들자 일본인들은 미륵불의 배꼽을 쪼아 냈었단다. 그 뒤로 부터 미륵불은 영험한 능력을 상실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믿거나 말거나).

 

원터골입구 보호수(굴참나무) 옆에서 잠시동안 청계산 등산안내도를 보며 오늘 산행길 코스를 검토하였다. 산행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한 쉼터에서 몇 사람들이 파룬궁을 수련하고 있었다. 파룬궁(Fǎlún Gōng, 法輪功), 파룬다파(Fǎlún Dàfǎ, 法輪大法)는 眞善忍(진실·선량·인내)을 핵심 사상으로 삼는 중국의 심신수련법이다.

 

파룬궁은 佛家와 道家를 기반으로 한 기공(氣功) 수련법으로 인격 수양과 신체 단련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파룬궁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율에 의거한 수련법이므로 공식집회에 한 차례도 참여하지 않고도 수련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수련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파룬궁에 관련된 모든 공식 자료는 공식 사이트와 정보센터에서 볼 수 있다.

 

파룬궁은 공식적으로 회비나 등록비가 없고, 종교처럼 예배를 지내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도덕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이론적 법리를 세웠다. 서양 학계에서는 중국의 전통적·종교적 '기공(Qigong) 수련법', '영적 운동', '자기계발 수련법'으로 파룬궁을 정의하기도 하였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도덕적으로 엄격한 생활과 더불어 수련을 통해 번뇌를 제거하고 깨달음을 얻으려 한다. 1992년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지린성 창춘시를 중심으로 리훙즈(李洪志)가 처음 전파했다. 당시 중국에서는 운동, 무술, 명상, 호흡수련법 등이 급속하게 확산했던 '기공 열풍'이 불었고, 이 열풍이 끝날 때쯤 파룬궁이 등장했다.

 

눈길을 걷기가 제법 힘이 드는지 육각정의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고 한다. 이 총장님은 황성주 국산콩두유를 하나씩 나눠준다. 황성주 국산콩두유는 수입콩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두유시장에서 100% 국산콩을 사용해 두유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부분이 호평을 받았으며, 무엇보다 개발자 황성주 박사가 현대인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안전하고 믿을 수 있게 설계한 점이 '황성주 국산콩두유' 브랜드만의 장점으로 높이 평가되었다.

 

'이롬 황성주 국산콩두유' 시리즈는 리서치 전문업체 칸타 월드패널코리아에서 진행한 국산콩 두유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2016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18개월 동안 총 76주간 연속 조사결과 이롬 황성주 국산콩두유 13종이 59.8% 점유율로 시장의 과반 이상 차지했으며, 최근에 국산콩 두유시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하여 이롬 황성주 국산콩닥터 A,B,C 두유 3종을 출시하였다고 한다. '이롬 황성주 국산콩두유'를 시원하게 마시고 출발이다.

 

오늘 산행의 목표지를 어데로 정한 것인지? 매봉까지 가지를 말고 다들 눈길이라 헬기장까지 갔다가 내려와서 점심식사를 하자고 한다. 삼거리 길마재 오르막길에서 한 조(4명)는 깔딱고개쪽으로 가기위해 계단길로, 다른 한 조(3명)는 평탄한 길인 산책길을 원한다. 고민을 하다가 난, 짝을 맞추기 위해 3명인 팀을 따랐다. 눈이 쌓인 산길을 오르다가 의자가 비치되어 있는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사각정자가 있는 곳에 까지 올라왔다. 여기서 헬기장 까지는 약 800m, 매바위는 900m, 매봉 까지는 약 1km가 남았다.

 

사각정자에서 잠시 머무르다 매바위 까지라도 오르고 싶어서 계단길을 올랐다. 헬기장을 조금 못 올랐을 때에 산우들을 만나 아래 사각정의 쉼터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며, 나는 위까지 조금 올랐다 내려가기로 하였다. 헬기장은 그곳에서 먼 거리가 아니였기에 헬기장을 지나서 돌문바위와 매바위에 까지 올랐다. 매바위에서 증명사진을 한매 촬영후 바로 하산이다.

 

사각정 쉼터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산우들은 없었고, 하산중 이었다. 난, 뒤따라 가기 위해 빠른 산길(생태경관보존지역)을 택하여 내려갔다. 조금 후 한 산우로부터 하산중에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같은 길이 아니기에 원터골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원터골쉼터 부터는 산우들 보다 약 10여분 먼저 내려왔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아직 그 자리에서 심신 수련에 열중이다.

 

13:20경, 원터골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산우들을 만났다. 청계산의 등산안내도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였다. 보쌈과 칼국수의 전문식당인 "한소반"이다. 점심식사를 같이 하고싶었던 전작 산우도 뒤풀이 식당으로 왔다. '한소반의 모듬보쌈셋트'는 양념샐러드에 이어 주요 음식들(김치, 돼지고기, 가오리무침, 도토리묵, 떡)과 부침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칼국수와 찹쌀죽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중에 동반시(정호용 시인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를 산행기자인 내가 잊지않고 낭송하였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면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엇그제는 금년에 첫눈이 내렸다. 첫눈 내리는 날, 이 시를 읽고,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면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낭만과 추억이 많다면 풍부한 인생을 산 것이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지 않던가. 첫눈은 본격적인 겨울로 진입한다는 신호이다. 설레임도 없고, 낭만과 추억을 끄집어 내는 것 조차도 귀찮아 한다면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리는 설레임은 누구에게나 있다. 지금 내 자신은 어느쪽에 있는지, 해물파전에 막걸리라도 한 잔 걸치면서 반추해 볼 일이다. 그리고 또 눈 내리는 날 보고싶은 사람과 만날 약속을 한번쯤은 해 보시라!

 

정호승 시인(1950~)은 경남 하동 출생으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정치적·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슬프고도 따뜻한 시어들로 그려 냈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1979)",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포옹(2007)" 등이 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시는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2002)"라는 시집에 실려 있다.

 

정호승은 슬픔의 시인이며, 이별의 시인이다. 아울러 그는 새벽과 별의 시인, 곧 기다림과 희망의 시인이다. 그의 상상력은 가난·고통·불행·소외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처지를 모른체해서는 안 된다는, 그들과 함께 괴로워하며 함께 울어야 한다는 강한 윤리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

 

뒤풀이 때에는 시산회의 운영과 관련되는 좋은 이야기를 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가고싶은 산과 회비에 관련되는 의견들이다. 우리 시산회 년회비가 많으면 총장님이 산행을 운영하기가 좀 쉬울 것이다. 년회비의 납입에 대해서는 총장님의 운영사항 이기에 납회때 협의를 하여야 할 사항으로 본다. 금년 납회도 이젠 1개월도 남지 않았다. 다음 산행때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것을 기원하며, 청계산 산행기를 맺는다...

2018년 11월 26일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이번 산행은 형평에 맞춰 동서남북중으로 정하는 관례에 따라 수락산으로 정한다. 다만 서쪽은 바다에 인접해 산의 수가 적고 나ㅇ라의 지형상 북이 가장 많고 다음은 남이 많다. 그렇다고 중앙으로 편중할 수 없는 입장임을 잘 이해하고 감안하시라. 내려와서 점심을 먹는다니 높이 올라갈 것 같지 않다. 집에 있느니 많이 와서 맛나게 식사하고 가시라.

 

4.동반시

시인은 화순이 고향이며, 광주여상과 한신대학원 문예창작과를 나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곱고 생각이 깊은 시인다운 분인 것은 확실하다. 세 번째 시집에서 뽑았으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시다. 내 세 번째 시집은 난산 중이다. 시산회 송년모임이 마감이 가까워야 "에이 모르겠다"고 원고를 보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꽃분에 물 주듯이 / 이명덕

 

붉어진 얼굴로 제 가슴 안에

봄빛을 그리고 있는 베고니아

그 향기 넋 놓고 보는데

손등에 나비 한 마리 그려준다

 

그저 본능적으로 물을 주었을 뿐인데

꽃의 일생이 지나가고 있다

 

사월 강물 빛과 네 숨을 꽉 끌어안고도

가슴팍 어디쯤에 나비 한 마리 그리지 못하는

시름 많은 사랑이 피고 지는 동안

 

상처가 아름다운 그대

또 한 번의

꽃 지는 긴 섭섭함으로

꽃분에 물 주듯이

당신이 있건 없건 화분에 모시니

꽃말이나 알려주면 안 될까

 

사랑, 그거 물 한 사발 퍼주는 거라고

시큰둥하게 말해주면 안 될까

 

2018. 12. 6.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