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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대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51회 산행)

대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51회 산행)

집결일시 : 2019. 1.12.(토) 10시 30분

집결지 : 일원역 5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나비
-임승빈(1953~ )

시아침 12/26

참 묘한 일이지

 


아내가 나 먹으라고 사과를 깎는데 껍질부터 벗기지 않고 먼저 반으로 딱 자르는데 거실 가득 넘치던 햇살도 갑자기 딱 소리가 나도록 부러지더니 순간 접시 위에 날아와 앉는 흰 나비 한 쌍
그렇구나 저 봄날 사과밭을 날아다니던 흰나비 한 쌍 여태도록 사과 속에 숨어 있었구나 사과 속을 빠져나와 딱하고 부러진 세상 날아오르는구나
스물 몇 해 꼼짝없이 내 캄캄한 교만과 오기 그 무서운 무능과 무지 속에 갇혔던 나비 어떻게든 그 어둠 치고 나와 지금 저 식탁에 앉아 고요롭구나 봄빛이구나
(...)

두 쪽 난 사과에서 사랑의 흰 나비가 날아오른다. 그걸 가둔 건 내 마음의 어둠. 나는 스물 몇 해나 사랑을 돌보지 않고도 버젓이 살아 있구나. 삶은 사랑의 맹목이었는데도 겨울 식탁에 무사히 도착해준 날개 한 쌍, 먼 봄빛.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50회 ‘안산자락길’ 산행기”<2018.12.23.(일)> / 김일화

 

◈ 산행일/집결장소 : 2018년 12월 23일(일) / 3호선 독립문역 4번출구 (14시)

 

◈ 첨석자 : 32명 <산행시 참석: 18명(갑무, 정남, 일화, 재일, 종화, 진오, 양주, 상수, 재홍, 윤환, 경식, 원무, 전작, 문형, 근호, 양기, 천옥, 삼모) / 납회시 참석: 14명(세환, 동주, 창수, 형채, 정우, 계신, 재웅, 종진, 동준, 정한, 해황, 영훈, 광일, 황표)>

 

◈ 산행코스 : 독립문역-서대문독립공원-안산자락길-전망대-너와집쉼터-옥천약수터-무악정-서대문형무소역사관-독립문역

 

◈ 동반시 : “내일도 나하고 놀래” / 김화연 및 "방랑자의 노래" / 도봉 김정남

◈ 뒤풀이(납회) : 생선회 등에 소·맥주, 막걸리 / "종로활어회" → 이계신 산우 협찬

 

시산회 제 350회 산행 및 납회의 날이다. 금년의 마지막 산행이다. 점심식사 후 오후 2시까지 독립문역에서 집결했다. 삼모 친구는 몇 년만에 모처럼 참석한 산우이다. 나 또한 안산자락길 산행에는 불참하려 하였으나 그럴 수가 없어서 오래간만에 참석을 하였다.

 

오늘 안산 산행은 집결시간까지 도착한 산우들(15명)만 먼저 출발이다. 서대문독립공원의 3.1독립선언기념탑, 독립관 및 순국선열추념탑에서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서대문형무소 역사박물관과 이진아기념도서관 옆에서 방향을 잡은 후 ‘안산자락길’을 걷기로 하였다.

 

‘안산자락길’은 7㎞ 길이의 전국 최초의 순환형 무장애 자락길로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 보행약자는 물론 휠체어, 유모차도 쉽게 숲을 즐길 수 있는 숲길이다. 안산자락길은 구간별로 아까시숲, 메타세콰이아숲, 가문비나무숲 등 다양한 숲길을 즐길 수 있으며,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한강, 인왕산, 북한산, 청와대 등 다양한 조망을 즐길 수가 있었다.

 

또한 안산자락길 주변에는 서대문독립공원과 형무소, 그리고 조선시대 세종때 만들어진 봉수대, 신라 진성여왕 시기에 창건된 봉원사 등 역사적인 명소가 가득하다. 안산자락길은 안산을 둘러싼 순환형 자락길로 2호선 신촌역과 3호선 홍제역, 무악재역, 독립문역과 가까워 접근이 매우 용이하였다.

 

안산자락길은 독립공원, 서대문구청, 연희숲속쉼터, 한성과학고, 금화터널 상부, 봉원사, 연세대학교 등에서 쉽게 숲길로 들어갈 수가 있어 접근성이 쉬웠다. 접근이 다양한 만큼 출발지에 따라 느낌도 확연히 달랐다.


옛 서울 서쪽 관문인 독립문사거리 옆 독립공원, 독립공원엔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서대문형무소가 있고, 그 뒤로는 안산의 한적한 숲길을 따라 자락길이 조성되었다.

 

2013년 11월에 개통된 ‘안산자락길’은 총연장 7km로, 계속 거닐다 보면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고 보행약자도 안산에서 산림욕을 즐기며, 편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순환형 무장애 숲길’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무장애숲길 중 오르내리는 편도형이 아닌 순환형으로 완공된 숲길은 전국에서 처음이란다.


안산 무장애자락길에서는 메타세쿼이아, 아까시나무, 잣나무, 가문비나무 등으로 이뤄진 숲을 즐길 수 있으며 흔들바위, 너와집쉼터, 북카페, 숲속무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만날 수 있다. 낮지만 웅장한 안산, 그 안산이 내어준 자락길의 한적한 숲길을 지나 독립공원으로 되돌아오는 여행은 발로만 느끼기에는 보고 생각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서울 도심에서 푸르른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코스 중에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 안산둘레길이다. 신촌 부근에 자리한 안산은 해발 296m의 완만한 산으로 왕복 7km, 약 2시간 30분 정도의 걷기 좋은 둘레길이 나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운동코스로 사랑받고 있었다.

 

왕벚나무숲, 자작나무숲, 메타세콰이어숲 등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산책길은 조용히 사색에 젖을 수 있을 만큼 한적하다. 봉수대가 있는 안산 정상에 오르면 서울을 둘러싼 인왕산과 북한산,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가 있었고,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다닐 수 있는 나무데크 길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의 나들이 코스로도 적합하였다.

 

안산둘레길을 조성하는데 약 50여 억원이 투입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여기 공사에 들어간 돈 만큼이나 안산 둘레길은 돈 값어치를 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돈만 들어갔다고 명품둘레길이 되는 것은 아닐것이며, 여기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는게 큰 장점이다.

 

바로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비롯한 여러나무가 대규모로 숲을 이루는 가운데로 길을 냈다는 것이다. 서울 근교에서 이렇게 대규모 숲을 접하는 곳도 흔치않은 풍경이다. 일상에 지친 근처 주민들뿐만이 아니고, 걷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일부러라도 한번씩은 사시사철 어느계절을 구분하지 말고 꼭 다녀가시기를 추천해 본다.

 

무악정에서 능안정 방향으로 가다가 시계를 보니 15시30분이 지나 뒤풀이(납회)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렀다. 상수, 재일 친구는 잠시 봉수대 까지 다녀오고 싶다하여 안산 정상을 오르고 있다. 가는 중 각 쉼터마다 운동기구를 조성하여 많은 산객들이 운동다.

 

날머리는 서대문형무소 역사박물관의 옆이라 서대문독립공원 3.1운동기념탑쪽으로 다시 순환, 독립문역(4번출구)에서 산우들과 만나 종로3가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여 동대문역에서 내려 뒤풀이(납회)를 할 식당인 ‘종로활어회’ 집으로 이동하였다.

 

안산자락길을 갔었던 산우들은 16시50분 전까지 뒤풀이(납회) 식당에 도착을 하였다. 납회때 참석을 하겠다던 친구들이 거의 참석을 하였을 15시경에 이 총장님 개회선언에 이어 한 회장님의 인사말이 있었고, 금년 시산회에 모범적인 산우들에엔 포상이 있었다.

 

또한 시산회 발전을 위하여 재경동창회와 김동주 회장님의 회비 협찬이 있었고, 회비의 인상(10만원→15만원)에 따른 협의가 있었다. 내년도 총장님(고갑무)의 인사말과 함께 내명년도의 총장님으로 황표 산우를 지명하였다. 오랜만에 참석한 세환 친구가 가지고 온 마나님(김화연) 시집과 정남 친구의 시집을 받은 후 두 시집에서 최근호 산우와 한천옥 회장님은 좋은 시 한 편씩(시집 제목 시)을 골라 시낭송을 하였다.

 

“내일도 나하고 놀래” / 김화연 <※ 시낭송 최근호 산우>

 

심호흡하고 때려봐

하늘 저편 초록의 둥지까지 날아오르도록

근심 묻은 빨 주 노 초 문신일랑 접어두고

가슴 깨질 듯이 힘껏 때려봐

한참을 가도 돌아보지 마

어디로 가고 있나

어디로 떨어지고 있나

바람이 손짓하는 하늘을 날고 있어

 

때려야만 날아가는 나

때려야만 날개를 펴고

알바트로스이글의 무리에서 놀 수 있어

풀어져 땅 위에 뒹굴면

접힌 날개는 덩굴속에서 허우적거려

잔디 위에 궤적을 그리며

땡그렁,

중심으로 안착하려면

 

벌타(伐打) 없이 바람을 가르는

타격(打擊)의 비행은 끝마쳐야 해

 

그러니 어디에 떨어지든

만지면 흙먼지 털고

또다시 일어서는 나

 

내일도 나하고 놀래?

 

“방랑자의 노래” / 도봉 김정남 <※ 시낭송 한천옥 회장>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나며

방랑은 방황과 낭만이 함께 그린 그림자

땅거미 지기 시작할 때 시작한 노래는

새벽 초승달 눈 웃음으로

그믐달 눈썹을 그린다

 

노래가 끝나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면

돌아간 들 시간과 공간이 변하고

옛 마음이 아닐 터

발걸음 재촉하는 보름달 기린 구름

짧은 손 길게 뻗어

 

구름을 걷어 제치고 싶은 마음

깨끗한 어둠이 좋아 그만 둔다

방랑과 어둠은 다른 발음의 같은 뜻

길 위의 길에게 묻는다

내가 돌아갈 곳은 어디 있는가

 

저녁 20시경에 한 회장님의 뒤풀이 마무리 선언으로 2018년도 납회의 시간을 마쳤다. 이계신 산우는 금년에도 납회(회식) 비용 협찬과 함께 여러 산우들은 시산회의 전통을 위하여 뜻깊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동안 수고하신 시산회의 집행부와 회원들에게 감사하고, 모든 산우들의 건강을 빌며, 황금돼지의 해, 2019년(己亥年) 때에도 시산회의 발전을 기원해 본다. 화이팅!

2018년 12월 26일 김일화 씀.

 

3.오르는 산

새로운 총장이 탄생했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산우다. 그러므로 올해 시산회를 잘 이끌어갈 것으로 믿는다. 그를 오래 봐온 나의 직관이다. 나도 그에게 적극 협조할 마음으로 12번은 나가려 한다. 다만 먼 곳이나 높은 곳은 산우들에게 폐를 끼칠 것이 예상되므로 가기 어려울 것이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 임 수석이 발을 삐어 걱정이다. 무릅이 아파 고생을 하고 있는데 거기까지 아프니 참으로 걱정된다. 쾌유를 바란다. 세 번째 시집을 내는 데는 산우들의 음덕이 크다. 사실 손가락 끝이 아파 자판을 두드리면 오탈자가 많이 나오고 속도도 느려져 중도에 포기할 마음이 자주 생겼지만 명색이 시산회인데 매년 누구라도 시집을 내야 한다는 묘한 사명감이 생겨 마음을 다잡아 부족한 시집이니마 냈다. 산우들의 격려와 기뻐하는 마음을 보니, 기쁜 마음을가지고 글 쓰기는 멈추지 않아야겠다. 또 달리 할 일이 없으니 뭐라도 끄적거리려면 도서관에 자주 나가야 하고, 명상도 쉬지 않아야 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현재 자리가 어딘가를 알기에는 명상이 좋다. 마침 법과 등불의 회원 중에 개인수행처를 갖고 있는 분이 사용하고 있지 못하니 내게 차례가 돌아온 것이다. 내년에는 무엇을 낼 것인가 구상 중인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너무 부족한 까닭이다.

 

4.동반시

기세환 회장의 어부인이 낸 시집 중에서 골랐다. 내게 나비는 '장자의 나비'라는 시를 발표한 이후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좋은 시가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골라봤다. 매우 뛰어난 직관에 따른 서정성이 강하다. 산우들의 입맛에도 맞을 것이다. 물론 기 회장에게 사전 통보를 해서 승락을 받았다.

 

나비 / 김화연

 

베란다 밖 유리창 너머에

봄 나비가 난다

실금을 긋는 날갯질이 햇살을 이어 붙인다

아름다운 두 눈 같은 나비들

하얀 날개가

공기를 가르는 춤을 춘다

 

열다섯 거울 위에 앉아

처음 나비를 보았다

물끄러니 쳐다보는 두 눈에

내가 내게 들킨 날이었다

어쩌면 나도 한 송이 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겨드랑이에서 아지랑이가 올라오고

손과 발, 뺨은 더욱 수줍어졌다

나는 정원,

유독 설레는 봄이었다

 

내 몸에 나비가 날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오줌이 마려울 때마다

나비가 마렵다고 생각했다

따뜻하지 않은 오줌이 있을까

쭈그려 앉아 나비를 생각하면

졸졸 얼음이 녹고 개울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여전히 봄 나비가 날고

거울은 깨졌다

 

2019. 1. 11.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시산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