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의 눈물 / 도봉 김정남
우리 모두는 마음에 바늘을 꽂고 산다
바늘이 못이 되기 전에
못이 돌 깨는 정丁이 되기 전에
바늘을 빼야 반듯하게 산다
바늘이 보이지 않을 때
눈을 감으면 보인다
바늘이 사람을 찌르면 슬픔이
그것이 아픔이 되고
천을 찌를 때 옷이 되고 이불이 된다
세로로 설 때 창이 되고
바늘이 가로로 누울 때 나침반이 제몫을 하고
제대로 방향을 가리킬 때
온전히 자신이 된다
인간은 기억과 현실을 먹고 산다
행복은 기억과 인과가 만나 산술적 결합이 아닌
물리 · 화학적 반응을 통과하여 변화로
잘 버무려질 때 빛을 낸다
자신은 확신이고
남의 경험의 신념을 아집으로 볼 때
동굴에 가둔 행복일 수 있다
때로는 오랜 두려움이 반격이 아닌
반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 반동은 인연의 버림과 떼어냄
떼어내 버릴 것이 많다는 것은 무위無爲의 즐거움
다가올 시간과 사건에 대한 기대
그러나
우리 모두는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영원한 것은 없다고 배우고 익혔다
이제는 시간의 바짓가랑이나
번개의 치맛자락이나
신의 소맷자락도 놓아주어야 할 때
어차피 길 위의 삶
홀연히
길을 떠나야 한다, 죽음이 될지언정 새로운 인연 찾아
*바늘: 고정관념 및 오해의 은유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