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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빛과 소립자 / 도봉 김정남

빛과 소립자 / 도봉 김정남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시인 선생님은 행여 과학이 시의 소재가 되겠냐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주장은 빛을 잃어가고 빛의 속도와 중력의 속도는 같다는 것과 우주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한다는 가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더 많다는 방증이고, 우리가 앉은 의자와 딛고 서 있는 땅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원자를 이루는 전자의 전자기력의 강한 반발력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를 이루는 원자핵, 곧 양성자 및 중성자와 전자의 성분이 소립자가 이루고 있으며, 원자의 대부분이 공간이라는 것은 종교와 철학의 진공묘유적 관계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감히 신앙으로 과학을 무시하거나 뭉갤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기 바랍니다. 아인슈타인을 얼마나 아십니까. 상대성이론의 만분의 일이나 아십니까. 그 이론이 증명되기까지 100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것이 부정되기까지 10년밖에 걸리지 않을지 누가 압니까. 혹여 나를 포함한 여러분은 무식과 무지 사이에서 헤매는 하이에나 같은 존재가 아닌지 모릅니다. 존재의 목적인지 이유인지 그 원인이 되는 이기심으로 철저하게 무장한 인간이며 우리의 조상이 아프리카 흑인이라는 진실에 가까운 가설을 알려주는 것은 과학입니다. 비타민D와 멜라닌의 작용의 상관관계를 알기나 하십니까. 무식하거나 무지하면 용감합니다. 그 용감을 세계 평화에 사용해 보십시오. 나야 무심을 최고의 덕목으로 알고 사는 사람으로서 뒷모습이나 보여주고 사는 사람이니 논외로 쳐주면 고맙게 살겠습니다. 노파심 혹은 노심으로 하는 말인데 내게 술 한잔 사주고 되사주지 않는다고 나무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는 가지지 못해 아쉬운 것 없는 무소유의 사람이므로 남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관심을 갖지 않는 청맹과니입니다. 그렇다고 법정 스님의 제자는 아닙니다. 다만 본 적도 없는 그분의 향기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꽃의 향기는 십 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백 리를 가도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지 않습니까.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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