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취하다 / 도봉 김정남
하늬바람이 불 때
도봉산 쪽동백나무에 머물며 동박새와 희롱하고
숨어있던 명주바람이
섞어내는 무늬는 새털구름을 닮아
구름을 끌어다 어깨에 붙이고 주인 없는 하늘을 난다
푸른색을 마음껏 들이킨
새에게는 하늘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칠흑이 내리고 별빛에 의지하다
바람에 취해 갈 곳 몰라
헤매다
떨어진 곳은 지리산 혁명의 피를 먹고 자란 산죽나무 숲
도망치고 싶은 욕구가 사라진 지금
죄 없는 마지막 낭만을 위하여
꿈에도 그리던 한라산 백록담은 언제나 가볼까
나의 바람은 지리산 꼭대기는 가도 바다를 건너지 못한다
그러나 바람을 타고 올라간 백록담은 혁명의 전설을 닮아 있었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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