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사 - 산사山寺의 새벽 / 도봉 김정남
봉선사 사천왕상과 금강역사 앞에서
지장전地藏殿*을 곁눈질하며
붓다가 앉은 연꽃자리
어둑새벽까지 맴돌다가
주저앉고서 맥 풀려 목 놓고
맵찬 바람 이기지 못하고
돌아서면서 부끄러움에 몸을 떨었다
금강역사는 두려웠고
사천왕은 오히려 친근해졌다
다리 풀리고
나 그리고 우리는
거친 바다에 떠도는 섬이라서
하늘과 바람이 어둡고
땅이 반가울까만
내딛기 저어하게 되면
사하촌寺下村으로 내려갈 때
길섶 사이로 난 좁은 물길
옹알이 소리에
마침내
떠오른 해는 가슴을 친다
가슴 속 돌이 된 응어리를 맷돌 갈면
몸 돌려
일주문 앞에서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인다
*지장전地藏殿 : 지장보살을 모시는 전각. 지장보살은 지옥에 빠진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을 때까지 해탈열반하지 않고 지옥에서 윤회를 계속하는 대승의 보살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꽃 언덕에서 / 道峰 김정남 (0) | 2020.12.04 |
---|---|
회색인의 전설 / 道峰 김정남 (0) | 2020.12.02 |
복권에 대한 신화적 고찰 / 도봉 김정남 (0) | 2020.11.29 |
바보들의 바다 - 장자의 소요유逍遙遊를 읽고 / 도봉 김정남 (0) | 2020.11.28 |
철학과 예술의 관계 – 이ㅇㅇ 교수의 강의를 듣고 / 도봉 김정남 (0) | 2020.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