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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봉선사 - 산사山寺의 새벽 / 도봉 김정남

봉선사 - 산사山寺의 새벽 / 도봉 김정남

 

 

봉선사 사천왕상과 금강역사 앞에서

지장전地藏殿*을 곁눈질하며

붓다가 앉은 연꽃자리

어둑새벽까지 맴돌다가

주저앉고서 맥 풀려 목 놓고

맵찬 바람 이기지 못하고

돌아서면서 부끄러움에 몸을 떨었다

금강역사는 두려웠고

사천왕은 오히려 친근해졌다

다리 풀리고

나 그리고 우리는

거친 바다에 떠도는 섬이라서

하늘과 바람이 어둡고

땅이 반가울까만

내딛기 저어하게 되면

사하촌寺下村으로 내려갈 때

길섶 사이로 난 좁은 물길

옹알이 소리에

마침내

떠오른 해는 가슴을 친다

가슴 속 돌이 된 응어리를 맷돌 갈면

 

몸 돌려

일주문 앞에서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인다

 

*지장전地藏殿 : 지장보살을 모시는 전각. 지장보살은 지옥에 빠진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을 때까지 해탈열반하지 않고 지옥에서 윤회를 계속하는 대승의 보살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