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냄새 / 道峰 김정남
시절이 하도 수상하여
이사의 냄새에는 먼지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버리려고 책 정리를 하다
서가 첫 칸의
철학과
문학과
양자론과
상대성이론에서는
향기가 났는데 맑았다
둘째 칸에서
피의 향기가 났다 수상하다
냄새를 찾다가
겨우 찾은 책 속에서
역사와
민주와 공화와
종교와 혁명에서 피비린내가 풍기고
백과사전에서
세상의 모든 냄새가 비벼져
삶의 냄새가 났다 거칠다
그 냄새를 완화할 코가 퇴행하고 닳아
궁금증을 버무렸더니
색은 왜 검정이 되고
빛은 흰색이 되는가를 밤새
현미경으로 궁리하다가
하현달은 먼 바다로 이동하는 하천에 얕게 잠기어 기울어가고
어둑새벽을 지나 날이 새고
깜박 졸다가
바람의 꿈이 결론이 되어
중랑천으로 가라앉는다
바람을 닮은 세상의 냄새는 역시 수상하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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