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록

광교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403회 산행)

광교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403회 산행)

모이는 곳과 시간 : 신분당선 광교역 1번 출구 2021. 2. 13.(토) 10시 30분.

참석 : 현재 8인. 아직 빈 자리 무한.

 

1.시가 있는 산행

 

노래는 아무것도 / 박소란

폐품 리어카 위 바랜 통기타 한 채 실려간다

한 시절 누군가의 노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

아랑곳없이 바퀴는 구른다
길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라

다만 흉터였으니
어설픈 흉터를 후벼대는 무딘 칼이었으니

칼이 실려간다 버려진 것들의 리어카 위에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기어이 비집고 나와 찬바람에 속절없이 날아오르는 오리털처럼,
가끔 저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다.
아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문득문득 되돌아오는 것이고,
우리는 덜컹거리는 시간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악보 같은
전철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제법 멀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차산역을 지날 때,
나는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노래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칼에 찔린 채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처럼,
마음의 흉터에서 피가 번지는 저녁이었다.
모든 몸은 버려진 악기였다.

 

2.산행기

제402회 시산회 청계산 산행기 / 남기인

일시 : 2021년 1월 24일(일요일)

장소 : 청계산 옥녀봉

참가자 : 1진(종화, 경식, 양기), 2진(세환, 황표, 기인), 3진(정남)

 

10시30분에 청계산입구역 2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게으름의 끝은 어디일까?

찌뿌듯한 몸 상태,

코로나 감염 위험,

둘째 아이 내외가 온다는 연락,

따지고 보면 핑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상이 어수선하여 누구에게 함께하자고 권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냥 집에 방콕하면 오히려 컨디션은 더욱 좋지 않을 듯하여 산에도 가고, 친구들 얼굴도 보고 싶어 집을 나섰다.

 

항상 가기 전에는 망설이지만 다녀오면 잘했다 생각되는 것이 시산회 모임이다.

솔직하게 한강 이북의 시산 모임은 참가하기 어렵다. 왕복 시간만 5시간이 소요되어 너무 힘든데 청계산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코로나가 많은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전 세계 모든 시민들이 생존을 위하여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는 듯하다. 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 구분 없이 누구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이다.

 

자주 갔던 청계산 옥녀봉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은둔의 산으로 소개되었다. 나라를 뺏으려는 이씨 조선에 항거하며 고려 말 충신 三隱 중 하나인 목은 이색(牧隱 李穡)도 이곳에 은둔하였고 최근에는 추사 김정희도 이곳에서 은둔하며 추사체를 완성하였다고 한다. 비록 우리가 청계산에 은둔할 수는 없으나 우리도 머지않아 코로가가 종식되고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옥녀봉에서 확인해보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많은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포근한 날씨 속에서 가족 및 지인들과 청계산에서 소확행을 즐기는 모습이 밝은 내일을 맞이하는 듯 보였음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아직은 봄이 멀리 있어서 지나친 진달래 능선에 붉은 빛은 보이지 않으나 분명코 며칠(?) 후면 이곳이 붉게 물들어 수많은 상춘객을 맞이하리라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제 며칠 있으면 음력설이다. 우리 풍습이 서양과 달라서 음력설에 한 살씩 나이가 더해진다. 대부분의 광주고 20회 친구들이 이제 人生七十古來稀를 맞이하게 된다. 벌써 우리도 미래에 대한 큰 희망보다 지난날의 추억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때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내일의 희망에 목말라 있다.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철학자 김형식 교수는 진정한 인생은 65살부터라 했다. 우리는 김형식 교수의 말을 들으며 혹은 먹으며 성장했으므로 믿어도 된다. 우리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깨우기 위해 최근에 읽은 ‘너만의 명작을 그려라 / 마이클 린버그’는 책을 인용한다.

 

-당신의 하루하루를 걸작품으로

-길이 안 보이거든 일단 주어진 일을 해보라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 길을 처음 들어선 사람

-이 세상에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현재 위치에서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누구나 건너기 힘든 강을 만난다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일도 생긴다

-진실로 원하는 일을 하라, 아직도 기회는 있다

-혼자 우뚝 서라

-모두가 반대해도 당신이 원한다면

-열심히, 그리고 방향감각을 유지하며

-신세계는 도전하는 자의 것

-당신이 지체할 동안에도 시간은 지체하지 않는다

-당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네 단어 / 새 날, 새 운명, ?, ?.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라

-마음 부자, 주는 자의 여유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부는 5인 이상 모임과 일부 사업자들의 영업을 금지하였다. 많은 국민들의 불만을 가져왔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는데 그 불씨가 우리 시산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불만은 그것으로 그쳐야지 어디 정부의 탓인가 코로나 세균 탓이지. 굳이 따진다면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지만 확산을 막지 못한 중국 정부의 탓이라는 학자들이 많다.

 

이 어려운 시기에 산행을 계속해야 하는가의 논란을 가져왔는데 어찌 되었건 현행법을 어길 수 없으므로 청계산역에서 도착 순서에 따라 4인 이하로 구성하여 출발하였고, 중간에도 함께 모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하였다.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하산길을 과천서울대공원 쪽을 택하기로 하였다. 생각보다 먼 거리였지만 날씨가 좋아서 이른 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비록 차수는 402회 산행으로 규정하였으나 아직은 공금은 사용하지 말자는 취지로 뒤풀이 비용을 김종화 산우가 전액 부담하였다. 시산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고마움을 전한다. 물론 뒤풀이도 3명씩 분리된 공간에서 식사하여 규정을 잘 준수하는 모범을 보였음을 밝혀둔다.

 

산행 동반시(402회)

 

겨울나무로 서서 / 이재무<박형채 배급>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잎들을 떨군다.

여름날 생의 자랑이었던

가지의 꽃들아 잎들아

잠시 안녕

더 크고 무성한 훗날의

축복을 위해

지금은 작별을 해야 할 때

살다보면 삶이란

값진 하나를 위해 열을 바쳐야 할 때가 온다.

분분한 낙엽,

철을 앞세워 오는 서리 앞에서

뼈 울고 살은 떨려 오지만

겨울을 겨울답게 껴안기 위해

잎들아, 사랑의 이름으로

지난 안일과 나태의 너를 떨군다.

 

현 세태과 어울리는 시를 보내준 박형채 산우에게 감사드린다.

2021. 1. 26. 남기인 올림

 

3.오르는 산

봉천으로 이사 오기 전의 광교산이라면 차라리 근처 도봉산에 오르지 들머리까지 너무 멀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산과 산우들 볼 마음을 뭉쳐 전철에 올랐다. 일단 전철에 올라타면 전철이든 잠이든 상념이든 몸을 맡기면 됐다. 세상이 부동산 문제로 시끄럽지만 평생 아파트를 지으며 살았던 위인이라 관심이 도통 생기지 않는다. 세종시에 사는 큰딸은 장만해서 두 배가 올라도 역시 사는 집이라 관심은 별로지만 나의 반대로 때를 놓쳤다는 바쁜 회사일과 부동산공부를 하느라 넋이 나간 듯. 내가 단독주택을 싸게 지어준다는 말로 겨우 마음을 달랬다. 내게는 집으로 이르는 길이 빤히 보이지만 그미에게는 길이 보이겠는가. ‘오늘 최고매매가로 신고한 서울아파트의 44%는 며칠 뒤 돌연 취소/연합뉴스’라는 기사가 떴다. 집이 있는 자들은 즐겁고, 기자들은 신이 났고, 투기세력들은 물러날 시기만 눈치 보며 기다리고, 정책입안자들은 대개 집이 있어 ‘강 건너 불’을 닮은 정책을 펴니 서민들에게는 진흙탕으로 길만 보인다.

 

명상센터에서 어둑새벽에 일어나 잠시 상념이 잠기면서 했던 생각 하나, ‘생각까지 포함한 모든 물질은 원자가 만든 것이며, 원자는 전자와 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는 ―전하를 띤 전자와 +전하를 띤 양성자의 수가 같으며 그 균형이 깨지면 온전한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해체된다. 이것은 인간의 몸을 비롯한 모든 것이 파괴되는 무시무시한 사건이다. 세상도 선과 악이 균형을 이루어진 상태여야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세상을 선하게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우주의 존재원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짓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가 지웠다. 미리 이러한 결과를 예단하는 것 또한 미망에 빠지는 짓 같았다.

 

4.동반시

 

눈 내리는 벌판에서 / 도종환(박형채 배급)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 싶다

둘러보아도 오직 벌판

등을 기대어 더욱 등이 시린 나무 몇 그루 뿐

이 벌판 같은 도시의 한복판을 지나

창밖으로 따스한 불빛 새어 가슴에 묻어나는

먼 곳의 그리운 사람 향해 가고 싶다

마음보다 몸이 더 외로운 이런 날

참을 수없는 기침처럼 터져 오르는 이름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 있어 달려가고 싶다

 

2021. 2. 15.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