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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아차산에서 봄이 오는 향기를 맞이합시다(詩山會 제404회 산행)

아차산에서 봄이 오는 향기를 맞이합시다(詩山會 제404회 산행)

모이는 때와 곳 : 2021년 2월 28일(일) 10시 30분

 

1.시가 있는 산행

 

그런 날 / 한인준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게 뭔데


서로 마주 보고 앉은 탁자에서 '그런'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왜 자꾸 나는 당신에게 '그런' 걸 말하고 싶은 걸까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거라니


나는 탁자 위에 놓인 빈 꽃병을 본다

 

당신은 탁자를 치운다
거실 바닥에 그 빈 꽃병이 놓인다
말 없는 당신이 방으로 들어간다. 거실


뒤따라간다.


우두커니 나는 혼자서 다른 '꽃병'을 떠올린다. 떠올린 '꽃병'에
물이 담긴다
'꽃병'이

 

부서진다. 나는 젖은 채로 새로운 '꽃병'을 사러 나간다
돌아가지 않는다
길거리에 골똘히 서서 '꽃병'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꽃병' 탓을 한다


'그런' 걸 설명하지 못하거나

 

'그런' 걸 설명했다고 착각하기도 해서


마르지 않은 채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만들고 부서
뜨린 수많은 '꽃병'들, 오늘은 모두가 젖어 있다

 

2.광교산 산행기

◈ 산행월일/집결 : 2021년 2월 13일(토) / 신분당선 광교역 1번 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진(4명), 2진(4명)

◈ 산행코스 : 광교역-광교공원-수원둘레길(1코스)-형제봉-문암골-뒤풀이장소-저수지옆-경기대-광교역

◈ 동반시 : ‘눈 내리는 벌판에서’ / 도종환

◈ 뒤풀이 : '한방오리백숙'에 소주, 막걸리 / '시골농원'<광교산길 하광교동, (031) 248-4497>

 

배달민족의 2021년 새해 첫날인 설날을 보낸 다음 날이라서인지 코로나를 뚫고 광주 부모님 댁에 내려와도 마음은 뒤숭숭하기만 하였다.

 

전날 기인 총장님이 광교산에 정 박사가 안 오시면 어찌 하느냐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긴 통화를 마치고 망설이던 마음을 아버님께 말씀드리고, 치매환자인 어머님을 돌보시는 아버님을 뒤로 하고, 설날 기차에 몸을 싣고 귀가하였다.

 

황표 회장님을 광교역에서 가장 먼저 만났는데, 엊저녁 올라왔느냐며 고마워하던 눈빛으로 찡하게 가슴을 적시며 광교산행을 시작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월 15일부터 2단계로 가지만, 산행은 여전히 한 그룹이 5인 미만이라 청계산 신령님께 내림받아서 걷기가 수월해진 정남 산우랑 윤상, 갑무 및 내가 1진으로 먼저 출발을 하였다.

 

조금 늦겠다는 종화 산우를 기다리는 2진은 10여분 늦게 출발했어도 형제봉 가는 길목 문암골 입구에 도착하기 전에 반딧불이화장실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에 뒤쫓아 와서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광교산을 만끽하였다.

 

형제봉을 점찍고 내려온 산우들과 기다리던 정남 산우를 불러 4인 기준의 두 자리로 구분하여 좌정하였고, 먼저 동반시를 멋들어지게 낭송하였다. 작년 광교산 산행 시에 정한 산우는 낭낭한 내 목소리를 듣고 앞으로는 정 박사가 동반시를 낭독하시라는 생각도 나고, 광교산이 내게 좋은 기운을 주는 것 같아 설 연휴 회포도 풀 겸하여 기분이 좋았다.

 

눈 내리는 벌판에서 / 도종환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 싶다

 

둘러보아도 오직 벌판
등을 기대어 더욱 등이 시린 나무 몇 그루 뿐
이 벌판 같은 도시의 한복판을 지나

 

창밖으로 따스한 불빛 새어 가슴에 묻어나는
먼 곳의 그리운 사람 향해 가고 싶다

 

마음보다 몸이 더 외로운 이런 날
참을 수없는 기침처럼 터져 오르는 이름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 있어 달려가고 싶다

 

봄향이 가득한 날씨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산객들이 올라온다. 막았던 길목을 열어놔서 이번엔 형제봉 바로 밑의 문암골로 가는 길목을 타고 뒤풀이 예약 장소로 내려와 가성비가 최고라며 홍 회장님이 좋아하는 오리백숙으로 마감을 하였다.

 

나는 딸사위 집에 가기로 한 약속 때문에 황표, 갑무 산우의 안내로 잠원역에 무사히 도착하여 잘 먹고, 맛있게 마시고 수원시 영통에 귀가하니 21시 30분이 넘었다.


시산회 가입 후 난, 광교산 산행이 어느 덧 세 번째이다. 모두들 아프지 마시고, 힘냅시다. 시산회 산우들아! 2월 28일 404회차 아차산 산행 시에 광나루역에서 많은 산우들이 만나 뵙 길 소망할게요.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하면서.

 

2021년 2월 14일 정일정 씀.

 

3.오르는 산

3일연휴이니 직장인인 딸부부가 무척 반긴다. 명상센터에 들어가 봄맞이 대청소를 하려 했으나 산행으로 마음을 정하니 이도저도 모두 즐거운 일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낮의 온도가 15도를 맴도는 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겨우내 쌓였던 것들을 털고 해황이가 나와 준다면 춤이라도 추련만. 입춘이 지나갔으니 70의 從心을 반갑게 맞이하자. 아차산은 넉넉하게 흐르는 한강을 보면서 완주해야겠다.

 

4.동반시

 

봄이 오는 소리 / 김수일(박형채 배급)

 

서럽도록 추워도

새봄은 오는 거야...

귀 기우려 잘 들어봐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땅 속에서도 바람결에도

여린 봄내음

저 멀리 봄이 오는 소리

 

기다리다 보면

버들개지 아프게 눈 터지는

새봄은 오는 거야

 

2021. 2. 27.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이는 詩山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