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둘레길을 갑니다(詩山會 제405회 산행)
모이는 날짜와 곳 : 2021. 3. 13.(토) 10 : 30.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1번 출구
산행안내 : 홍황표 회장님
1.시가 있는 산행
푸른 심연에게 / 김해자
목련꽃 하나 팔랑거리며 내 머리에 떨어졌다
발길질과 숱한 곤봉에 짓밟혀 뭉개진 얼굴에 시를 새긴 목련 꽃잎, 붙여주던 내 어린 봄날의 연인아, 더 오래 사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더 깊이, 사랑하지 못했다는 것 내 뼈저린 회환은, 몰매가 쏟아지던 네 등짝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것, 붉은 상처에 겨우 약이나 발라주고 울음 그치길, 기다렸다는 것 죽지는 말자고 당분간, 그런 약속이나 손가락 걸고 했다는 것
네가 되어주지 못했다는 것 내 뼈저린 후회는, 물속에 파묻힌 네 목소리에 내 귀가 젖지 못했다는 것, 해저에 잠긴 네 차디찬, 발목에 내 입술이 닿지 못했다는 것
시인의 고향이 목포이므로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어서 읽으면서 추억이 새록새록 봄처녀 가슴마냥 설레네. 유신으로 얼룩진 대학시절 청량리 경찰서에 끌려갔던 더러운 기억도 생각난다. 하필 대학의 교화가 목련꽃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도봉생각
2.산행기
제404회 아차산 산행기 / 한천옥
산행월일/집결 : 2021년 2월 28일(일) / 광나루역 2번 출구 (10시 반)
참석(12명) : 1조(천옥, 원무, 갑무, 경식), 2조(황표, 세환, 윤상, 양기), 3조(종화, 한, 정남, 진오)
산행코스 : 광나루역 - 아차산 입구 - 아차산 3보루(아차산 정상) - 범굴사-고구려대장간마을
동반시 : 봄이 오는 소리 / 김수일, 그런 날 / 한인준
뒤풀이 : 온 추어탕
대장간마을에 주차를 하고 광나루역 2번 출구로 갔다. 남 총장을 비롯하여 벌써 여러 명의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남 총장은 피치 못할 선약이 있어 함께 산행을 하지는 못하지만 출발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멀리서 여기까지 왔다네요~. 책임감에 대한 존경심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지 않은 시기라 선착순 4명씩 조별로 출발을 하였다.
최종적으로 아차산 정상이 있는 아차산 3보루에 집결하기로 하고......
사전 답사를 다녀왔기에 1조원 세 명과 함께 먼저 출발하였다. 자투리 텃밭 위쪽의 공터에서는 오늘도 파룬궁 수련자들의 수련 모습이 눈에 띠네요~. 가장 강열한 일당독재주의국가인 중국의 탄압을 받는다면 그들의 반대적 입장으로 미루어도 될 런지 궁금하다. 남산 한옥마을 아래가 그들의 통상적인 집결지다.
아차산 입구에 있는 종합안내도에서 오늘의 코스를 확인하고, 바로 능선까지 올라갔다. 미세먼지가 약간 있긴 하지만 날씨가 온화한 탓인지 아차산을 찾은 인파가 장난의 표현을 넘는다.
런닝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어 능선에 오르자마자 외투 하나를 벗어 배낭에 넣고 능선길을 올랐다. 많은 인파속에 모형자동차도, 산악자전거도 아차산 산행의 악세사리다.
해맞이 전망대에서 시원스런 주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였다.
3보루에 도달하자 경식이가 빠른 걸음으로 앞서 간다. 가장 먼저 정상을 밟겠다는 의지의 표출인가? 헐레벌떡 뒤쫓아 가서 인증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널따란 3보루 잔디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2조, 3조까지 도착하여 조별로 자리를 잡고 간식타임을 가졌다.
동반시를 낭송해야겠죠?
‘봄이 오는 소리/김수일’을 낭송하였다.
봄이 오는 소리 / 김수일
서럽도록 추워도
새봄은 오는 거야
귀기우려 잘 들어 봐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땅속에서도 바람결에도
여린 봄내음
저 멀리 봄이 오는 소리
기다리다 보면
버들개지 아프게 눈 터지는
새봄은 오는 거야
그간 마음에 걸렸던 짐을 훌훌 털어 버려 날아 갈 듯한 기분이었을까요?
시가 짧았는지 흥이 돋았는지 홍 회장님이 시 한수를 낭송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항상 처음에 올리는 산행시 ‘그런 날 / 한인준’을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하는 표정이 시만큼 당황스러운 목소리다. 특이한 시다.
그런 날 / 한인준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게 뭔데
서로 마주보고 앉은 탁자에서
‘그런’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왜 자꾸 나는 당신에게 ‘그런’ 걸 말하고 싶은 걸까?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거라니
(중략)
마르지 않은 채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만들고 부서뜨린 수많은 ‘꽃병’들
오늘은 모두가 젖어 있다
야~ 호~~
봄 소풍을 온 기분이네요~
각자 가지고 온 간식을 꺼내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아차산 정상(295.7m)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범굴사(구 대성암)를 거쳐 고구려대장간마을 쪽으로 하산하였다. 갈비탕을 먹으려고 갔으나 4인 1조의 정부방침에 차례가 밀려있다. 멀리 추어탕집이 보여 갔으나 역시 나눠앉았다. 4인에 한 병의 막걸리 한 병으로 만족하고 조용히 뒤풀이를 끝냈다.
405회 산행 때도 건강한 모습으로 보세나~ 친구들!!!
2021년 3월 7일 천옥 씀
3.오르는 산
목을 다쳐 수년을 거의 산행을 하지 못하다가 구룡-대모산을 따라 갔다가 불국사에서 부득이 하산했는데 한 교장이 동반 하산을 해준 기억이 난다. 404회 때 진오, 종화, 한이 도와줘 아차산 정상을 올랐으니 이번에도 용기를 내본다. 삭히지 않은 싱싱한 국산 홍어를 주문했는데 겨우 구했다는 연락이 와서 품질을 보고 가지고 가겠다. 별로면 동원골뱅이를 사가면 그도 좋다.
4.동반시
형채 산우가 올린 시 중 아래 시를 골랐는데 검색하여 찾아보니 3가지의 버전이 나온다.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어 중간 길이의 시를 동반한다. 春來不似春은 중국의 4대 미녀 중 왕소군이 정략결혼을 한 후 변방에서 심경을 표현한 것이므로 상당히 애처럽지만 아래의 시는 춥고 긴 겨울이 가고 생동의 봄이 오면서 지은 사랑가로 생각하고 읊어보시라.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박형채 배급)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 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2021. 3. 12.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