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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고덕 일자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407회 산행)

고덕 일자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407회 산행)

모이는 날 : 2021. 4. 10.(토) 10 : 30

모이는 곳 : 9호선 종점 중앙보훈병원역 1번 출구

안내 : 김종화

 

1.시가 있는 산행

 

4월 / 반기룡

바람의 힘으로
눈 뜬 새싹이 나풀거리고
동안거 끝낸 새잎이 파르르
목단꽃 같은 웃음 사분사분 보낸다

미호천 미루나무는
양손 흔들며 환호하고
조치원 농원에 옹기종기 박힌
복숭아나무는 복사꽃 활짝 피우며
파안대소로 벌들을 유혹하고

산수유 개나리 목련화는
사천왕처럼 눈망울 치켜뜨고
약동의 소리에 귓바퀴 굴린다

동구 밖 들판에는
달래 냉이 쑥 씀바귀가
아장아장 걸어나와
미각 돋우라 추파 던지고

둑방길에는 밥알 같은
조팝나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다

 

-미호천은 청주에 있든가? 청주 사람과 많은 인연을 맺어 반갑다. 마치 정지용의 시 ‘향수’ 같은 생각이 들어, 이런 낭만적인 시를 쓰는 나이가 지난 듯하니 서운하지만 내 갈 길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 5집 초안을 버리고 새로운 공부를 하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마음도 계절의 바람 따라 변한다. 좋은 시이므로 기자가 전처럼 바꿔 읊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도봉별곡>

 

2.산행기 /

서리풀공원에 산보 갑니다(시산회 제406호 산행)

일시 : 2021. 3. 28.(일)

참석 : 기세환, 김정남, 이윤상, 김종화, 남기인, 홍황표, 김삼모, 이원무, 위윤환, 염재홍, 한양기, 조영훈, 최근호, 이경식, 조문형, 김진오, 정일정, 고갑무(18인의 시산인)

 

아침에 일어나니 아주 맑지는 않다. 그러나 비가 오지는 않는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으니 걱정스럽지 않다. 대부분 가보지 않은 코스이며, 샛길이 많아 나도 은근히 걱정이 솟아 두 번이나 답사를 했는데 비가 내려서 가지 못하면 답사한 것이 아까울 것이다. 걱정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선다.

 

4, 9호선 동작역 1번 출구에 모여 10시 30분이 되니 늦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만 배차 간격으로 약간 늦는 거야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올해 들어 나는 산행을 거의 빠지지 않았으니 면면을 거의 기억하므로 새로 나온 산우들이 많아 무척 반갑다. 근호, 삼모, 원무, 영훈 등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가움을 넘어선 감정이 솟는다. 우리 나이가 벌써 칠순이 되었으니 옛날로 치면 고려장 대상이 아닌가. 이제 백세시대라니 그것도 옛말이 되었다. 다만 칠십은 공자가 말한 從心의 경계에 서있어야 하는데 나는 어렵고 모두 그런 경계에 들어선 듯하다. 마침 정남이 말로 용복이가 자주 인용하는 말이라는데 용복이가 보고 싶어진다.

 

산행이랄 것도 없는 평지길이니 모두 산보의 마음일 것이다. 서울은 복 받은 도시다. 시내 군데군데 야산이 있고 가운데로 너른 한강이 흐르면서 지류가 많으니 산보코스가 많다. 도심개발로 샛강이 없어진 것은 아쉽다. 형채가 사는 삼전동의 삼전나루가 없어진 것과 뚝섬수영장도 아쉬운 추억거리다. 대신 중랑천이 제법 강의 모습을 갖추고 봄에는 팔뚝만한 잉어떼가 산란을 위해 짝짓기를 한다. 길에 접어드니 목련이 지면서 피면서 반기고 길섶의 개나리도 인사한다. 역시 벚꽃의 화사한 미소는 빼놓을 수 없는 일로서 오늘의 산행을 반겨준다.

 

서서히 오름길이 시작하며 안내판을 보니 ‘서리풀’이 ‘벼’라는 뜻이다. 사전을 보니 상서로운 풀이니 벼와 다름없다. 4명씩 1조가 되어 가므로 중간에 갈림길이 많아 뒤에 오는 팀은 샛길로 빠져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짜증내는 경우는 없다. 헤밍웨이길과 피천득산책로를 지나고 몽마르트언덕도 넘고 누에다리를 건넌 후, 시인의 길에서 사색을 하면서 모두 마음이 넉넉해진 탓으로 봐도 되겠다. 나중에 사진으로 보니 정일정 박사가 시립남서울미술관 앞에서 찍은 사진이 시나브로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박사가 3분이나 오셨다. 김종화 박사, 정일정 박사, 모르는 것이 없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조영훈 박사. 길은 적당한 높이로 조금씩 비틀면서 오르내린다. 근래에 가장 참석자가 많다니 모여서 간식을 먹을 마땅한 장소가 없다. 이럴 때는 집행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산에서는 정자에서 군것질을 즐기고 청권사 쉼터에서 잠시 쉬고 방배역에서 사당역으로 이동하여 6번 출구로 나와서 식사를 하기로 예약한 담양죽순추어탕집으로 직행하기로 정한다.

 

마침내 시내에 접어들어 식사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앞 팀이 사정상 늦어져도 모두 차분하게 기다린다. 빠르게 치우고 정돈된 상 앞에 앉으니 피로가 몰려든다. 주메뉴는 추어튀김과 탕이다. 약간 늦은 탓에 죽순회무침이 서비스로 나오고 조금씩 즐거운 말이 오가면서 목소리가 커진다. 즐거운 일이다. 먼저 동반시 낭송의 시간에 동반시보다 맨 앞에 ‘시가 있는 산행’에 올린 천양희 시인의 ‘참다운 말’이란 시가 마음에 든다. 하여 그 시를 동반시로 생각하고 읊었다. 남은 시가 실제 동반시인데 시인을 아내로 둔 노고를 생각하여 기세환 산우가 ‘한 송이 꽃이 떠난 자리에’를 마치 시인인양 낭송한다. 다음에는 역시 아내가 시인인 조문형 산우에게 기회가 가면 좋겠다.

 

흥이 돋을 무렵 여사장이 나타나 기인 총장과 고향 사람을 만나 반갑다고 수인사를 나누고 또 찾아달라는 의미로 대통술 2개를 서비스로 주라고 역시 여지배인에게 명하고 아름답게 사라진다. 산우들, 여사장, 여지배인, 대통술 등이 있어 좋은 날이었다. 다음에는 건배사를 ‘백세’와 관련한 것을 하자는 얘기를 듣고 헤어졌다. 즐거운 날이었다.

2021. 4. 7. 이윤상 올림

 

3.산행지

서울에 올라온 지 50년이 지나도록 그쪽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 처음 듣는 산 이름이다. 종화가 안내한다니 늦더라도 천천히 따라가야겠다. 언젠가는 내 몸과 다리도 정상으로 돌아올 날이 있을 것을 믿는다.

 

4.동반시

 

비와 한 잔의 차 / 최복준(위윤환, 박형채 배급)

 

비 내리는 날엔 차 한 잔 어떠세요.

빗소리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유리창과 빗줄기가 만들어내는 예각의

빗살무늬 속에서

울음인 듯, 웃음인 듯

질펀하게 퍼지는

적막을 볼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엔

작설차 한 잔 어떠세요.

청명과 입하사이, 새순을 내밀던

차 잎 속에 숨은

봄비의 속삭임이 찻잔 가득 우러납니다.

한 잔의 차향기로

외로운 마음에

곡우의 고요와 적막을

담을 수 있습니다.

 

비를 보며

국화차 한 잔 어떠세요

허수아비 코끝을 스쳐간 들바람 속

금빛 비늘처럼 번지는

참새와 기러기 소리

찻잔 가득 우러납니다.

 

비 내리는 날, 차 한 잔 어떠신가요.

빗소리를 마주하면

그립지 않은 것도 그리워집니다.

빗방울이 붙들고 있는 유리창, 밖은

적막강산입니다.

 

2021. 4. 10.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