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록

수리산 둘레길을 산책합니다(詩山會 제409회 산행)

수리산 둘레길을 산책합니다(詩山會 제409회 산행)

만나는 시간과 공간 : 2021. 5. 9.(일) 전철 4호선 수리산역 3번 출구

다니는 곳 : 수리산 둘레길

안내자 : 한양기

 

1.시가 있는 산행

 

터미널에서의 낚시질 / 길상호

사람은 많은데 그 사람은 없다

터미널 대합실 의자에 앉아 그 사람의 그림자에 낚시를 던진다 바늘 끝에 매달아 놓은 미끼는 그대 내 곁에 머물던 날들의 추억들이다 비슷한 기억으로 아파했던 사람들 가끔 곁눈질로 다가와 미끼를 건드리면 나는 실 가닥을 타고 전해지는 가느다란 희망에 두근거리다가 또 허망한 낚싯대를 끌어올린다 낚싯대 끝에 달아 놓았던 추억 덩어리는 사라지고 없다 차들이 도착할 때마다 물결을 일으키며 한 무리 색색의 기억들이 떠오르지만 누구도 나의 바늘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매점에 쌓여있는 물건들이 수초처럼 흔들리면 그 손짓을 따라 몇몇의 기억들은 거기서 허기를 채우고 딱딱한 의자에서 무료해지기 시작한 나는 이제 낚싯대를 걷는다 그때를 떠올리며 달아둔 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물에 잠기고 만 나를 끌어올리며 그대 잊으려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 안에서 익명이 되어버린 그대 그림자, 돌아오는 길 낚싯대 끝에는 내가 매달려 아가미를 헉헉대고 있다.

 

 

나더러 쉽게 시를 쓰고, 일상사를 수필의 형식을 빌린 글, 곧 명상록, 수상록 등을 써보라는 우정 어린 충고를 한 친구가 했다. 내 시는 어렵고 대중성이 없다는 속셈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시집을 네 권이나 낸 내가 그 뜻을 모르랴. 따뜻한 마음만 받는다. 지금은 뇌괴학, 거시물리학인 양자역학과 거시물리학인 상대성이론 등을 공부하고 있다. 언젠가는 그것을 주제로 한 시로 마음을 표현하려 한다. 나이를 감안하면 여명이 긴 시간을 없겠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서 공부한다. 달리 할 일이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텔레비전이나 보며 시간을 때우는 노인은 되기 싫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408회 ‘남한산성길’ 산행기<2021.04.25.(일)> / 김종화

 

◈ 월일 / 집결 : 2021년 4월 25일(일) / 분당(8호)선 복정역 2번출구 (10:30)

 

◈ 참석 : 1진(3명), 2진(3명), 3진(3명) <※뒤풀이 때 1명 추가>

 

◈ 산행길 : 복정역-복정동주민센터-서울국제학교옆-영장산-영장근린공원-산성역-산성폭포-대원사-창곡천-복정역-가락시장역-뒤풀이 장소

 

◈ 동반시 : “검은 빛” / 김현승

 

◈ 뒤풀이 : ‘병어(덕자)회’ 등에 막걸리, 소·맥주 / ‘두꺼비’<가락시장역 2-1번출구 근처, (02) 3401-1115>

 

2021년 4월 25일(일), 남한산성길 산책날이다. 남한산성은 서울 중심부에서 동남쪽으로 25㎞ 떨어진 곳에 있다. 기원은 통일신라 문무왕 때 쌓은 주장성(672) 옛터를 활용하여 조선시대 인조 4년(1626)에 대대적으로 구축을 하였다.

 

둘레가 12㎞에 이르며, 산위에 도시가 있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분지이기 때문에 백성과 함께 왕조가 대피할 수 있는 조선 왕실의 보장처(保障處·전쟁시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곳)였다.

 

지형적으로 평균고도가 해발 480m 이상의 험준한 산세를 이용하여 방어력을 극대화한 곳이다. 크게는 동(광주), 서(강화), 남(수원), 북(개성) 4개권역으로 수비지형을 갖추고 있었다. 북한산성과 함께 한성을 남과 북으로 지키는 튼실한 산성 역할을 했었다.

 

남한산성의 성벽은 1963년 1월 국가 사적 제57호로 지정되었다. 이후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면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고, 그 결과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렇게 남한산성은 역사의 현장으로, 도시인들에겐 비교적 가까이에서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쉼터이기도 하다.

 

세계유산 남한산성은 선조들의 지혜와 역사로 이루어진 유산물로 이를 아끼고 보존해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세계의 자랑스런 유산물이다. 경기도에서는 남한산성의 탐방길을 지난해 9월 14일부터 금년 5월 31일(월)까지 탐방로(남문-북문) 재포장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욕심이 생긴다. 더 걷고 싶고, 또 더 보고 싶다. 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욕심이다. 특히 초급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성에 안차더라도 설정한 목표 지점까지 올랐으면 만족하고 하산하는 것이 좋다.

 

산우들과 성남누비길 1구간인 남한산성길을 걷기로 결정을 하고 복정역앞 쉼터에서 집결하기로 하였다. 산행하기로 한 산우들은 약속시간에 모두 다 도착하여 출발지점인 복정동주민센터 옆 표지석에 새겨놓은 ‘기와말’ 터로 이동하였다.

 

복정동과 기와말이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기와말이란 먼옛날 가마를 굽던 큰 가마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옛마을을 사랑하는 ‘애향회’가 동네 어르신들의 도움을 얻어 이곳에 옛마을의 이름을 새긴 표지석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서울국제학교옆 산으로 들어서자 오르는 길에 성남누비길 1구간 입출구 문에 ‘남한산성길’로 새겨져 있다. 복정역부터 영장산(영장근린공원)을 거쳐 산성역, 산성역에서 영춘산 불망비를 거쳐 남한산성(남문)까지가 성남누비길 1구간이다.

 

산우들은 빨리 오르기보다 천천히 걷도록 하자고 한다. 산길은 도심의 길과는 다르다. 빠르게 걸으면 다칠 위험이 커지고, 관절에도 무리가 생긴다. 하산할 때도 마찬가지다. 올라갈 때와 같은 속도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

 

가야 할 남한산성길이 제법 멀기에 영장산(정상)에 올라가기 전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영장근린공원으로 들어섰다. 바로 앞에는 위례신도시가 보이고 멀리에는 영춘산이 보인다. 영장근린공원은 성남시에서 산책길을 깨끗하게 조성해 놓았다. 옆의 건축물이 최근 재개발된 산성역 포레스티아 아파트이다.

 

이곳 저곳에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정자를 설치하여 쉼터로 활용하고 있는 조용한 곳에서 개인별로 준비한 야식을 끄집어 낸다. 정남 산우의 홍어, 양기의 배추김치, 세환 산우의 초코렛, 황표 회장의 개다래술, 그리고 또다른 산우들의 막걸리... 좋은 날씨에 적당히 먹고, 마신후 남한산성길의 걷기를 서둘렀다.

 

산성역 근처에서 산책길을 잘못 간 산우들을 산성폭포 쉼터에서 잠시 기다리며, 오늘의 걷기 운동을 할 종점과 뒤풀이를 협의하였다. 정남이, 정한 산우는 오늘산책은 적당히 하고 가락시장에서 기다릴테니 내중 뒤풀이때 만나자고 한다.

 

남한산성(남문)은 산성역에서 버스(9, 9-1, 52번)를 타고 이동 할 수가 있지만, 남한산성길(누비길)을 걷는 것이 주 목적이기에 정남, 정한 산우를 제외하고는 산성폭포의 쉼터를 출발하였다. 산성길을 조금 가자 피촌치드와 함께 하는 숲인 ‘힐링숲 산책길’이 나오며, 여러 산객들이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남한산성 둘레길에는 오랜 세월을 산성과 더불어 영광과 아픔을 함께 했던 그 옛날의 나무들과 더불어 걷는 즐거움이 있다. 산성의 버팀목이자 그늘막이 되어주는 소나무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솔 향기 속에는 그윽하면서도 아픈 역사의 향기가 스며있는 듯하다.

 

남한산성 남문길은 원래는 장지역에서 출발, 남한산성 남문(지화문)까지 이르는 길이다. 남문길을 걸으면 전망이 좋은 조망쉼터도 있고, 성남 양지동 불망비를 만날 수가 있다. 남문은 산성의 4대문 중 가장 크고 웅장하다. 유일하게 현판이 남아있는 문이기도 하다.

 

청나라 태종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침입한 1636년 12월 14일 강화도로 가던 발길을 돌린 인조 임금의 피란행렬이 이 문을 지나면서 47일간의 짧은 항전이 시작되었다. 남한산성은 과거 선조들의 지혜와 역사로 이루어진 산물로써 이를 아끼고 보존해 미래세대에게 물려저야 하는 세계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남한산성은 험준한 자연지형을 따라 성벽을 구축하여 많은 병력으로 쉽게 함락시킬 수 없는 지리적 여건을 구비하고 고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남한산성의 옛길은 지난 시절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몇 산우들은 오르막길을 따라 앞서고 있다. 옥천약수터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1시 반이 지났다.

 

남한산성 남문에 가면 오후 3시쯤이 되고, 뒤풀이를 할 가락시장에 도착시간이 오후 4시가 넘을 것 같았다. 남한산성길은 이곳까지만 가고, 다음으로 남겼다. 대성사, 위례공원 및 창곡천, 복정역으로 해서 가락시장에 도착하니 정남, 정한 산우와 함께 진오 산우도 가락시장(수산시장)의 한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 산우는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가락시장(수산시장)을 조사하여 병어(덕자)와 갑오징어를 구입하여 먹을 준비를 시켜놓고 있었다. 뒤풀이를 하기 전에 항상 전례상으로 그리 했듯이 사전에 준비한 동반시(“검은 빛”/김현승 시인)를 내가 낭송하였다.

 

“검은 빛” / 김현승

 

노래하지 않고
노래할 걸
더 생각하는 빛.


눈을 뜨지 않고
눈을 고요히 감고 있는 빛.

꽃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묻지 않고
꽃마다 품 안에 받아들이는 빛.

사랑하기보다
사랑을 간직하며
허물을 묻지 않고
허물을 가려 주는 빛.

모든 빛과 빛들이
반짝이다 지치면
숨겨서 편히 쉬게 하는 빛.

그러나
붉음보다도 더 붉고
아픔보다도 더 아픈,
빛을 넘어 빛에 닿은
단 하나의 빛.

 

김현승(1913-1975) 시인은 평양 출생으로 ‘가을의 기도’를 비롯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시를 많이 지었다. 호는 다형(茶兄), 남풍(南風)으로 제주도와 광주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1926년 전남 광주 숭실학교 초등과를 마쳤으며, 평양 숭실중학교를 거쳐 1932년 숭실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했다.

 

1936년 숭실학교서 교사생활을 하다 1937년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투옥되기도 했다. 해방이 되자 ‘내일’(민성, 1949. 6) 등을 발표했고, 1955년 한국시인협회 제1회 시인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수상을 거부했다. 1957년 첫 시집 ‘김현승 시초(詩抄)’를 펴냈으며, 한국문인협회 상임위원을 지냈었다.

 

조선대학교·숭실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1961년 한국문인협회 이사로 뽑혔다.두번째 시집 ‘옹호자의 노래’(1963)는 자연과 인생에 대한 종교적인 사색을 노래했는데, 잘 알려진 ‘가을의 기도’ 등 가을 연작시와 神的 세계질서에 대한 열망과 자유를 노래한 ‘지상의 시’ 등을 실었다.

 

1973년 서울시 문화상을 받았고, 1974년 ‘김현승 시전집’을 펴냈었다. 1975년 숭실대학교 채플 시간에 기도하다가 고혈압으로 돌아 가셨다. 유고시집으로는 ‘마지막 지상에서’(1975), 산문집으로는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1984), 저서로는 ‘한국 현대시 해설’(1972), ‘세계문예사조사’(1974) 등이 있다. 무등산 원효사에 오르는 길에는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의 ‘눈물’이란 시비가 있다.

 

금번 408회 남한산성길의 산책은 성남 누비길 1구간(7.5km)의 일부만 걸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완벽하게 걷기가 어렵다. 남한산성내의 탐방로는 크게 5코스로 나뉜다. 짧게는 2.2㎞에서 길게는 7.7㎞까지 1시간에서 3시간 반의 코스이다. 중간중간의 사잇길로 다양한 코스를 만들어 맞춤걷기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남한산성은 성곽길을 걸을 때와 사잇길만을 따를 때, 넓은 탐방로를 걸을 때의 느낌이 다 다르다. 남문에서 수어장대까지가 남한산성 성곽길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우리 시산회도 남한산성 역사테마길을 한번 탐방하길 기대하면서...

 

2021년 4월 27일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수리산 기슭에 아파트를 지은 적이 있다. 지질검사 검가 암반이었지만 지하주차장을 짓기 위해 당을 파니 아름덩어리 자갈과 물기가 많은 모래흙이 혼재했으니 난감하여 기초공사 방법을 오픈 컷에서 CIP공법으로 바꾼 적이 있다. 물론 공사비가 더 들어가고 시간은 두 달 더 걸려 곤욕을 치렀다. 대신 분양은 5 : 1로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왔다. 대신 모델하우스가 불 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4.동반시

해같이 달같이만 - 이주홍(박형채 배급)

 

어머니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하고

불러보면

금시로 따스해오는

내 마음.

 

아버지란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하고

불러보면

 

오오-하고 들려오는 듯

목소리

 

참말 이 세상에선

하나밖에 없는

이름들

바위도 오래되면

깎여지는데

해같이 달같이만 오랠

이름

 

2021. 5. 9.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