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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남한산성 길을 함께 걸읍시다(詩山會 제408회 산행)

남한산성 길을 함께 걸읍시다(詩山會 제408회 산행)

모이는 날 : 2021. 4. 25.(일) 10 : 30

모이는 곳 : 8호선, 수인분당선 복정역 2번 출구 앞 쉼터

코스 : 복정역-영장산-산성역-성남 1구간-남문

안내 : 김종화

 

1.시가 있는 산행

 

전봉준(1895. 4. 24. 교수형 당함) ‘遺詩’

 

때가 오니 천하가 모두 힘을 같이 했건만

운이 다하니 영웅도 스스로 할 바를 모를 네라

백성을 사랑하는 정의일 뿐 나에게는 과실이 없나니

나라를 위하는 오직 한마음 그 누가 알리

時來天地皆同力

運去英雄不自謀

愛民正義我無失

爲國丹心誰有知

 

“나는 바른 길을 걷다가 죽는 사람이다. 그런데 반역죄를 적용한다면 천고에 유감이다.”-사형선고 받고 한 말.

 

-도봉은 영광인이고 동학의 기치는 바로 옆 고창의 고부에서 올랐으니 ‘동학’ 두 글자만으로 항상 가슴이 뜨거워진다. 증조께서는 분명 참가했으리라 믿는다. 녹두장군 같은 분들이 있어 오늘의 촛불이 되고 우리는 이제 강해졌다. 친일했던 신문들이 폄하하지만 KT-21이 당당하고, 다만 친일청산을 놓친 것은 만고에 후회할 일이다. 코로나 사태에도 ‘망해라 망해라’ 하는 그들의 행태는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하겠다. 우리의 저항정신을 보고 장개석이 개탄과 감탄을 동시에 했다니 중공인이 감히 우리를 넘보랴. 역사학자 황현필이 주장하는 우리나라 3대첩 중 살수대첩에서는 수나라의 113만 명 중 2700명이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돌아갔다니 귀주대첩과 한산대첩을 보더라도 우리는 결코 침략을 이기지 못하는 민족이 아님이 확실하다. 역시 ‘4월은 잔인한 달’인가 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407회 일자산(一字山) 산행기<2021.04.10(토)> / 김종화

 

◈ 월일 / 집결 : 2021년 4월 10일(토) /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 1번출구 (10:30)

 

◈ 참석 : 1진(4명), 2진(4명), 3진(2명)

 

◈ 산행코스 : 중앙보훈병원역-둔굴-일자산(해맞이광장)-길동자연생태공원-허브천문공원-가족캠핑장-길동우성아파트-길동역-뒤풀이 장소

 

◈ 동반시 : "비와 한 잔의 차" / 최복준

 

◈ 뒤풀이 : '가자미회' 등에 소·맥주, 막걸리 / 완도세꼬시<길동역 근처, (02) 488-9481>

 

시산회 407회 일자산(一字山)의 산행날이다. 참석한 산우들의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위하여 지난 4월 2일(금)날, 서울둘레길3코스 중 중앙보훈병원역부터 일자산, 고덕역까지 산책을 하였다. 또 뒤풀이장소 때문에 고덕역에서 길동역까지 지하철로 가 보기도 하였다.

 

일자산(134m)은 서울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산으로서, 경기도 하남시와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에 걸쳐있는 산이다. 감북동 배다리에서 초이동까지 남북으로 약 5㎞ 정도 길게 뻗어 있다. 일자산 일대는 1971년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어 휴양시설과 산책로가 조성되었다.

 

집(산성역 옆)부터 중앙보훈병원역까지는 약 40여 분 밖에 걸리지 않기에 천천히 갈 준비를 하여 출발하였으나 석촌역에서 환승을 잘못하여 세환 산우와 제법 늦게 도착을 하고 말았다. 홍 회장님에게는 일자산 근처에 사는 영훈 산우에게 자문을 받으시라 하였다.

 

참석한 산우들에겐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세환 산우와 갈 길이 바빠 막걸리 한 병도 못 사고 중앙보훈병원역 1번 출구에서 일자산 쪽 건널목을 지나 계단으로 된 산길과 능선에 오르면 둔굴이 있다. 둔굴 쪽으로 가려다 바로 일자산 해맞이공원에 거의 다 갔을 때 염재홍 산우로부터 연락이 왔으며, 곁에서 영훈 산우는 감북동 공원묘지가 있는 쉼터로 오라고 하였다.

 

둔굴은 둔촌동 뒤편에 있는 바위로 된 굴 이름으로 고려말 은사(隱士) 이집(李集)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호를 ‘둔촌(遁村)’이라고 한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둔굴 가는 길에는 이집(李集)의 훈교비(訓敎碑)가 있었고, 남쪽 감북동 휴식터 옆에는 넓은 공원묘지가 있었다.

 

날씨가 좋은지 공원묘지에서는 한식(寒食, 4월 5일)을 지난 지가 5일이 지났는데, 조상의 무덤을 보수하고 성묘를 하는 곳도 있다.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도봉 정남 산우가 홍어를, 홍 회장님이 개다래술을 그리고 세환, 윤상 산우 등이 과자류를 내어 놓는다.

 

간식을 맛있게 먹고 난 후, 형채, 윤환 산우가 추천해 준 동반시(‘비와 한 잔의 차’/ 최복준 시인)를 기자인 내가 낭송하였다. 비 내리는 날, 차를 마시며 모두 시를 읊고 싶지 않을까.

 

비와 한 잔의 차 / 최복준

 

비 내리는 날엔 차 한 잔 어떠세요.

빗소리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유리창과 빗줄기가 만들어 내는

예각의 빗살무늬 속에서

울음인 듯, 웃음인 듯 질펀하게 퍼지는

적막을 볼 수 있습니다.

 

비오는 날엔 작설차 한 잔 어떠세요.

청명과 입하사이, 새순을 내밀던

차 잎 속에 숨은

봄비의 속삭임이 찻잔 가득 우러납니다.

 

한 잔의 차 향기로

외로운 마음에 곡우의 고요와 적막을

담을 수 있습니다. 비를 보며 국화차 한 잔 어떠세요.

 

허수아비 코끝을 스쳐간 들바람 속

금빛 비늘처럼 번지는 참새와 기러기 소리

찻잔 가득 우러납니다.

 

비 내리는 날, 차 한 잔 어떠신가요.

빗소리를 마주하면

그립지 않은 것도 그리워집니다.

빗방울이 붙들고 있는 유리창 밖은

적막강산 입니다.

 

최복준 시인. 그의 시를 처음 대면한 느낌은 친근함과 순수함이었다. 그의 시는 결코 요란하거나 시끄럽지 않았고, 어려운 말로서 포장해 독자를 주눅 들게 하지도 않았다. 복잡하고 난해한 표현 대신 독자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친근하게 다가섰다. 그만의 소박하고 진정성 있는 표현으로 읽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였다.

 

한 폭의 풍경화에 묻어나는 진한 그리움. 그의 시를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최복준, 그가 빚어내는 빛과 소리의 이중주! 그 울림의 소리에 함께 젖어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둔굴을 지나 일자산의 북쪽으로 이동하였다. 북쪽에는 2006년도에 문을 연 해맞이공원과 허브천문공원,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으로 가는 길이 있고, 길동 자연생태공원의 위에는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산우들은 힘을 모아 근육운동을 하자며 역기 등을 하였다.

 

일자산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방역 이전에만 해도 대부분이 둔촌동, 길동, 명일동, 고덕동, 상일동 등에 사는 주민들이란다. 코로나 방역수칙 때문에 2년 전에 비해 산책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후 1시가 거의 다 되어 영훈 산우는 명일공원(고덕역) 쪽으로 가질 말고 허브천문공원 등을 구경하며, 길동역 근처에 뒤풀이장소까지는 걷기 운동을 하잔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일자산 허브천문공원은 작지만 예쁘게 꾸며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원이었다. 24시간 이용 가능한 천문대가 있으며, 싱그러운 허브가 펼쳐져 있어 허브향을 맡으며 잘 가꾸어진 산책로와 조깅 코스를 통해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일자산 자락에 위치한 그린웨이가족캠핑장(오토캠핑 8면, 일반 49면)은 지난 3월 1일부터 개장했으며, 이용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1일 이용권을 선사하는 개장이벤트도 있다고 한다. 바로 가까운 곳에 서울 최초의 생태공원인 길동생태공원이 있어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미리 예약하면 함께 이용하기가 좋을 것 같았다.

 

일자산을 벗어나 뒤풀이 식당이 있는 길동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장한 길을 걸어서 조금 피곤했지만, 봄철에 맛있는 가자미 세꼬시 회와 맛있는 먹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3~4명씩 떨어져 자리를 잡고, 배부르고 신나게 막걸리와 소‧맥주를 한잔씩 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계절로는 봄이 완연한데, 마음으로는 아직 진정한 봄의 화사함을 누리지 못해 그저 허전한 느낌이다. 영산홍과 철쭉꽃이 화사하게 피는 봄철에 모두 건강과 함께 다음 산행(남한산성) 때에 만날 것을 기대하면서 글을 마친다.

 

2021년 4월 12일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잔인한 달 4월이 오면 나무에 물오르고 마음은 비장해진다. 벌써 내 70살의 3분의 1이 지나가건만 작년 말에 제5시집을 다 써놓고 다시 쓴다고 한 지 5달이 지나도록 손녀는 커 가는데 도봉은 해놓은 것이 보잘 것 없어 마음이 괜히 급해지니 고약한 일이다. 그나마 401회 산행만 빼고 지금은 느린 몸을 가졌으므로 미안해서 국산 홍어라도 준비해서 부지런히 쫓아다닌다. 다행히 스틱을 쥐는 손은 물어뜯는 통증이 줄어들고, 걸으며 버텨야 하는 두 발의 저림과 날카로운 아픔은 참을 만해졌다. 이제 손녀도 있으므로 서거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산우들에게 감사드린다.

 

4.동반시

기막힌 은유와 반어적 표현이다. 전자공학박사이며 뇌과학자인 박문호 교수는 인간의 뇌의 은유성은 진화의 산물이자 특성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학자가 아니므로 전공을 거론할 짓이 아니지만 그의 학구열과 분석력은 불가의 깨달음에 대한 뇌 작용의 메커니즘(작용기제)을 밝혔다. 그의 ‘뇌과학의 모든 것’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으나 두껍고 어려워서 책을 거의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훌륭한 시인도 4월에 떠났네.

 

검은 빛 / 김현승(1975. 4. 11. 세상 떠남) 박형채 배급

 

노래하지 않고,

노래할 것을

더 생각하는 빛.

 

눈을 뜨지 않고

눈을 고요히 감고 있는

빛.

 

꽃들의 이름을 일일이 묻지 않고

꽃마다 품안에 받아들이는

빛.

 

사랑하기보다

사랑을 간직하며,

허물을 묻지 않고

허물을 가리어주는

빛.

 

모든 빛과 빛들이

반짝이다 지치면,

숨기어 편히 쉬게 하는 빛.

 

그러나 붉음보다도 더 붉고

아픔보다도 더 아픈,

빛을 넘어

빛에 닿은

단 하나의 빛.

 

2021. 4. 24.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