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耳石, 離席 / 박신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죽음을 선언한 뒤
중력을 벗어던지고 뛰어내린다
운석들이 충돌한다
머릿속에선 끊이지 않는 빗소리
아플 때마다 하염없이
폭설은 밤바다에 투신한다
돌은 진다 닿을 데 없이 떨어진다
죽음의 인파, 더러운 소음 속에
놓치고 헤어진 혈육 같은
벗어났다는 안도는 금세 이탈했다는 불안에 녹는다
돌고 도는 것은 당신이 아니다
멈추면 비로소 우주가 공전한다
시집<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에 수록
추천평
사실이 이토록 절실할 수 있는가. 사실이 이토록 피 터질 수 있는가.
이 시편들을 읽는 한나절 내 내 겨드랑이 몇번이나 떨렸다.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읽다가 그러면 못쓰겠는 몰입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꽉 찬 언어가 정밀하다.
단언한다. 소리 없는 절창의 하나이다.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전생에서 버림받은 말’이 금생에 와서 산전수전을 치러내고 있다.
한마디 더한다. 향토의 흙길 넋두리들이 천년 목판본 경전의 몇쪽 아닌가.
이 시들이 숨은 무명의 세월이 무자비하다.
―고은 시인
이석의 한자어가 궁금하다. 耳石과 離席, 둘 다 제목으로 적합하다. 이것은 독자의 몫이자, 시인의 권리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 가장 슬픈 것을 건져내는 시선
그늘진 말들에 꽃을 피우려는 처연한 미학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