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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이야기

철제 발우와 고대 인도의 야금술. 왜 철제 발우 사용했을까?

철제 발우와 고대 인도의 야금술. 왜 철제 발우 사용했을까?

 

출가사문이 지닐 수 있는 개인 소유물은 각 종교마다 조금씩 달랐다. 불교 수행자들은 대략 일곱 가지에서 여덟 가지 정도였는데, 옷과 발우를 기본으로 해서 바늘과 지팡이, 치목(양치하는 나뭇가지), 허리띠, 지팡이 등과 같은 것이었다. 여기에는 이발도구 같은 것도 포함된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러한 율장의 기록들은 석가모니보다 훨씬 후대에 정해진 규정일 것이다. 이러한 도구들 가운데 몇 가지는 금속으로도 제작되는 것들이 있는데, 발우(鉢盂)나 바늘, 그리고 이발도구 등과 같은 것이다.

 

발우는 대체로 철이나 나무, 토기 등으로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이는데 나무나 토기로 만든 발우는 수분으로 인해 쉽게 썩거나 파손될 수 있었다. 어떤 전승에 따르면 돌이나 나무, 기타 금속으로 만든 발우는 금지되기도 하였다. 혹자는 토기 발우가 아니라 도자기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설사 도자기술이 있었을지라도 도자기 제작의 난이도나 수행자들이 지닌 채 쉽게 이동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철제 발우도 그 제작이 간단하지 않으며 견고성을 제외하면 휴대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기에 왜 철제 발우를 사용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여전히 남는다. 단순히 고대로부터 인도에 철이 풍부하고 야금술이 뛰어났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현재 인도나 파키스탄 등지의 남아있는 고대의 발우는 쇠로 만든 발우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데, 최소한 기원후 1, 2세기경까지 소급할 수 있을 것이다. 석가모니 당시 이런 형태의 발우를 실제로 사용했는가는 의문이지만 탁실라 등지에서 보이는 철제 발우는 현재의 모양과 거의 흡사하다. 특이한 것은 어떤 철제 발우는 녹슬어 떨어져 나간 바 없이 매우 표면이 깨끗하여 거의 수십 년 혹은 백여 년 전의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고대 인도인들이 철제 발우를 만들 때 주물(鑄物)로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담금질을 거듭하며 두들겨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조직을 치밀하게 만들어 산화를 늦추거나 자연적인 표면처리를 의도했을 수도 있다.

 

고대 인도의 야금술에 대한 기록은 후기 베다 시기부터 분명히 나타난다. 물론 그 이전에도 철(ayas)의 활용에 대한 단서들이 많지만, 이 시기 이후에 더 분명한 설명들이 등장한다. 담금질(pta)과 주조(aikya)에 대한 묘사도 등장한다. 이 기술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었는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는가는 현재의 유산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 델리의 꾸뚭 미나르에 가면 굽타왕조의 유적지인 우다야기리에서 옮겨온 7미터 가량의 철기둥이 서 있다. 놀랍게도 이 기둥은 연철을 두드려서 제작한 것일 뿐 아니라 1500년의 시간 동안 야외에서 녹슬지 않고 매끈한 표면을 유지한 채 그 위에 새겨진 금석문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그 비밀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원후 5세기경의 이 철기둥은 고대 인도인들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지만, 인도의 야금술은 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역사가 크테시아스(Ctesias)는 페르시아왕에게 선물한 ‘인도의 칼’을 말하고 있으며, 헤루도투스는 ‘인도산 화살촉’의 뛰어남을 기록하고 있다. 1세기경의 또 다른 역사가 퀸투스 쿠르티오스(Quintus Curtios)는 알렉산더가 인도왕 포루스를 굴복시켰을 때 알렉산더가 포루스 왕으로부터 ‘인도의 철’을 선물 받았노라고 적고 있다. 서술의 진위와 무관하게 이러한 표현은 고대 세계에서 인도에서 생산된 철의 품질과 야금술이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그 이후로도 중세가 지날 때까지 인도의 철과 야금술을 전설적인 경지로 끌어올린 것은 ‘우츠(Wootz)’라 불렀던 인도산 철이었다. 이 철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로 수출되어 전투용 검을 만드는 재료가 되었는데, 이것이 십자군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소위 다마스쿠스 칼이다. 이 생산기술 역시 다 소실되었으나, 최근 부엌칼로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그 다마스쿠스 칼이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고대 야금술의 겉모양만 흉내 낸 것이다.

[출처] 왜 철제 발우 사용했을까?|작성자 양벌리독서실불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