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록

삼성산 나들길에 나섭니다(詩山會 제413회 산행)

삼성산 나들길에 나섭니다(詩山會 제413회 산행)

때 : 2021. 7. 10.(토)

모이는 곳 : 전철1호선 석수역 1번 출구 나와서 육교 건너 GS편의점 앞

산행지 : 삼성산 나들길

안내자 : 한양기

 

1.시가 있는 산행

 

우짜노 / 최영철

 

어, 비 오네

 

자꾸 비 오면

꽃들은 우째 숨쉬노

 

젖은 눈 말리지 못해

퉁퉁 부어오른 잎

 

자꾸 천둥 번개 치면

새들은 우째 날겠노

 

노점 무 당근 팔던 자리

흥건히 고인 흙탕물

 

몸 간지러운 햇빛

우째 기지개 펴겠노

 

공차기하던 아이들 숨고

골대만 꿋꿋이 선 운동장

 

바람은 저 빗줄기 뚫고

우째 먼 길 가겠노

몸을 쉬는 법은 누구나 잘 안다. 그런데 마음 쉴 줄은 모른다. 마음도 쉬어야 한다. 몸은 잠들면 쉬어지는데, 마음은 어떻게 쉬는가? 마음의 쉼은 늘 순수한 본래 마음상태로 회복하는 것이다. 바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 이 순간을 보는 것이 마음을 쉬는 것이다.

-금강 스님 『물 흐르고 꽃은 피네』

 

2.산행기

"시산회 412회 '서울대공원 산림욕장길 · 동물원둘레길' 산행기"<2021.06.27(일)> / 김종화

 

◈ 월일/집결 : 2021년 6월 27일(일) / 4호선 대공원역 2번출구 (10:30)

 

◈ 산행코스 : 대공원역-동물원입구-산림욕장길-동물원둘레길-북문입구-청계호수-대공원역-뒤풀이장소

 

◈ 참석 : 9명 (갑무, 정남, 종화, 진오, 기인, 윤환, 경식, 양기, 황표)

 

◈ 동반시 : "비로소 꽃" / 박무웅

 

◈ 뒤풀이 : 동태찌개, 제육볶음 등에 소·맥주 / '전주집'<대공원역 4번출구 근처, (02) 504-7544>

 

미세먼지가 없어 공기가 깨끗한 산행날이다. 집결장소인 대공원역(2번 출구)에 산우들은 약속한 시간에 모였다. 서울대공원에선 2021년 1월 1일부터 자연과 함께 건강한 산책을 위하여 삼림욕장길 · 동물원둘레길을 조성하여 무료로 개방하였다.

 

산림욕장길은 청계산, 옥녀봉 그리고 과천매봉이 병풍을 두르고 있듯 서울대공원의 언저리를 따라 7부 능선과 5부 등선으로 오름과 내림을 거듭하면서 조성되어 원점으로 돌아오는 산길이다.

 

이 길은 원시림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산길을 걷는 동안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볼 수 있으나 간혹 보이는 청계산은 숲속에서 보여주는 유일한 절경이다, 산림욕장순환길은 총 7.0km로 보통 걸음으로 2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은 생각보다도 크다. 모두 돌아보는 데는 3시간이 넘게 걸리니 만만한 산책은 아니다. 사실 숲 안에 들어가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무와 둘레길이 비슷비슷한 풍경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쉼터에서 혹은 숲에서 나오는 자연의 공기를 마시기 위한 숨쉬기의 공간은 각자의 마음이다. 산책은 자연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이 복합된 레저 활동이다. 즐겁고 건강한 산책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만 한다.

 

서울대공원 산림욕장길은 호주관 입구에서 출발, 남미관 샛길까지(2.5km)가 1구간 이다. 선녀못 숲을 지나 아까시아나무 숲의 쉼터에서 산우들은 김밥, 떡, 과자류 등 간식과 막걸리, 커피 등을 내 놓는다. 먼저 동반시 ‘비로소 꽃’은 내가 낭송하였다.

 

"비로소 꽃" / 박무웅

 

그 꽃이 보이지 않는다

봉황천변,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흰 불꽃

나는 그 주인 없는 땅을 차지한

흰 꽃무리의 지주(地主)가 좋았다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마음껏 꽃 세상을 만들어내던 개망초꽃

있어도 보이지 않고

 

보여도 다가오지 않던 그 꽃, 개망초꽃

땅을 가리지 않는 그

백의(白衣)의 흔들림이 좋았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멈춤’을 생각하니

내가 가진 마음속 땅을 모두 내려놓으니

거기 시간도 없고 경계도 없는 곳에

비로소 보이는 그 꽃

 

내 안을 밝히는 그 꽃

보여야 꽃이라지만

보아야 꽃이다

 

박무웅(1944~) 시인은 가난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사업가로서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문학이 자신을 새롭게 하고 깨우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시와 표현’이란 "시(詩)" 전문잡지를 발간하는 문학인으로 새로 태어났다.

 

‘비로소 꽃’은 비록 ‘개망초’를 노래하고 있지만, 꽃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의식세계, 인식의 수준을 질타한다. ‘보다’와 ‘보이다’는 단순히 능동과 피동이 아니라 그 안에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대상이 무엇이던 그것이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아야 비로소 그 존재의 가치나 의미가 생기게 되는 것 즉, 보아야 ‘비로소 꽃’이 되는 것이다.

 

산림욕장길을 가던 사람들은 이곳(아카시아나무 숲의 쉼터)이 쉬어 가기에는 좋은 곳이라 자리를 마련하여 조금 더 쉬고 싶었지만, 뒤에 오는 산객들에게 쉼터를 비워주기 위해 간식과 커피를 들고 일어섰다. 자연과 함께하는 숲과 얼음골 숲을 지나는 길 가엔 성충 매미나방 피해를 줄이기 위해 페로몬 트랩이 설치되어 있었다.

 

산림욕장길 1구간(2.5km)을 지나서 산우들은 쉼터에서 오늘 걷기로 한 코스(길)를 협의한 바, 너무 무리한 트래킹인가 보다. 남미관의 샛길로 내려와서 동물원둘레길을 걷기로 하였다. 동물원둘레길은 국립현대미술관뿐만 아니라 서울동물원 입구 옆에 있어서 가기에는 편리한 산책로이다.

 

산림욕장길 중 전망대, 생각하는 숲, 쉬어가는 숲의 2구간(1.6km), 원앙이 숲부터 독서하는 숲, 밤나무 숲을 지나는 3구간(1.2km)과 사귐의 숲, 소나무 숲의 4구간(1.7km)이 조성되어 있는데, 2~4구간을 걷고 싶어하는 산우들도 있었지만, 우리 시산회는 전체를 위헤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북문입구를 조금 못가서 유인원관 근처에서 뒤처진 산우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몇몇 산우들은 소형 이동차를 이용, 동물원의 코끼리열차가 출발하는 곳으로 먼저 갔다. 나와 홍 회장님은 청계저수지 옆을 지나 뒤풀이장소(대공원역 4번 출구)를 찾아갔다.

 

뒤풀이장소는 남 총장님이 잘 알고 있는 곳(‘전주집’)으로 동태찌개, 제육볶음을 안주로 소‧맥주를 맛있게 마셨다. 시산회 413회 산행장소의 변경과 418회 산행일정(9월 26일)의 변경(1박2일) 협의가 있었다. 산행 장소와 일정의 변경 의견은 카톡에다 올리겠다고 한다. 7월부터는 장마시기이며, 무더운 여름철이다. 산우들의 건강을 빌면서...

 

2021년 6월 30일(수)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삼성산은 잔길이 많아 자주 다녀도 안내자의 뒤를 따라 다니면 전체 구도를 모른다. 나도 삼성산은 일부 구간을 빼놓고는 눈 뜬 봉사다. 대신 오래 살았던 동네의 도봉산은 내 손금처럼 잘 안다. 손녀를 어린이집에 10시에 보내고 4시에 데리려고 가는데 그 사이의 6시간은 긴 시간인데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니 답답하다. 餘命이 길지 않으니 그런 마음이 든다고 하면 ‘그냥 살다가 가라’는 지인들이 대부분 하는 말이다. 통증이 심하니 별생각이 다 든다. 그게 수명을 줄이는 생각일 수 있으니 앞으로 그런 마음을 먹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모두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 많은 철학자들이 ‘살아있는 한 최선을 사는 것’이라 한다.

 

4.동반시

 과거의 다른 시대는 더 나았었다고, 그리고 앞으로는 다시 더 나아질 거라고, 더 풍요롭고, 넓고, 깊어질 거라고 희망을 가져보기로 하지요. 그러나 그건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요. 어쩌면 언제나 그런 건지도 모르니까요. ‘어느 시대나 그럴까? 언제나 정치가. 사기꾼, 술집 점원, 한량들을 위한 세상만 있고, 인간이 숨 쉴 공기는 없단 말인가?

- 헤르만 헤세(1877년 오늘 태어난 독일소설가, 7월 날씨 좋아해 추운 곳보다 따뜻한 남쪽 나라를 여행했다고 함) 『황야의 이리』

 

장마 / 김종제

 

한 사나흘
바람 불고 비만 내려라
꿈결에서도 찾아와
창문 흔들면서
내안에 물 흘러가는 소리 들려라
햇빛 맑은 날 많았으니
아침부터 흐려지고 비 내린다고
세상이 전부 어두워지겠느냐
저렇게 밖에 나와 서 있는 것들
축축하게 젖는다고
어디 갖다 버리기야 하겠느냐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구에게 다 젖고 싶은
그 한 사람이 내게는 없구나
문 열고 나가
몸 맡길 용기도 없는 게지
아니 내가 장마였을 게다
나로 인해
아침부터 날 어두워진 것들
적지 않았을 테고
나 때문에 눈물로 젖은 것들
셀 수 없었으리라
깊은 물속을 걸어가려니
발걸음 떼기가 그리 쉽지 않았겠지
바싹 달라붙은 마음으로
천근만근 몸이 무거워졌을 거고
그러하니 평생 줄 사랑을
한 사나흘
장마처럼 그대에게 내릴 테니
속까지 다 젖어 보자는 거다

 

2021. 7. 9. 장마철 복판에서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