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둘레길을 돕니다(詩山會 제414회 산행)
언제 : 2021. 7.25.(일) 10 : 30
어디서 : 전철 2·4호선 4번 출구
안내 : 김정남. 그런데 자주 다녀도 강아지인 양 뒤만 따라 다녀서
1.시가 있는 산행
우주의 팽창, 과연 끝이 있는가 / 도봉별곡
모든 것은 과장이 심해도
‘우주의 끝은 어디냐’며
소백산 천문대 옆에서 투명한 비닐을 이불 삼아
뒤집어 덮고 하늘을 보며
물리학 전공 친구에게 묻는다
‘우주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므로 알 수 없다’는
논리적 실증주의 언어를 사용한다
친구는 세상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고집하다가
언젠가 힘이 다하면 쪼그라들 수 도 있다고 웅얼거린다
그것을 ‘빅 크런치’라고 설명하는데
내가 알아들을 턱이 있나
마침
아인슈타인이 하늘에서 포커놀이를 하다가
내려와 친구의 뺨을 친다 ‘미친 놈’
그는 신은 주사위 놀이를 즐겨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그때 양자역학계의 대장 ‘닐스 보어’가
“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시오”
일갈한다
물질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나는 무엇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 시작한 화두는
시간은 강처럼 흐르지 않으며
공간은 xyz의 세 방향의 3차원에 지나지 않고
‘모든 것의 이론’, 곧 대통일장이론을 풀기 위해
9차원에 시간 1차원을 더해 10차원을 도입했어도
풀릴 것 같지 않으니
하늘을 쳐다보는 것처럼 막막한 짓이다
이제 그런 것들은 옛날의 화두처럼 풀지 않아도
시시한 짓이 되어 버린 것을 닮아
시저와 알렉산더, 칭기스칸, 나폴레옹은
피를 동반한 전쟁 놀음의 잠시 승자였을 뿐
영웅이 아니니 존경할 대상은 더욱 아니다
가장 위대한 인간은 정복욕의 화신이 아니라
진정한 영웅은 진리의 성취를 통하여
자신을 존경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볼테르가 뉴턴의 장례식에서 그랬다던가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를 두고
누가 있어 그런 따뜻한 말을 건넬까
아, 있다 양자역학계의 천재 리처드 파인만
따뜻한 미소 속의 사진들
그런데 죽고 없다
요즘 달리 할 짓이 없어 불교에 빠져 놀았다가 붓다에게 제대로 단단히 발목을 잡혔다. 붓다를 슬그머니 놓았는데 그의 제자들이 어마하게 달라붙어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팔자려니 생각하고 거시물리학인 상대성이론, 미시물리학인 양자역학, 뇌과학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다가 빠져버렸다. 아무리 애를 써도 논리가 통하지 않는 종교를 불가지론에 맡기고 실증주의적 논리가 성성惺惺한 과학은 역시 내 두뇌와 맞는다. 나의 성감대는 역시 두뇌다. 다섯 번째 시집은 과학시 반, 수상록 반으로 채울 예정이다. 이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2."시산회 413회 '삼성선 나들길' 산행기"<2021.07.10(토)> / 한양기
◈ 월일 / 집결 : 2021년 7월 10일(토) / 1호선 석수역 1번출구 (10:30)
◈ 산행코스 : 석수역-호암산능선-불영암-한우물이정표-사거리휴식-약수터방향(하산)-호암늘솔길-시흥계곡옆길-뒤풀이-금천구청역
◈ 참석 : 1진(3명), 2진(3명), 3진(3명)
◈ 동반시 :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및 "장마" / 김종제
◈ 뒤풀이 : 붕장어구이 등에 소·맥주, 막걸리 / '원조가 회집이래'<금천구 시흥동, (031) 808-1328>
시산회 413회 ‘삼성산 나들길’ 산행날이다. 장마철이라서 소나기라도 맞을까 걱정했는데, 아침녘 흩뿌린 적은 량의 여우비 외에는 하루 종일 밝은 날이었다. 오늘 시산회 산행 장소가 우리집 뒷산으로 정해지고, 안내자로 지정 되었기에 예약했던 백내장 수술의 날을 연기하고 참석하였다.
관악산 서쪽자락의 봉우리 하나를 호암산이라 일컫는데, 고구려·신라시대에 작은 산성터가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민가와 접해 있기에 샛길이 많아서 산행코스와 시간을 수시로 조정할 수가 있다. 오늘은 석수역방향 능선을 타고 불영암을 거쳐 한우물 위에 있는 국기봉으로 올라가서 삼각산 이남의 서울과 인천지역을 관망하고 호압사로 내려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우물과 국기봉을 거치는 20~30분간의 호암산 백미 해당의 구간을 생략하고, 한우물 방향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 지점에서 동반시 낭송을 겸한 휴식시간을 갖기로 조정하였다. 동반시는 내가 추천한 "사랑하는 까닭"(한용운)은 소인이 낭송하였고, 박형채 산우가 추천한 "장마"(김종제 시인)는 홍 회장님이 낭송하였다.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시낭송 한양기)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장마" / 김종제 (시낭송 홍황표)
한 사나흘
바람 불고 비만 내려라
꿈결에서도 찾아와
창문 흔들면서
내안에 물 흘러가는 소리 들려라
햇빛 맑은 날 많았으니
아침부터 흐려지고 비 내린다고
세상이 전부 어두워지겠느냐
저렇게 밖에 나와 서 있는 것들
축축하게 젖는다고
어디 갖다 버리기야 하겠느냐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구에게 다 젖고 싶은
그 한 사람이 내게는 없구나
문 열고 나가
몸 맡길 용기도 없는 게지
아니 내가 장마였을 게다
나로 인해
아침부터 날 어두워진 것들
적지 않았을 테고
나 때문에 눈물로 젖은 것들
셀 수 없었으리라
깊은 물속을 걸어가려니
발걸음 떼기가 그리 쉽지 않았겠지
바싹 달라붙은 마음으로
천근만근 몸이 무거워졌을 거고
그러하니 평생 줄 사랑을
한 사나흘
장마처럼 그대에게 내릴 테니
속까지 다 젖어 보자는 거다
뒤풀이는 미리 예약을 한 금천구 시흥동에 ‘원조가 횟집이래’로서 금천구청역과 석수역의 중간쯤에 있는 작은 횟집이지만, 붕장어(아나고) 구이 등은 그런대로 먹을 만하였다. 붕장어구이와 식사를 마치고, 친구들은 인근의 치맥집에서 생맥주를 마신 후 모두가 헤어졌다.
최근에는 계획 완주팀과 느린 산책팀이 예전과 같이 자연스럽게 구분되지 않고 있다. 호암산의 경우는 참석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안내를 할 수 있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간과한 점이 많아서 미흡한 안내자가 되고 말았다.
다음에 이 코스를 안내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다 충실한 계획을 세워서 흡족한 산행이 되도록 노력하고자 하겠다. 코로나 시국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에 뵙기를 기원하면서...
2021년 7월 20일 한양기 씀.
3.오르는 산
도봉은 강북의 4산은 손금 보듯 잘 알지만 강남의 산들은 뒤만 따라다니다 보니 조금은 헷갈린다. 물론 혼자 오르라 하면 기억을 더듬어 찾아는 갈 것이다. 요즘 관심을 가진 분야에 대해 잠시 책에 있는 것을 올려본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절대 하지 않는 3가지 질문
인간의 유전자는 30억 쌍의 문자들로 이루어졌다. 이를 비트로 환산하면 60억 비트에 달한다. 큰 숫자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작다. 이를 바이트로 전환하면 약 750메가바이트가 된다. 즉 인간 유전체의 정보 용량은 기껏해야 구식이 된 CD-ROM 한 장 크기밖에 안 된다. (요즘은 코딱지만 한 USB도 최소 1기가바이트가 넘는다) 그런데 인간의 뇌 속에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이 있고, 그 뉴런끼리의 연결은 1,000조 개가 넘는다. 우리 뇌의 각 신경 연결을 1비트로 환산하면(이는 분명 너무 작게 잡은 거지만), 우리 뇌의 정보 용량은 무려 100테라바이트가 된다.
이러면 커다란 모순이 생긴다. 우리 뇌의 정보 용량은 유전체에 비해 무려 10만 배나 크다. 유전체는 생명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뇌는 건축가의 도면보다 10만 배나 많은 세부 사항이 담긴 불가사의한 건축물이 되는 셈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는 답은 결국 한가지다. 뇌라는 건축물의 뼈대는 유전체라는 설계도에 따라 세워지지만, 그 세부 사항은 배움이라는 과정을 통해 조정된다는 것이다.
즉, 배움이란 더 많은 정보를 담아, 궁극적으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간이라는 생물이 선택한 진화의 결과다. 다시 말하자면 배움이란 우리 생명이 그 자체로 갖고 있는 정체성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을 '호모 도센스', 즉 ‘스스로 가르치는 종’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정말 차원이 다른 수준의 답변이지 않은가?)
배운 사람이 말이 많다고 여기서 멈춘다. 뇌세포를 뉴런이라고 하는데 진위 여부를 떠나 1,000조 개가 넘는다니 거기에 속하는 각종 돌기와 기억소자라는 스파인과 신경접합부인 시냅스를 세면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그들이 벌이는 연산작용은 1초에 500조 번의 향연을 벌인다니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없다는 과학자들의 말은 논리적 실증주의에 따르면 과장이 아니다. 무의식 속의 나. 그런데 희한하게 2500년 전의 불가의 이론과 죽이 잘 맞는 것을 보면서 견강부회牽强附會라 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맑은 머리의 새벽이다.
4.동반시
”방의 넓이는 10홀, 남으로 외짝문 두개 열렸다. 한낮의 해 쬐어, 밝고도 따사로워라. 집은 겨우 벽만 세웠지만, 온갖 책 갖추었다. 쇠코잠방이로 넉넉하니, 탁문군卓文君의 짝일세. 차 반사발 따르고, 향 한대 피운다. 한가롭게 숨어살며, 천지와 고금을 살핀다. 사람들은 누추한 방이라 말하면서, 누추하여 거처할 수 없다 하네. 내가 보기엔 신선이 사는 곳이라. 마음 안온하고 몸 편안하니, 누추하다 뉘 말하는가, 내가 누추하게 여기는 건, 몸과 명예 모두 썩는 것, 집이야 쑥대로 엮은 거지만 도연명도 좁은 방에서 살았지, 군자가 산다면, 누추한 게 무슨 대수랴.” -허균 ’누추한 내 방(陋室銘)‘
너무 괜찮다 / 박세현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다
어젯밤 불던 바람소리도
바람을 긋고 간 빗소리도 괜찮다
보통 이상인 감정도
보통에 미달한 가분도 괜찮다
자고 일어나면 정말 괜찮다
웃어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다
웃지 않아도 괜찮고 울지 않아도 괜찮다
유리창에 몸을 밀어 넣은 빗방울이
벗은 소리만으로 내게 오던 그 시간
반쯤 비운 컵라면을 밀어놓고
빗소리와 울컥 눈인사를 나누어도
괜찮다
너무 괜찮다
2021. 7. 25.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