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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양재천과 여의천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423회 산행)

양재천과 여의천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423회 산행)

때 : 2021. 11. 28.(일) 10 : 30

곳 : 전철 4호선 선바위역 4번 출구

안내자 : 남기인

뒤풀이 : 석운가든(청계산역)

 

 

1.시로 시작하는 산행

 

빛과 성경의 상과관계 / 도봉

 

빛이 있으라
해서 빛이 생겼다
우주와 신의 선후 경쟁은
달걀과 닭의 비유만큼
찬란하다
빅뱅 때 신이 숨을 만한 공간과 시간이 없었다는 호킹 박사의 익살은 힘찬 위트다
힘찬 위트를 증거하여 계산하면
1+1=2

유일신교가 빅뱅을 인정한 것은 예상을 지구만큼 비껴갔지만

직업 종교인의 입장과 셈법이 맞아떨어진 증거다

 

빛이 있어도 빠져나갈 틈이 없어 혼돈의 세월을 흐느적거리다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가 모여

모든 것의 근본인 원자를 만드니
그 사이 틈이 생겨 세상으로 나와 광자가  된다

다행이다
광자가 없었다면 성경을 만들 수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으니

여기에 창조론을 대표하는 지적 설계론과 진화론이 붙어 싸운다
여기서는 힘으로 싸우는 게 아니고 논리로 싸우며
반증은 반찬 같은 무기다
결과는 빤한데 힘만 쏟아낸다
억지와 힘은 이음동의어다

그따위 논쟁으로 먹고 살 일이 없는

나는 이것을 힘차게 즐기며 한라산에 오른다

 

2.산행기

"시산회 422회 '서울대공원' 산림욕장길·동물원둘레길 산행기"<2021.11.20(토)> / 김종화

 

◈ 월일/집결 : 2021년 11월 20일(토) /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3번 출구 (10:20)

 

◈ 산행코스 : 정부과천청사역-대공원역-동물원입구-산림욕장길-동물원둘레길-북문입구-청계호수-대공원역-선바위역-뒤풀이장소-집

 

◈ 참석 : 12명 <갑무, 종화, 양주, 재홍, 윤환, 승렬, 윤상, 삼환, 일정, 문형, 황표 및 삼모(뒤풀이 참석)>

 

◈ 동반시 : "단풍 숲속을 가며" / 오세영

 

◈ 뒤풀이 : 샤브백숙, 해물찜닭 등에 소·맥주, 막걸리 / '메밀장터'<선바위역 근처, (02) 504-0122>→ 재홍 산우 협찬

 

2021년 재경광주고총동문회 가을 산행의 날이다. 코로나19 확산방지 때문에 2019년 가을 산행때 부터 총동문회 산악회의 모임은 함께 산행을 못하였으나, 금년 가을에는 코로나19 정부지침에 따라 기수별 출발시간이 다르며, 10명 초과 기수들은 자체로 A/B/C 팀으로 나뉘어 산행을 하시라고 사전 공지가 있었다.

 

집결장소인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3번 출구로 나가니 날씨는 안개가 잔뜩 끼여있다. 총동문회에서 제공한 돼지머리고기, 홍어무침과 산행기념으로 재경총동문회 25대 회장과 산악회장이 협찬한 타올을 선물로 받았다. 시산회 산우들은 당초에 신청한 친구들 몇 명은 참석을 못하였고, 양주 친구도 건강 때문에 잠시 얼굴을 보였다가 산행 참석은 포기를 하였다.

 

재경총동문회에서는 관악산으로 산행 장소를 정하였으나 시산회 산우들은 대부분이 안개가 끼인 관악산의 산행은 위험하니 서울대공원의 삼림욕장길이나 대공원둘레길을 산책하기로 결정하고, 대공원역으로 이동하였다. 금년도 시산회의 서울대공원의 산행은 세 번째이다. 오늘은 날씨 관계로 서울대공원역의 입구에서 부터 동물원둘레길 및 산림욕장길로 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서울대공원의 둘레길은 지난번에도 안내를 내가 하였는데, 오늘도 내가 하기로 하였다. 오늘 역시 동물원둘레길과 산림욕장길을 적절히 조정, 단풍 구경과 산책을 하기로 하고, 삼림욕장길을 걸었다. 산림욕장길은 서울대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외곽의 산책길로, 총 거리는 7 km(2시간 30분 소요) 이다.

 

잘 정비된 삼림욕장길은 처음에는 계단으로 오르막길이나 산책로를 편안히 걸었다. 휴식터에는 산객들이 음식물을 먹고 있었다. 전망대의 위치가 좋아 그 곳까지 갈까 했었는데, 산우들은 뒤풀이 때를 감안, 가지고 온 음식은 조금 빨리 시식을 하자고 하여 ‘자연과 함께하는 숲’ 쉼터의 긴 의자에 자리를 잡고, 간식을 끄집어내었다.

 

재경광고총동창회에서 제공한 돼지머리 고기, 홍어무침 안주에 막걸리와 떡, 김밥, 과일 등을 들기 전에 단풍 숲을 바라 보다, 동반시("단풍 숲속을 가며" / 오세영)를 안내자인 내가 낭송하였다.

 

"단풍 숲속을 가며" / 오세영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옆을 보면

화들짝 붉히는 낯익은 얼굴.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뒤를 보면

또 노오랗게 흘기는 그 고운 눈빛

 

가을산 어스름 숲속을 간다

붉게 물든 단풍 속을 호올로 간다.

 

산은 산으로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로 말하는데

소리가 아니면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하루해는 설키만 하다.

 

찬서리 내려

산은 불현듯 침묵을 걷고

화려하게 천자만홍(千紫萬紅) 터뜨리는데

 

무어라 말씀하셨나.

어느덧 하얗게 센 반백의 귀머거리,

아직도 봄 꿈꾸는 반백의 철딱서니.

 

오세영(1942~)은 전남 영광군에서 출생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에 '새벽', 1966년 ‘꽃외’가 추천되고, 1968년 ’잠깨는 추상'이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무명연시' 및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 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오세영 시인은 단풍 숲속을 걷는 화자에게 전하는 '단풍의 말'을 노래하였다. 단풍(丹楓)은 가을의 관습적 표지다. '꽃소식'으로 오는 봄의 추이를 짚듯 첫 단풍 시기로 가을을 가늠하는 것이다. 새봄의 꽃소식은 북으로 올라오지만, 단풍은 온 산을 발갛게 물들이며 남으로 내려온다.

 

보통 하루 최저 기온이 영상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기온의 변화가 나뭇잎으로 하여금 활동을 접게 하는 셈이다. 단풍은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면서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크고 가을 일조량이 많을수록 색깔이 곱다고 한다. 단풍은 나뭇잎이 더 이상 활동하지 않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잎이 활동을 멈추면 엽록소가 파괴되고 자가분해가 진행된다. 이와같은 과정에서 안토시아닌이라는 화학물질이 단풍의 빛깔을 결정한다.

 

남미관 샛길이 있는 갈림길에서 몇몇 산우들은 삼림욕장길은 단풍이 없어 지루하니 동물원둘레길로 산책길을 옮기자고 하여 두 팀으로 나뉘었다. 전망대에 까지 가야 할 산우들은 내가 안내를 하였다. 전망대에 까지 왔던 산우들은 날씨가 조금 맑아져서 사진을 촬영하고, 삼림욕장길 아래 숲속의 저수지로 하산하는 길을 찾았다.

 

산림욕장길 옆에 내가 좋아하는 詩가 있다. 나무판에 뚜렷이 새겨진 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詩는 우리 시산회 5회(2004. 12. 12)의 ‘관악산(연주대)’ 산행을 했을 때 동반시로 낭송한 詩이고, 나도 공직을 명퇴할 때(2010. 6월) 이 詩를 낭송하였다.

남미관 샛길의 근처에서 부터 동물원둘레길은 단풍이 아름다웠다. 동물원둘레길은 4.5 km로 포장이 되어 있으며, 산책로를 따라가면 동물원의 정문이 있고, 동물원의 외곽둘레길과 연결이 되며, 차도는 대공원의 외곽 순환도로로 동물원둘레길 북문에 직접 닿는다.

 

북문입구 국립현대미술관, 스카이리프트의 중간 도착지를 지나 남미관 샛길로 먼저 동물원둘레길에 갔던 산우들을 만났다. 사랑이 시작된다는 연인들의 사랑을 연결해 주는 '미리내다리'를 건너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선바위역 3번 출구 옆의 뒤풀이 장소를 찾아갔다.

 

선바위역에는 삼모 친구가 우리를 안내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산우들은 뒤풀이 장소('메밀장터')에서 샤브백숙, 해물찜닭 등에 막걸리, 소·맥주를 맛있게 먹으며, 잠시 시산회 423회의 산행 장소를 협의하였다. 서울서 원거리인 춘천의 삼악산, 검봉산 추천을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산행장소는 확실하게 협의를 못하고, 집행부에 미루었다.

 

서울시내의 각 산마다 산책하는 느낌이 다른 특징이 있다. 산이 주는 즐거움보다 산이 주는 괴로움이 더 크게 느낄 때가 있다. 산책길로 조성된 하천길이나 서울대공원의 산림욕장길은 힘들지 않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길이다. 크게 힘들지 않고, 마음 편하게 걸을 수가 있는 '서울둘레길'이 좋을 것 같다.

 

지난 월요일(11월 22일)은 '소설(小雪)' 이었다. 영하의 날씨이며, 적은 눈이 내린다는 '소설' 이었다. 이제 가을은 단풍과 함께 지고, 12월 7일(화)은 다음번 절기인 '대설(大雪)'이다. 금년도의 시산회 산행은 3회만 남아있다. 항상 건강관리 잘 하시고,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시길 빌면서...

 

                              2021년 11월 26일(금)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갑자기 통증이 심해지며, 체력이 떨어져 이유를 생각해보니 때는 호시절 가을이 지나가고 소설이 다가오고 있었다. 추위와 상극의 대척점에서 서로 눈에 힘을 주고 있는 질병이다. 때맞춰 찾아오는 연중행사를 까먹었다. 관악구청에서 관리하는 까치산체육공원에 가서 하체 근력(상체는 의사가 강력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데, 결과는 싱거운 판정승이다. 열 번 쉬면서 들어 올리던 기구가 요즘은 한 번도 쉬지 않고 거뜬하게 100번을 시행한다. 주요한 세 개의 기구 중 중간에 자전거 타기로 숨을 고른다. 런닝머쉰으로 걷다가 사고가 났다. 그것을 보고 있던 트레이너가 뛰어와 목은 어떠하시냐고 걱정을 담은 말을 건넨다. 장애인은 50% 할인이라는 안내문을 보고 장애인카드를 들이밀었다. 당연히 어디를 다쳤냐고 묻는다. 목의 상태와 통증에 관해 말이 오고 갔다. 그후로 나에 대한 관심이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높다. 본래의 업무와 관련하여 충실한 행위다. 자신들의 주요업무라 한다. 노인들은 정부에 대해 표를 안 찍어주는데 관심은 적절하다. 이번에 참석자가 적으니 나라도 한 발 들여야겠다.

 

왜 노인이 되면 보수가 될까? 이 의문에 해답을 주는 프로를 봤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스 38회다. 주제는 ’어떻게 빈곤층은 보수화 되는가‘이다. 소재가 된 책은 ’유한계급론(소스타인 베블런)‘이다. 변화가 싫은 것이다. 쓸 곳이 없으니 의식주를 해결할 적당한 수입만 있으면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버린다. 생각하기 싫으니 공정하므로 논조가 정확한 매스컴을 보지 않고, 적당히 긁어주며 자극적인 제목으로 관심을 받는 소위 보수의 조중동 등의 매스컴에 익숙해진다. 진보는 변하고 싶고 보수는 안정된 상태를 원한다. 50대까지 진보였던 사람도 60대가 되는 보수가 되는 이유다. 원래 진보의 개혁은 시끄러운 법이다. 자신이 부자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규모가 되면 자타공인 선진국이다. 무역량 7위, 개인당 국민소득은 선진국인 일본을 넘었으니 당연히 선진국이다. 군사력은 6위로 링크되어 있으나 아무리 봐도 일본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국방과학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주워 담은 핵무기에 관한 정보는 갖고 있으나 군사기밀 2급 면허증 소지자였으므로, 여기서는 말할 수 없다. 외환보유고도 4위다. 무역규모의 4배가 되니 1997년 일본이 은밀한 음모를 가지고 일으켰던 우리의 외환부족사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실 이 정도가 되면 대통령도 크게 할 일은 없다. 국가의 시스템이 작동하여 흘러간다. 600조 원의 헤지펀드는 거대한 이익사냥꾼들의 자본 모임이다. 그들이 각국 수도의 집값을 엄청 올려놓았다는 분석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경제가 형편없어진 ’잃어버린 30년‘의 주역 일본 동경의 집값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는 것만 봐도 그 기사의 논리는 맞다. 뉴욕, 런던, 파리 등을 보면 틀리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런 펀드는 수없이 많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사태를 주시하다가 나비처럼 날아와 벌같이 쏘고 가버린다. 종부세 대상이 2%에 불과한데 마치 자신이 그 속에 끼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종부세 타령을 하는 노인네를 보면 한심하다 못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2%와 98%의 싸움에 우리 중 그 누가 그 안에 낄 수 있을까. 그것도 대부분 법인이라는 데에 미치면 참으로 대책 없는 보수언론들과 그 소속 기자들이다. 검찰총장의 무영수증 활동비(영수증은 검증을 받지 않으니 첨부하나 마나다.)의 대부분은 기자에게 흘러간다는 것은 아는 사실이다. 청와대 활동비도 마찬가지였지만 문 대통령은 그것을 끊어버렸으니 기자들은 정권이 바뀌기 바라는 입장이 된다. 보수들은 기자들을 후하게 대접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언론개혁을 외치는데 180석이 넘은 의석으로도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아직 못하고 있으니 일부 의원들의 뒤가 몹시 구린 탓이 아니겠는가. 역사를 살펴보면 개혁도 자신이 먼저 깨끗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우리 아직 개혁에 목이 마른지, 이만하면 안정을 즐기자는 쪽에 점을 찍을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진보와 보수 어느 쪽이 되어도 순간의 시간일 테니 반대쪽에게 반론을 펴는 것, 그것을 즐긴다.

 

4.동반시

1122일 오늘은 소설, 날씨도 추워지고 살얼음이 얼거나 눈이 내리기도 하는 등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절기, "소설 추위는 빚내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무렵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함, 찬바람이 심하게 불기도 하는데 이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하며 배를 잘 띄우려 하지 않음, 아직 한겨울이 아닌 첫겨울이라 낮 햇살은 아직 따뜻하게 비치므로 소춘이라고 부르기도 함, 이 무렵 월동준비를 하는데, 시래기 엮어서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고 목화를 따서 손을 보며, 또 겨우내 소먹이로 쓸 볏짚 모음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창호도 발라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터울하고 외양간에 떼적 치고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옷 지었느냐” -농가월령가

1122일 오늘은 김치의 날, 김치가 11가지 재료로 만들어지고 22가지 효능이 있다고 해서 2020년 오늘을 김치의 날로 삼음.

 

 

석양을 바라보며 / 박호영

 

흘러간 과거가

저처럼 빛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석양이 드러누운 강물

그 강물 위에선

웃음도 빛이 나고

눈물도 빛이 난다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긴 강물과

저물어도 아름다운 석양

 

그곳에선 슬픔도 기쁨도

다만 빛이 될 뿐이다

 

2021. 11. 26.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