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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종각에서 만나 인사동과 북촌, 삼청동을 걷고 회정식을 먹습니다(詩山會 제425회 산행)

종각에서 만나 인사동과 북촌, 삼청동을 걷고 회정식을 먹습니다(詩山會 제425회 산행)

만나는 때 : 2021. 12. 26.(일) 10 : 30

만나는 곳 : 종각 앞(종각역 4, 5번 출구)

코스 : 인사동, 북촌, 삼청동 일원 걷기

안내자 : 김정남

준비물 : 없음. 추울 예정이니 따뜻하게 입고 오시길.

 

1.시가 있는 산행

 

결핍이 재능이다 / 이시경

 

고흐는 세상을 앞서가다 귀를 잘랐다

그의 절규는 지구 반 바퀴를 돌다 하늘을 물들였는데

 

어디서 본 듯한 핏빛 노을에 절망하여

어느 젊은 천재 예술가가 선택한 것은

자신을 한 쪽 눈을 뽑는 거였다

그의 작품은 뭔가 좀 비틀어져 보였는데

그것이 바로 외눈박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원조다

 

소년들아

꼽추로 태어났는가, 기뻐하라 너는 행위 예술가 될 것이다

소경으로 태어났는가, 기뻐하라 너는 작곡가가 될 것이다

귀머거리로 때어났는가, 기뻐하라 나는 피카소가 될 것이다

정신병자로 태어났는가, 기뻐하라 너는 시인이 될 것이다

고집쟁이로 태어났는가, 기뻐하라 너는 천재 과학자가 될 것이다

 

이제 백만 명 중에 한 명 있는 결핍 있느냐?

신의 은총에 감사하라 너의 재능은 백만 명을 먹여 살릴 것이다

 

반도체에 섞인 불순물처럼

 

-「결핍이 재능이다」 전문, 시집 『아담의 시간여행』 수록

 

과학시이며 시인은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다. 내가 먼저 쓰고 싶어 과학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시인은 과학시를 두 권 폈다. 나머지 한 권은 『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이다. 잠시 소개한다. 얼마나 어려운지 나도 힘들게 읽는다.

 

산소 반도체레이저 / 이시경

 

어둠 속에서

백만 년을 기다렸던 대역사가 이루어졌다

두 세계를 있는 커다란 하늘이 뚫리고

수많은 대협곡이 생겨났다

물이 흐르고 녹색 떨림이 꿈틀거리자

하늘로부터 익룡이 쉬지 않고 날아들었고

 

땅 위에서는 육식 공용이 으르렁대며

일제의 협곡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이 그곳에서 서로 만나 하나가 될 때마다

거듭거듭 몇 번이고 천둥 치고 번개 쳤다

 

깊은 협곡 속에 갇혀 울부짖던 야성들은

제 울림에 더욱 미쳐 발광하다가

벼락같은 커다란 울음으로 우르르

장벽을 뛰어넘었다

 

붉은 울음들이 기지개를 켜고

꽃 편지를 들고 빛의 고속도로를 따라 질주한다

그리운 얼굴들이 날마다 눈물을 받아먹는다

서울이 뉴욕이 베이징의 나이로비가 환해진다

백만 년 만에 지구가

다시 숨을 쉰다

 

-「산소반도체 레이저」 전문,  시집 『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에 수록.

 

나는 좀 더 쉽게 쓰되 거시물리학, 미시물리학 및 뇌과학에 관한 시를 쉽게 쓸 예정이다. 거시물리학 분야인 우주에 관한 것은 재미있는 부분니 있으나, 반면에 미시물리학인 양자역학은 얼마나 어려운지 지금도 헤매면서 공부하며, 공부하면서 헤매지만 하루 종일 공부해도 눈이 아프지 않고 병중이지만 허리도 괜찮은 상태다. 즐겁게 공부하니 매일 새롭고 하루 종일 즐겁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424회 '남산' 산행기"<2021.12.11(수)> / 김종화

 

◈ 산행월일/집결 : 2021년 12월 11일(토) / 3호선 동대입구역 6번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7명 (종화, 진오, 윤상, 정한, 영훈, 광일, 양기)

 

◈ 산행코스 : 동대입구역-장충공원-국립극장-남산 정상-봉수대-안중근의사 동상-회현역-동대문역-뒤풀이 장소

 

◈ 동반시 : "12월의 시" / 김경미 (박형채 산우 추천)

 

◈ 뒤풀이 : 생선조림, 홍어애 등에 소·맥주 / "푸짐한 식당"<창신2동 동대문역1번출구 근처, (010) 4330-7314>

 

매년 연말이 되면 ‘남산’을 산행하여 왔다. 남산이 아름다울 때는 개나리, 진달래와 벚꽃이 피어있는 봄철과 단풍이 물들어져 있는 11월 하순인 가을철이다. 금년에도 지난 11월 21일(일) 남산의 '북측순환로'와 '한양도성 내부순성길'을 걸었다. 몇 년 전부터 이 길을 자주 걸었지만, 단풍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산책길이었다.

 

오늘도 남산 산행을 위해 대부분의 산우들은 집결시간인 10시 30분 전에 동국대입구역에 도착하였다. 양기 산우는 변비와 씨름 중이라고, 나중에 명동 쪽에서 오르다가 연락할 계획이라며, 먼저 출발을 하시라고 한다. 장충공원, 장충야구장, 국립극장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안개가 자욱하여 미세먼지가 많아 좋지 않는 날 인듯 산책객들은 많지가 않다.

 

북측순환로를 가다가 남산야외식물원 근처 서울N타워로 올라가는 계단을 선택하였다. 앞에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영훈이는 산을 오르기가 힘이 드는지 자꾸만 뒤처진다. 진오와 윤상이는 같이 오르며, 말동무를 해 준다.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며, 뒤쳐진 산우들을 기다렸다. 산우들이 도착을 하자, 가지고 온 간식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버스종점에서 정상인 서울N타워 까지는 제법 관광객들이 많았다. 안개가 많이 끼여 전망대에서 서울시내와 산들이 잘 보이질 않는다. 우리는 팔각정과 봉수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남산봉수대에서는 거화의식을 하고 있었다.

 

남산에는 각기 다른 다섯 군데에 봉수대가 있는데, 남산봉수대는 그 가운데 하나를 1993년에 복원한 것이다. 남산봉수대는 갑오개혁 다음 해인 1895년까지 불이나 연기를 피워 올렸다. 2007년도에 다시 개방을 하여 거화의식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거화의식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정오를 전후해서 열린다.

 

의식은 정오 약 30분 전부터 봉수대를 지키는 수위의식과 봉수대 주변을 순찰하는 순라의식을 시작으로 진행된다. 정오가 가까워지면 봉수군들의 나발과 나각 소리가 거화의식이 곧 진행될 것임을 알린다. 종로의 종각에서 12번의 타종이 울리면 그때 비로소 연기를 피워 올린다. 큰일이 없는 평상시 이므로 앞서 말한 거화의 원칙에 따라 하나의 봉화만을 올린다.

 

거화의식이 전체의식의 하이라이트 이긴 하지만 이를 전후에 펼쳐지는 수위의식과 순라의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덕수궁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봉화라는 지리적 특징이 더해져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거화의식이 완전히 끝난 후에는 봉수군과 기념촬영도 할 수가 있다고 하였다.

 

남산봉수대 거화의식을 살펴 본 후 우리들은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계단을 따라 새롭게 한양도성의 구조 등 야외유적을 안내한 곳으로 내려갔다. 영훈이 등 계단을 내려가기가 불편하다는 산우들은 남산케이블카를 타는 곳으로 가고, 나머지 절반은 계단을 내려갈 때에 양기 산우로부터 회현역에 도착 하였다며, 만날 장소를 묻는다. 처음엔 ‘백범 광장’에서 만나기로 하였으나, 야외유적을 안내한 곳에서 만났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앞에 갔을 때 12시 20분이 넘었다.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회현역으로 가 전철을 이용, 동대문역에서 뒤풀이 장소를 안내할 정한 산우를 만났다. 뒤풀이 장소는 종로구 창신2동 동대문역 근처에 ‘푸짐한 식당’이었다.

 

‘푸짐한 식당’ 사장님은 신안 암태도가 고향이라고 하며, 정한 산우가 간혹 한 번씩 찾는 식당이라 한다. 이것저것 생선조림이 나오기 전에 홍어애를 먼저 제공하신다. 오늘 산행을 안내한 나는 동반시 '12월의 시'(김경미 시인)를 낭송하였다.

 

"12월의 시" / 김경미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은 버리자

 

멋대로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과

뜻대로 고집했어야 했던 일 사이를

오가는 후회도 잊자

그 반대도 잊자...

 

오래된 상처는 무딘 발꿈치에게 맡기고

허튼 관계는 손끝에서 빨리 휘발시키자

 

빠르게 걸었어도

느리게 터벅였어도

다 괜찮은 보폭이었다고

흐르는 시간은 언제나 옳은 만큼만 가고 왔다고 믿자

 

어떤 간이역도 다 옳았다고 믿자

 

김경미(1959~) 시인은 서울시에서 출생,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은 고대 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83년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비망록’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는 ‘쓰다 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 ‘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 ‘쉿, 나의 세컨드는’, ‘고통을 달래는 순서’, ‘밤의 입국심사’ 등이 있다.

 

에세이집으론 ‘바다, 내게로 오다’, ‘행복한 심리학’, ‘일상생활의 심리학’, ‘그 한마디에 물들다’,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등이 있다. 현재 KBS 1FM 방송작가로 활동 중에 있다.

 

2008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 주최 국제창작 프로그램(IWP) 참여 작가로 선정되어 3개월간 참여했고, 노작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시집 ‘밤의 입국 심사’가 시 전문지 시작이 선정한 2015년 올해의 최고 시집으로 뽑힌 바 있다.

 

한중작가회의에 4회 참여. 중국어로 번역된 시 중국의 시 전문지 ‘양자강’에 게재되었고, 방송작가 중 ‘별이 빛나는 밤에‘를 시작으로 ‘김미숙의 음악 살롱’, ‘전기현의 음악 풍경’, ‘노래의 날개 위에’ 등의 라디오 프로그램 원고를 썼으며, 2007년 한국방송작가협회 ‘라디오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었다.

 

‘12월의 시’는 정호승, 이해인, 김사랑, 김춘천, 최홍윤, 최연홍 시인 등 많은 사람들이 ‘12월의 시’를 지었다. 또한 많은 시인들이 12월과 관련되는 시를 지었다. 모두가 다 마지막이라 말하기도 아까운 게 시간이며, 남은 세월이 짧을수록 더 소중하다. 한 해를 보내려니 후회가 앞서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쌓인다.

 

12월이 다 가기 전에 그리운 사람에게는 안부 전하고, 보고 싶은 친구가 있거들랑 찾아가서 차 한 잔이나 막걸리 한 잔을 나누시게. 코로나의 확진 때문에 우리는 뜻하지 않게 다정한 친구들과도 만남이 잘 안 되고 있다. 삶이 소중하다고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라는 건지? 애쓰지 않아도 우리 인생은 또 채워지겠지...

 

12월, 마지막 달 중순. 시산회 2021년도 산행도 이젠 한 번 밖에 남지 않았다. 달려온 산행을 조용히 뒤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해 보는 결산의 달이다. 무엇을 얻었으며,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오해를 풀지 못한 일은 없었는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했고, 최선을 다한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경자년(庚子年, 2021년도) 마지막 425회 산행을 기대하면서...

 

2021년 12월 11일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명색이 안내자이지만 코스는 남 총장이 정했다. 인사동은 임 수석 덕분에 아지트를 만들었다. 주모는 멀리 제주도로 갔지만 소식은 간혹 주고받는다. 3년 전 한라산을 오르고 내려와 하루 쉬어가라는 둘째 누님의 권유를 물리치고 녹초가 된 몸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서울에 돌아와서 후회했다. 다음에 영실에 오를 때 함께 오르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 런지 모르겠다. 이왕 지킬 거면 더 늙기 전에 가야 한다. 간혹 책을 빌리러 가던 정독도서관은 북촌과 삼청동에 속해 있다. 젊을 때 삼청공원은 데이트코스로 유명했던 곳이다. 머나 먼 추억도 있다. 아직도 그 추억과 함께 살고 있다. 북촌은 재동, 가회동, 화동, 삼청동을 포함하여 구성하고 있다.

 

납회는 여러 사정으로 취소했다. 423회 뒤풀이 때 발언 단어 선정의 문제 때문에 사단이 났다. 그런 이유로 산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 후 헤어지고, 뒤풀이는 의무사항이 아니고, 참석하는 자의 부담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올해의 마지막 모임은 동대문 횟집에 푸짐하게 고급회를 준비했으니 부디 참석해주기 바란다. 특히 자주 오지 못한 산우들이 와서 자리를 풍요롭게 해주면 고맙겠다. 함께 덕담을 하며 올해의 마지막을 빛나게 장식하자. 크리스마스트리를 닮은 것처럼.

 

4.동반시

때 맞춰 호남지방 서해안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방송 뉴스를 밥 먹으면서 계속 듣고 있다. 고향 영광은 ‘三白의 고장’이라고 했으니 눈과 쌀, 소금을 가리키는 것이다. 눈이 많으면 가뭄이 들지 않는다고 했으니, 옛날부터 가뭄이 들어도 굶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인심이 좋은 고장이다. 겨울철 갓이 들어간 발간 동치미에 국수를 말아 먹으면서 서서히 내리는 함박눈을 보면 행복했다. 특히 백수白岫와 염산鹽山은 소금과 관련한 지명이다. 조기가 연평도 근해에서 알을 낳으려고 지나가는 칠산바다는 새우가 많이 살아 조기를 살찌우며, 염산과 백수에서 3년을 저장해 염수를 빼고 만든 소금으로 절여 말린 굴비는 소금과 더불어 풍요한 고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정치를 무관심하게 보려고 5년 전부터 방송 및 신문 뉴스를 듣지도 보지도 않고 젊은 애들처럼 유투브를 통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감지하고 산다. 무료함을 평생 모르고 살았으니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절약한 시간에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책은 세 살 손녀를 위해 내기로 딸과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 다만 공부가 부족해 진행속도가 느릴 뿐이다. 1월 첫 산행 전에는 내려고 정리하는 중이다. 부디 응원을 바란다.

 

그리움 /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에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2021. 12. 25.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