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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용마로 오르고 아차산으로 내려와 세꼬시 먹으러 갑니다(詩山會 제421회 산행)

용마로 오르고 아차산으로 내려와 세꼬시 먹으러 갑니다(詩山會 제421회 산행)

때 : 2021. 11. 13.(토) 10 : 30

곳 : 용마산역 2번 출구

안내자 : 정동준

준비물 : 전과 동

 

1.시가 있는 산행

 

마음과 마음도 / 나희덕

 

돌과 돌이 붙습니다

나무와 나무가 붙습니다

쇠와 쇠가 붙습니다

유리와 유리가 붙습니다

 

지하철에서 잠들었다가 이 목소리에 잠이 깼다

 

떨어진 문고리 깨진 접시나 화분 부러진 상다리

물이 새는 신발창 부서진 장난감....

모든 게 딱 붙습니다

보십시요 떼려야 뗄 수가 없습니다

이 접착제 두 개를 단돈 천 원에 드립니다

 

무엇이든 붙일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사람들은 지갑을 열었다

 

갑자기 깨진 것들의 목록이 생각난 것처럼

간절하게 붙이고 싶은 게 있는 것처럼

 

저녁 햇빛이

낡은 신발들을 비추고

지하철에서 지쳐 잠든 얼굴들을 비추고

 

그는 다시 외치기 시작했다

 

돌과 돌이 붙습니다

나무와 나무가 붙습니다

쇠와 쇠가 붙습니다

유리와 유리가 붙습니다

 

저기요 혹시 마음과 마음도 붙일 수 있나요?

 

마음과 마음이 붙는다는 건 정신분석학에 들어가면 가능할 것이다. 밤이 깊어 자정에 다가가면 약을 먹고 저절로 꿈속으로 빠져야 할 시간이 된다. 새벽에 글을 쓰자는 마음이 들지만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불어온다. 잠이 부를 때까지 그냥 쓴다. 여러분, 나를 빼고 약과 통증이 붙을 수는 없을까요? 참 좋아하는 시인의 시는 언제나 좋다.

 

2.산행기

제420회 대모산 산행기 / 최광일

 

◈ 산행일/집결 : 2021년 10월 24일(일) /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 7번출구 (10시 30분)

 

◈ 참석 : 20명 (세환, 종화, 진오, 정우, 재홍, 윤환, 경식, 승렬, 원무, 윤상, 재웅, 용복, 전작, 동준, 일정, 정한, 문형, 광일, 양기, 황표)

 

◈ 산행코스 : 대모산입구역-일원터널(입구)-밀양박씨묘(일원종친선산)-쉼터-전망대-대모산(정상)-서울둘레길-수서역-교대역-뒤풀이장소-집

 

◈ 동반시 : "가을 햇볕에" / 김남조

 

◈ 뒤풀이 : '오리백숙'에 막걸리 / "북새통"식당 <교대역 1번 출구 근처, (02) 523-1297>

 

시산회 420회 대모산(291.6m) 산행날이다. 오늘의 날씨는 맑고 시원해 산행에는 좋은 날씨이다. 참석한 산우들 20명은 개포동 대모산입구역에 다 모였다. 들머리는 일원터널 입구 옆으로 올라 개나리동산을 걸었다. 대모산의 정상까지는 1.7km로써 수서역 쪽으로 둘레길을 산책하면 적당할 것 같았다.

 

둘레길 옆에 철조망을 쳐 놓은 밀양박씨 일원종친회의 선산과 한솔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이정표에 ‘잘 가꿔놓은 숲길’이 있고, 깔끔한 계단을 오르니 휴식을 취할수 있는 쉼터가 군데군데 있었다. 산우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초코렛(국내판매 1위 해태 ‘자유시간’ 등)과 커피를 제공한다. 지난 산행이야기와 앞으로의 산행계획을 위해 좋은 생각들을 많이 들려준다.

 

조금 더 오르니 시내의 전망이 보이는 전망대가 있었다. 단체로 사진을 촬영한 후 헬기장을 지나 대모산 정상에 올랐다. 산행계획은 대모산 정상에 올라 잠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후에 정한 친구가 미리 예약해 놓은 식당이 교대역 근처에 있다고 하기에 수서역으로 가 3호선 전철 편으로 교대역으로 갈 계획이다.

 

대모산 정상에서도 계단에서 산우들이 단체로 증명할 수 있는 사진촬영을 한 후에 정상 근처에 돗자리를 깔고 5명씩 조를 편성, 가지고 온 야식(오소리감투, 골뱅이, 떡, 김치, 깍두기, 토란대나물, 과자류, 막걸리 등)을 맛있게 나눠 먹었다. 활기를 되찾으며. 전례에 따라 동반시("가을 햇볕에"/ 김남조 시인)를 낭송 하였다.

 

"가을 햇볕에" / 김남조 (박형채 산우 추천)

 

보고 싶은 너

가을 햇볕에

이 마음 익어서

음악이 되네

​말은 없이

그리움 영글어서

가지도 휘이는

열매

참다 못해

가슴 찢고 나오는

비둘기 떼들

​​들꽃이 되고

바람 속에 몸을 푸는

갈숲도 되네

​가을 햇볕에

눈물도 말려야지

​가을 햇볕에

더욱 나는 사랑하고 있건만

말은 없이 기다림만 쌓여서

낙엽이 되네

아아

저녁 해를 안고 누운

긴 강물이나 되고 지고

​보고 싶은 너

이 마음이 저물어

밤하늘 되네

 

김남조 씨는 시인, 수필가 이다. 1927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나 일본 규슈(九州)에서 여학교를 마치고, 1951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마산고·이화여고 교사로 근무하다, 성균관대학교 강사를 거쳐서 1954년부터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하였다. 현재 95세로 한국 시단의 찬란한 거목이시다.

 

사범대학 재학시절 “연합신문”에 ‘성숙’, ‘잔상’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주로 연가풍이면서도 신앙적 삶을 고백하는 시를 썼었다. 첫 시집의 ‘목숨’에서는 인간성과 생명의 정열을, 제2시집은 ‘나아드의 향유’에서는 종교적 사랑과 윤리를 표현했다. 대표작으로는 ‘겨울 바다’와 ‘그림엽서’가 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여름내 땀 흘려 농사를 지은 농부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계절이며, 또 여름내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고 결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많은 과일. 곡식들도 여름내 더위에 지친 몸을 시원한 가을바람에 추스르며 제할 일을 마치고 후손을 남기고 떠날 채비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에 푸른 쪽빛 하늘은 넓은 바다처럼 우리 모두를 받아들여 품에 안을 듯이 세상을 내려다본다. "가을만 같아라"는 이야기처럼 김남조 님의 시도 가을을 다독이고 있다. 우리의 가을도 우리의 마음도 모두 가을만큼이나 넉넉하고 풍성하며, 아름다워 졌으면 세상사는 기쁨이 좀 좋을 듯한 가을시 이다.

 

산우들은 뒤풀이 시간에 맞춰 돗자리를 걷고, 일어선다. 나도 함께 일어서다 허벅지 근육이 약한 건지 뒤로 넘어졌다. 손을 잘 못 짚어서 상처가 났었는데, 문형 산우는 배낭을 뒤지더니 약통에서 소독약과 연고를 발라주고, 밴드로 마무리를 하여준다. 문형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고딩(시산회) 친구들 중 명물이란 걸 느꼈다.

 

서울둘레길(4코스)을 따라 수서역에 도착, 뒤풀이 장소인 교대역으로 이동하였다. 일정이 친구만 집에 일이 있어 수서역에서 먼저 가고, 교대 ‘북새통’에 도착하였다. 오늘 장사를 하지 않는 날인데, 특별히 부탁을 하여 우리 ‘시산회’ 회원만 받겠다고 하신 모양이다. 오리백숙에 막걸리를 맛있고 마시고, 배부르게 먹었다.

 

이제 금년 시산회 산행은 5회가 남아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듯이 산과 기후 등에 대해 잘 숙지하고, 스스로 건강상태에 대해 잘 알고 등산을 한다면 안전사고는 멀어지고 좋은 추억만 남는 멋진 산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11월의 산행 횟수를 3회를 정하고, 다음번 산행을 협의한 결과, 장소는 ‘용마산’으로 결정하고, 안내는 동준 산우가 협조하기로 하였다. 오늘 뒤풀이장소 결정을 협조한 정한 산우와 뒤풀이 때 참석한 산우들에게 선물(주방용 칼)을 제공한 윤환 산우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항상 산우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산행기를 맺는다.

 

2021년 10월 25일  최광일 씀.

 

3.오르는 산

올해는 열성과 책임을 품은 총장이 여기 있어 산행 참가자가 많아 항상 뿌듯하게 산다. 참가자가 적으면 힘을 보태려 했는데 오기 힘든 기회다 싶어 재활에 힘쓴다. 자주 처지고 산우들에게 부담이 되니 다리의 힘을 길러야겠다. 뭐를 해도 남에게 부담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은 나의 신조에 가깝다. 부디 산행 잘 하고 뒤풀이는 세꼬시로 채운다니 부럽다. 나는 늦어지는 시집에 마음을 붙이겠다.

 

4.동반시

요즘은 세월이 가는 것은 알겠는데 날짜는 시계나 달력을 보고 확인해야 안다. 삶은 시간의 일부라는 철학적 표현이 있다. 상강이면 10월 23일경이니 이미 지났다. 지난 주말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계절과 낙엽은 길을 노란 비단으로 깔았다. 산행하기 좋은 날의 새벽이다. 즐거운 산행 되시라.

 

상강霜降 / 허은실(박형채 공급)

 

마지막일 것이다

한쪽 날개가 찢겨 있었다

북한산 비봉 능선

나비 한 쌍

서로 희롱하며

춤추고 있다

그 높고 아득한 공중을 나는

시기하였다

 

길바닥에는 가을 사마귀

풀빛이 갈색으로 그을렸다

가늘은 다리가

어디로 갈 지 몰라 하여

나는 잠깐 설웁다

 

곧 서리가 내릴 것이다

구애가 전 생애인 몸들 위로 

 

2021. 11. 13.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