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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용마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429회 산행)

용마산에 오릅니다(詩山會 429회 산행)

: 2022. 2. 27() 10 : 30

: 7호선 사가정역 1번 출구 옆 작은 공원

매니저 : 이재웅

준비물 : 마음 가는 대로

 

1.시가 있는 산행

 

불화정성의 원리*

-이브

 

 

한밤중에 불 꺼진 대청에서, 이 히히히~

 

아니 이럴 수가

삼십 년 동안 같이 산 여자인데

사람의 모습으로 밥 짓고 빨래도 하고

심지어는 그동안 아이도 키워 학교에 보냈는데

모르는 척 누워있자

침실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도로 닫힌다

원래 그녀는 겁도 많고 착했었는데

귀신이 그녀 몸에 들어가 아내 행세를 했단 말인가

그래서인지 그녀는 불을 켜놓고는 잠을 못 잤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만 가면을 벗길 묘책은 없나?

 

혹시 백년 묵은 여우는 아닐까?

망각세포를 모두 되돌려보니

그녀에게서 여우 냄새가 난 적이 부지기수

전날 밤에 어디서 물어왔는지

아침 밥상엔 늘 생선이 놓여 있다

어느 땐 하얗게 뜯게진 채로 생닭이 냄비 속에 놓여 있었다

웅크리고 몰래 부엌에서 작업하는 꼴은

영락없는 여우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하지?

 

어둑어둑해지면 땅거미같이 어김없이 내게 밀려오는

그녀의 실루엣 물결, 너무 아리송한데

 

내 갈비뼈가 다시 흔들린다

 

*아담의 수명이 우주처럼 영원하다면 이브의 맥박과 솜털의 수까지 정확히 셀 수 있겠지만 신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이 시를 해설하려면 우리의 몸은 원자로 이루어진다는 전제를 달고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몸은 10에서 028개 붙인 숫자의 수로 이루어진다. 사람 몸의 세포 35조 개의 유전자와 단백질지도에 이어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의 종류와 위치, 상태, 이행, 계통 등을 알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MIT공대 등 여러 연구기관에서 착수했다는 기사가 7년 전 2015년에 떴다. 그후에 세포가 늘었는지 72조 개라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것은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세포의 수는 늘어날 수 있다. 그래봤자 두 배 늘어난 모양이다. 인체 세포를 이루는 것은 원자인데 그 수가 무려 10의 28승 개라면 그 수는 어떻게 셀 수 있었을까?하고 물었더니 방법이 있다고 한다. 내 물음은 거기서 멈췄다. 다른 궁금증을 풀려고 책 속으로 들어갔더니 처음으로 나오는 오늘 올린 시의 제목인 불확정성의 원리에 부딪히면서 물리학의 영웅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인정하지 않은 것도 알게 되었다. 원자는 원자핵과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루어지는데 전자의 운동위치는 알아도 안 것이 아니라는 원리이다. 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모르고 반대의 경우도 하나만 알게 되는 같은 형태의 결과가 나온다. 그러면 원리가 아니므로 굳이 불확정하다는 언어를 붙였다. 그후에 양자요동, 양자도약, 양자중첩, 양자얽힘 등을 접하게 되니 사회학도인 나의 두뇌는 두 쪽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도 한 번 먹은 마음을 접기에는 너무 멀리 와있다. 이것에 대한 글을 쓰면 수많은 밤을 보내는 것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이므로 모든 것을 다뤄야 한다. 그것의 최소 하위 개념인 소립자까지는 겨우 기어서 갔지만 전자스핀을 비롯한 등등의 것을 보는 순간 나의 시작은 하찮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붓다의 가르침은 諸行無常, 다른 표현으로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므로’ 나로서는 갈 길이 멀다. 촌음이라도 아껴 쓰자.

 

2.산행기

 

시산회 428'아차산'둘레길 산행 사진"2022.02.12()

 

산행일/집결 : 2022212() / 5호선 광나루역 1번출구 (1030)

 

참석 : 17(갑무, 세환, 정남, 종화, 진오, 기인, 형채, 재홍, 윤환, 경식, 윤상, 용복, 정한, 영훈, 광일, 양기, 황표)

 

산행코스 광나루역-텃밭-아차산관리사무소-고구려정-대성암-아차산2보루-5보루-1보루-해맞이광장-아차산관리사무소-광나루역-<광진교>-천호역-뒤풀이장소-<올림픽공원>-몽촌토성역-

 

동반시 : "봄 편지" / 황금찬 (박형채 산우 추천)

 

뒤풀이 : '아구수육', '병어회무침'에 소·맥주와 막걸리 / '계절식당' <강동구 천호동 542, (02) 482-4738>

 

동반시

 

"봄 편지" / 황금찬 (박형채 산우 추천)

 

봄을 기다림이

손끝에 닿았다기에

입춘 날 아침에

편지 한 통을 보내노라


바람 부는 사연은

다 묻어두고

물오르는 가지에

터져 나오는

봄눈을

소중한 보석처럼 담아 드리노라.


계곡에 얼음이 풀리고

흐르는 물소리

남국에서 편지에 담아

보내노라.

하루 낮 하루의 밤을 지내며


사랑은

꽃 같은 마음에서 오고

인정은

향기에서 오느니

이 시대에

꽃과 향기가 되라


그리하여 사랑이 없는 마음에도

꽃이 피고

인정이 없는 이 들판에서

짙은 향기가 풍겨라.

나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봄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


꽃 같은 마음을 기다리고

향기의 인정을

기다린다.

 

이 지구촌에

행복을 실어오라

평화를 가져오라

미워하는 마음도

저주하는 마음도

사라지리라.

 

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 게시물을

 

산행기는 이것으로 가름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항상의 사건과 코스였다. 다만 정한이가 소개한 여수집의 도가니수육은 일품이었고 그것이 너무 맛났으므로 두 번째 나온 병어무침은 인기가 덜했다. 산에서 중간에 차린 상은 바리바리 싸온 음식들이 소식을 하는 것으로 공인해주는 내 배를 가득 채웠다. 코로나 사태가 풀리면 다시 모여도 좋은 식당이다.

 

2012. 2. 26. 김종화 김정남 공동으로 올림

 

 

3.오르는 산

사가정으로 오르는 아차산에서 올라 시인들의 공원묘지가 있는 망우리까지 종주하는 코스 산행에 참여했으니 올랐거나 우회했을 것이다. 요즘은 손녀 어린이집에 등원시켜주고 도서관으로 내뺀다. 점심에 대한 서로의 신경 씀도 귀찮다. 도서관에서 사먹으면 책을 보면서 먹을 수 있으니 좋고 책을 보고 글을 쓸 수 있는 자유스러운 세 시간의 시공간에 공부가 즐겁고 오가는 길에 듣는 지식이나 음악은 조금 투자한 무선 헤드폰이 두세 시간의 시공간을 즐겁게 한다. 10번의 겨울로 충분하도록 열심히 해서 일단 막을 내리고 어머님이 세우신 양로원으로 갈 예정이다. 어머님이 쓰시던 영구 결번방의 주인이 간다. 스마트폰과 두 개의 LG 그램 노트북과 삼성테블릿, 그곳에 있는 컴퓨터가 있으니 글 쓰는 사람으로서 부족할 것이 없다. 어머님이 계신 선산은 눈앞에 보이므로 매일 가도 무리하지 않는 행복한 餘命이 기다린다. 오늘 산행은 여섯 명이 와도 즐거운 산행이 될 것임이 충분하다. 내 수행의 멘토 재웅이가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준비해 놓았다. 내가 깔 패가 아니다. 나는 그대로 준비해간다. 여섯 명이면 오붓하겠다.

 

4.동반시

 

상상이란 영혼의 눈이다. 학식 없이 상상력을 지닌 자는 날개는 있으나 발은 없는 자이다. 환상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기술이며 우리가 살고 있을 경우 살아나가는 것도 기술에 의해서이다. 인간의 상상에서만 모든 진리는 유효하고 거부할 수 없는 생존을 찾는다. 상상은 인생 최고의 스승으로서 예술의 최고 스승이다.” -아인슈타인

 

봄은 나무에 물 오르면 가지를 펴고 잎을 펴고 성질 급한 나무는 꽃부터 핀다. 그러기 전에 항상 지나가는 꽃샘추위는 올해도 만만하지 않을 테니 조심해서 지내라며 하늘님이 들려주는 따뜻한 경고다. 그러므로 꽃샘추위는 따뜻한 추위가 된다. 형채에게 감사. 내 마음의 멘토 재웅의 낭송도 기다려진다.

 

꽃샘추위 / 노태웅

 

지독한 영하의 날씨가

덧난 상처를 애무하면

폭포는 몸부림치며

온몸을 하얗게 문신한다

 

힘들게 걷던 길 뒤로하고

물마루 타고 먼 길 돌아온

봄을 알리는 꽃샘추위

남몰래 너를 끌어안고 있어도

아직은 차가운 눈빛

 

 

따스한 체온 익을 때까지

힘찬 바람 날리며

그리움 품고 꽃잎 비상할 때

구름은 땅에 내려와 계절을 밀고 가고

물오른 매화는 봄의 열병을 앓는다

 

2022. 2. 27. 어둑새벽에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