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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남한산성(역사테마길)으로 갑니다(詩山會 제433회 산행)

남한산성(역사테마길)으로 갑니다(詩山會 제433회 산행)

때: 2022. 4. 24(일) 10 : 30

곳: 전철 8호선 산성역 1번 출구

준비물: 마음 가는 대로

매니저: 김종화

 

1.시로 여는 산행

 

시의 한숨 / 도봉별곡

 

시가 늘 어렵다고 말하거늘
시에도 아픔이 있다고 말해주라

시는 돈이 안 된다

시를 써서 부자가 됐다는 말 들어보지 못했다

시인의 주머니는 늘 가볍다


시를 쓰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

고치고 또 고치고 맘에 들 때까지 고쳐도

맘에 들지 않으면 버린다

들인 시간에 비해 고료는 말하기 민망하다


돈이 있어도 시를 쓸 수 없다

세상에 대필 시는 없다

감성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

대필 시인이 없다

이 세 가지 아픔을 견뎌본 사람은 안다
시처럼 쉬운 것은 없노라며
그것을 겪지 않고 시의 어렵고 쉬움을 따지지 마라

어려운 시에도 흥이 있어 비틀기도 있고
밧대기도 있고
바꿔잡기도 있고

몬삼기도 있고

비사치기도 있고

 

심심하면

자리바꾸기도 있고

느낌바꾸기도 있고

줄이기 깎음질 겹치기 깎기도 있고

 

간혹

너스레를 떤다

들었다 내리기를 하고

신이 나는 대로 실컷 해버린다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무엇인들 못하랴

에둘러 얼맞추다가 거짓부리도 한다

 

자살은 지상 최고의 예술이다

누가 말했을까

시인은 항상 자살을 꿈 꾼다

그럴 자신 없으면 이 길로 들어서지 마라

 

여든 가지 넘은
춤사위는 유난히 멋드러진다고

그 많은 춤사위를 배워본 사람은 안다
다시는 시를 추는 춤사위 아니고는 세상은 싱겁다고

시는 뒷모습을 보이며

먼 길 떠나듯

가깝게 행장 꾸미고는

말없이 떠난다

그의 뒷모양은 항상 아름답다

 

 

-시의 수사법은 80가지를 넘나든다. 옛날에는 300여 가지였다는데 역시 돈이 안 돼서 도망 갔나보다. 하여 남은 80가지를 쭉쟁이*만 남았다고 한탄한다. 그래도 남은 80여 가지를 들고 어지러운 장터를 쓸고 다니며, 다 팔지 못한 술 얻어 마시며 살아간다. 시인의 글과 진짜 글쟁이의 글은 다르다. 차마 누가 바르고 그른지는 판단할 짓이 아니다. 각자의 길이 좋은 걸 어이하랴. 여기에 가장 어려운 은유와 상징, 비약과 생략의 수사법은 시 쓰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어려운 것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이다. 우리의 마음은 아주 복잡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 쓰기와 우리의 마음먹음은 결이 다르다. 시인들은 그것을 알면서 자신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 가난하다.

 

시인의 감성은 특이하다. 보편성 감성으로 글을 쓰면 당연히 싱겁다. 싱거운 것으로만 간을 맞출 수는 없다. 국어사전과 고어사전은 항상 곁에 둔다. 거기다 이 많은 수사법으로 글을 짓는데 일반인은 이해하면서 읽기 쉬울 턱이 없다. 어렵다고 비난해도 소용없으므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감성만큼만 읽으시라. 시인은 죽어도 설명문은 쓰지 않겠노라 이미 맹세한 터, 다시 돌아기가 뭐해서 그냥 간다. 부디 이해하시라.

 

제5시집의 테마는 시간의 수수께끼, 왜 철학은 죽었는가, 모든 것의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왜 지금의 우리는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지 못하는가, 다중우주, 빅뱅, 블랙홀, 깨달음은 없다, 아인슈타인의 모든 것의 통일, 왜 창조자로서의 신이 필요한가, 뇌의 탐구, 자유 의지는 없다, 등이므로 주제는 당연히 무겁다. 그 무거운 것들이 내 여명을 밝혀 주리라 믿고 시작한다. 이제는 매년 시집을 내지 못한다. 주제가 무거우면 나눠서 지고 가야 한다. 이해하시라.

<도봉별곡>

 

*쭉정이의 전라도 사투리(특히 장수, 진안 등지)

 

 

2.산행기

 "시산회 432회 '우면산' 산행기"<2022.04.09(토)> / 정한

◈ 산행일/집결 : 2022년 4월 9일(토) /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5번 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6명 (갑무, 세환, 종화, 기인, 형채, 재홍, 경식, 윤상, 재웅, 삼환, 전작, 일정, 정한, 문형, 양기, 황표)

◈ 산행코스 : 양재시민의숲역-여의천변-양재천변-양재초교-소명탑-우면산둘레길-육각정휴게소-사당역-뒤풀이장소-사당역-집

◈ 동반시 :  "3월의 그대에게" / 박우복 (박형채 산우 추천>

 

◈ 뒤풀이 :  '민물장어'에 소·맥주와 막걸리 / "황재풍천민물장어" <사당역 5번출구 근처 (02) 585-2040>

 

 

시산회 432회 '우면산(牛眠山)' 산행날이다. 이 총장님으로 부터 매니져로 임명을 받았다. 산행코스 안내와 뒤풀이장소 등을 정하여 산행을 마무리 하는 책임이 있어 우선 산악대장인 종화에게 연락을 하였다. 집결은 어디에서 할 것인지?와 산행의 날머리 및 뒤풀이 장소를 정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우면산'(293m)은 소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누운 형상으로 소가 잠자는 모습의 산이라 해서 우면산(牛眠山)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우면산을 부르는 이름은 다양한데, 큰 바위가 관을 쓴 모양이라 해서 관암산(冠巖山)이라고 불렀었고, 활을 쏘는 궁터와 정자가 있어서 사정산(射亭山)이라고도 했었다. 북쪽 사면은 완만하지만 남쪽 사면은 경사가 크고 골짜기를 형성한다.

 

산행의 집결장소는 작년에도 이곳을 정하였고, 산행코스도 서울둘레길 4코스를 걸었었기에 몇 명의 친구들과 협의, 들머리는 양재시민의숲역으로 정하고, 뒤풀이는 날머리인 사당역 근처로 정하여 풍천민물장어 외에 담양추어탕이나 교대역 근처에 북새통도 추천을 받았다.

 

대부분의 산우들이 우면산 산행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우면산 산행은 처음에는 6명밖에 신청을 하지 않았으나 산행날이 점차 가까워지자 16명이 신청을 하였다. 집결지인 신분당선 양재시민의 숲 역의 여의천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있어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우린 양재시민의 숲을 지나며 활짝 핀 벚꽃을 구경하고, 단체 증명사진도 남겼다.

 

여의천에서 양재천을 끼고 옆에 서울둘레길을 따라 천천히 우면산에 한참 오르면 길가에 정자가 있다. 벌써 산행에 지쳤는지 쉼터에서 돗자리를 깔고 배낭에서 간식을 내어 놓으며 앞서간 4명의 산우들을 찾는다. 먼저 간 친구들은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오시라고 하였다. 두 팀으로 갈라진 후진 팀은 간식을 맛있게 먹고 우면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정상에 오르니 우직하게 서있는 돌탑 하나를 볼 수가 있다. 사람들이 각자의 소망을 담아 하나, 둘 올리기 시작한 게 지금 같은 큰 돌탑이 되었다고 한다. 소망탑의 높이가 높아지자 사람들이 옆으로 돌을 쌓기 시작해 지금은 약간 기형적인 형태가 되었다. 그래도 정면에서 바라보면 어김없이 탑의 형태이다. 그냥 보면 돌탑에 불과한 듯하지만, 그 탑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우면산에 오르기 위한 등산로는 예술의 전당 뒤편으로 오르는 길과 남부터미널 입구에 있는 서초약수터로 오르는 길 등 여러 코스가 있다. 산행길이 짧고, 평탄 한데다가 나무로 만든 계단과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라 오르기가 쉽다. 서울시에서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로 인한 수해복구를 하며, 위험하지 않고, 평탄한 우면산에서 산책을 위한 둘레길을 조성하였다.

 

우면산의 실질적인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소망탑전망대는 서울의 많은 조망명소 중에서 뛰어난 전망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곳을 오르기 위해 잠시 우리들은 눈앞에 펼쳐진 장대한 풍경에 위로를 받는다. 서울시내의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남산과 북악산, 북한산과 도봉산도 등이 손에 잡힐 듯하다. 산객에게 산우들과 단체로 사진촬영을 부탁하였다.

 

우면산은  대부분이 산행코스 이지만 높지 않은 고도로 수월한 트레킹이 가능하며 산림자연자원이 풍부하고, 서울시내의 조망이 매우 좋았다.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도 그 모습을 활짝 드러내며 웃고 있고, 봄에 피는 노란색 꽃들이 많이 있다. 생강나무를 비롯해 노란 개나리, 복수초, 산수유, 양지꽃 등등 예쁜 꽃들이 많이 있었다.

 

노란색은 예로부터 '부'와 '권위'의 상징이어서 조선시대 왕의 곤룡포 황룡을 '금실'로 수를 놓았었고, 중국 제왕의 복색과 황궁의 기둥 또한 노란색 이었다. 노란색은 색 중에서도 흰색 다음으로 빛에 가장 가까운 색으로 긍정으로 빛나는 색이라서 명랑하고 활동적이고, 기쁨, 희망의 의미이다. 빨강색, 연분홍색인 진달래꽃도 활짝 핀 상태이다.

 

우면산은 서울 서초구의 대표적인 산으로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으며 산책로 및 다양한 편의시설과 약수터가 잘 조성되어 있어 도시민들에게 아늑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산사태로 무너진 공간을 정비하면서 새롭게 탄생한 우면산 둘레길은 울창한 삼림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꽃과 휴식공간이 있어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는 좋은 산책로이다.

 

산우들은 우면산을 산행하며 느낀 점은 산의 중턱과 능선, 진입로의 요소요소에 운동기구와 휴식터가 잘 구비되어 있어 서울둘레길 중에서 걷기의 환경이 매우 좋았으며, 산림욕을 즐길 수가 있는 우리세대에 적당한 좋은 산이었다.

 

날머리인 사당역에 도착, 뒤풀이를 미리 예약을 해 놓은 남현동 먹자골목인 ‘풍천민물장어’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예약메뉴가 나오기 전에 동반시("3월의 그대에게"/ 박우복)를 내가 먼저 낭송을 하였다.

 

"3월의 그대에게" / 박우복

 

어느 꽃이 먼저 필까
기다리지 말아라
꽃잎이 흔들릴 때마다
떨리는 몸과 마음
어찌 감당하려고 
 
가슴을 적시는
봄비도 기다리지 말아라
외로움 안고 창가에 앉아
가슴에 번지는 그리움
어찌 감당하려고 
 
3월이 되면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뛰는데 

 

날씨가 따뜻하고 꽃이 피는 봄날이다. 오늘 우면산 산행은 산책하기에 참 좋았다. 뒤풀이도 맛있는 민물장어 구이에 소주 한 잔 잘 마셨다. '산행길은 인생길과 같다'라는 말이 있듯이 살면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산행을 통하여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멋있는 삶과 아름다운 추억이 되시기 바란다. 다음 산행 때에도 즐거운 산행을 기대하면서......

 

 2022년 4월 12일  정한 씀.

 

3.오르는 산

임 수석이 고창의 밭에 시를 심는 중이다. 해서 종화가 품앗이를 하기로 했다. 씨는 제 때 심어줘야 한다. 우리는 농사꾼의 아들이므로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안다. 때를 놓치면 결과는 빤하다. 산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아서 더 쓸 것이 없는데 오늘은 코스가 다른가보다.

 

가칭 수산회는 7명이 참석했는데 이번 산행은 6명이 참석한다니 뭔가 바뀐 것 같다. 개인의 소견이지만 시산회 공식 일정은 2토4일이므로, 회장님과 이 총장의 입장을 봐서라도 비공식산행 모임인 수산회는 다른 카톡방을 만들어 거기서 활동하기 바란다.

 

4.동반시

동대문도서관 옆 풍물시장 근처의 7층 건물의 주차관리인이 일부러 자신의 관리실과 담장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가 활짝 핀 목련꽃을 지저분한 대나무빗자루로 털고 있다. 보기에 민망하다. 조금만 참으면 모두 좋을 텐데, 결국 지나가던 백발의 노인과 실랑이가 붙었다. 결과는 빤했다. 그후 우리는 며칠간 목련의 행복을 봤다.

 

어떤 것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이다. 우리의 마음은 아주 복잡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성이라는 속성을 잃어버렸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단순성이란 옷이나 음식의 소박성, 말하자면 허리에 걸치는 간단한 옷(로인 클로스)만을 입는다든가, 단식일수의 기록을 깬다든가 기타 성인들이 계발, 연마한 미숙한 난센스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사물을 공포 없이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순진성을 말하며, 어떤 구김살 없이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단순성, 우리가 거짓말을 할 때, 그것을 은폐하거나 그것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거짓말을 한다고 말 할 수 있는 순진성을 말한다.”-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억지에 관하여

라다 라자고팔 슬로스는 최근에 출판된 자신의 저서 <그늘 속의 삶들>에서 크리슈나무르티와 함께 지내온 시절의 뒤이야기를 전해준다그녀는 전세계 수만 명의 제자들을 일깨워준 그의 타고난 용기에 대해그리고 그녀의 계부로서 여러 해 동안 자신을 사랑해준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하지만 그녀는 또한 크리슈나무르티가 절친한 친구이자 사업상 매니저였던 그녀의 아버지 몰래 어머니와 20년 동안이나 정사를 벌였던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받았던 엄청난 충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그밖에 그녀는 크리슈나무르티가 그러고도 여전히 강박적으로 다른 여자를 남몰래 원했던 사실은밀한 낙태와 이중 인격적인 은폐갈수록 심해지는 사치벽자신의 수행원들과의 오랜 법정 투쟁을 야기한 그의 오만함과 경직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이런 사실들은 그를 잘 아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하지만 라다가 이에 대한 그의 입장을 물었을 때크리슈나무르티는 화를 벌컥 내며 반발했다. “나에게는 에고가 없다.”

이런 이야기와이와 비슷한 많은 일들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모든 영적 스캔들은 그저 특수한 상황의 실패 사례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아니면 거기에는 거의 원형적인 어떤 힘의 역학이 존재하는 것일까만일 그것을 알 수 있다면 영적인 길의 이러한 뒷골목들을 좀더 의식적으로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깨달음 뒤의 빨랫감 잭 콘필드더러운 빨랫감 189~190.

 

*U. G. 크슈나무르티에 대한 스캔들은 없다.

 

목련 / 복효근(박형채 배급)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2022. 4. 24(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