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州高 총동문회 가을산행 수리산(詩山會 제446회 산행)
때 : 2022. 10. 22.(토) 10시
곳 : 전철 4호선 수리산역 3번 출구 300m 직진 철쭉공원
복장 : SISAN 유니폼
집행부 준비물 : 생수, 떡, 편육
준비 : 막걸리 외 간단한 먹을거리
길라잡이 : 한양기
1.시가 있는 산행
많이 들어도 좋은 말 / 오은
많이 들어도 좋은 말에 대해 생각한다
들을수록 깊어지는 말에 대해
잘했어, 잘했어, 잘했어······
잘했다는 말이 반복되니 다음에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어떤 고마움은 반복되면 기계적으로 느껴진다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매일 행복하다는 주문을 걸다 정작 커다란 행복이 찾아왔을 때 당황하곤 한다
그리고 딱 한 번뿐이었어도 좋았을 말
미안해
깊이는 회수와 상관이 없구나
목말랐던 어떤 말을 들으면
마음의 우물이 저절로 깊어진다
-젊은 날을 회고한다. 한때 비평에 가까운 투의 말을 많이 하는 순으로 지적인 사람의 격을 평가한 적이 있다. 그거야 무르익지 않은 젊은 시절의 치기로 봐줄 수 있지만 우리 나이에는 비평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해주는 긍정적 연륜이 필요하다. 논어의 70의 나이를 從心所欲不踰矩종심소욕불유구, 풀이하면 ‘마음먹은 대로 행동해도 결코 도와 예에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줄여서 從心종심이라고 한다. 노자의 上善若水상선약수와 더불어 평생의 동지 임용복 수석이 인생을 가늠하는 修辭이고 언어이며 행위다. 이렇게 좋은 시를 올리고 싶어도 어렵다고 푸념한다. 마음이 스산하다. 가을이다. 동짓달 긴긴 밤을 베어내서 고운님 오실 것에 대비하듯이 하마 지루하고 살이 에이는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445회 '영장산' 산행 사진"<2022.10.15.(토)> / 기세환
◈ 월일/집결 : 2022년 10월 15일(토) / 수인분당선 및 경강선 이매역 1번 출구 (10시 30분)
◈ 산행코스 : 이매역-산치성-종지봉-매지봉-영장산(정상)-종지봉-전경대입구-아파트단지-뒤풀이장소-야탑역-집
◈ 참석 : 13명 <세환, 정남, 진석, 진오, 정우, 경식, 승렬, 용복, 일정, 정한, 문형, 양기 및 기인(뒤풀이 참석)>
◈ 동반시 : "상사화" / 전원범
◈ 뒤풀이 : '아구찜'에 소·맥주, 막걸리 / '군산아구찜'<성남시 야탑역 2번 출구에서 300m, (031) 702-5559>
새벽에 일어나서 밖을 보니 하늘이 맑고 깊다. 이런 가을날에 산에 가지 않으면 무엇을 하랴. 시산회는 1년에 25회 산행을 해야 하므로 가을, 특히 10월에 3회 산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도서관에 가는 산우가 있는 모양이나, 이 나이에 질리지도 않는지, 눈과 허리와 엉덩이는 아프지 않는지, 내 일은 아니지만 불가사의해서 뇌가 근질근질하다. 그건 그의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시제가 겹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 각자의 사정에 따를 따름이다. 매스컴에 따르면 미풍양속인 시제에 50대는 거의 오지 않고 60대는 겨우 반반, 70대는 많아야 2/3가 참석한다고 하니 이 또한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임을 안타까워해야 한다.
13인이 참석한다니 1주일 만에 가는 산행이지만 작년에 비해 부쩍 늘었다. 요즘 들어 주변의 죽마고우들의 부고가 심심치 않게 심장 근육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런데 시산회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산회원이어서 건강해진 것인지, 건강해서 시산회원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오늘의 길라잡이의 책임으로 나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종화와 함께 미리 답사를 했다. 쉬운 길이고 해발고도가 낮아 2~3년 전에는 정상까지 올랐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우선 매스컴에서 過猶不及을 자주 언급한다. 우리가 아는 하루 만보의 개념은 만보기를 팔기 위한 일본의 회색빛 장사속이라 한다. 우리 나이에는 6천보로 충분하다고 한다. 근육량에 비례해 수명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등산은 유산소운동이므로 헬스로 근육 증진을 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허벅지 근육량이 많을수록 수명이 늘고 치매는 줄어든다는 의학계의 보고서가 많다고 한다. 물론 등산이 근육량 증가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헬스가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코스에 대한 의견을 모아보니 자연스럽게 정상은 피하자는 쪽으로 굴러간다. 이에 반발한 두 산우는 정상을 향하여 전진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오늘은 궁금한 것이 많다.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삶에 대한 존경의 증표이다. 오죽하면 시인 도봉은 ‘바람이 분다’고, ‘새벽이 온다’고 ‘살아야겠다’고 했을까. 시인의 눈은 조금 수상(?)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막걸리를 실은 두 산우의 진격에 비해 총총히 걸어간 10인의 산우는 중간에 좌판을 펼치면서 나온 안주와 막걸리의 비정상적 비율에 망연자실, 10 곱하기 2는 20만큼의 반성을 많이 했다. 특히 도봉은 한과와 깨강정만 내놓고 손이 부끄럽게도 골뱅이는 도로 집어넣어야 했다. 양기의 맛난 김치와 조 총장표 홍어무침도 빛을 밝히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앞으로는 남아도 GO다. 후에 두 산인이 정상에서 찍어 올린 사진을 보고 비분강개한 산우가 많다고 들었다. 한 사람은 두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웃었다. 그 두 손가락이 막걸리 2병, 각 1병을 가리켰으니 앞으로 10인의 질시(?)를 참조하여 부디 몸조심 특히 손가락을 조심하시라.
그 와중에도 도봉이 시를 읊잔다. 도봉은 속도 좋은지, 없는지 모르겠다. 내가 시를 낭송하는데 목이 메인다. 시가 슬픈 건지 내 마음이 슬픈 건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아무리 맛난 안주라도 막걸리를 만나지 못하면 ‘찐빵 없는 앙꼬’, ‘사막 없는 오아시스’가 된다.
※ 동반시
"상사화" / 전원범
이저승을 넘나드는
인연의 끈에 매달려
꽃이 지면 잎이 나고
잎이 지면 꽃을 피우며
그렇게
애태우면서도
만나지 못해 서러워라
그리움의 성을 쌓고
기다림의 탑을 쌓아
속살까지 물들이며
흔들리고 있더니
서로가
눈에 밟혀서
떠나지도 못하는가
끝끝내 남은 말은
모두 다 불태우고
내리는 잎잎을
아픔으로 받으면서
한자락
바람을 접어
꽃대만 세우는구나
뒤풀이 식당을 향해 내려가는 발자국 소리가 터벅터벅거리며 굴러간다. 30분 거리가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다리가 팍팍하다고 주절거린다. 드디어 뒤풀이 식당이 오아시스가 되면서 산더미를 닮은 콩나물 속에 웅크린 아귀가 상의 중앙을 차지하니 소맥이 슬슬 넘어간다. 남 회장님은 뒤늦게 합류한다. 반가운 회장님의 지극한 사랑이다. 근래 들어 막걸리 취향이 소맥으로 바뀌는 것 같다. 막걸리는 발효주라 빠르게 취한다고 한다. 특히 정기적으로 신경성·심인성 약을 복용하는 경우는 상승작용을 하므로 막걸리를 조심하라고 한다. 나이 먹으면 조심하라는 언어에 둘러싸인다. 즐겁게 살다가 때가 오면 가야지, 하면서도 혹여 레드컴플렉스의 病者 박정희 정권으로 인한 살벌하고 참담했던 대학시절 때 영화 ‘바보들의 행진’을 패러디해 유행했던 ‘우리들의 시대’ 가 올지 아는가!
어쨌든 술이 웬수가 되는 뒤풀이가 계속 이어지면 잘잘못을 떠나 뒤풀이 폐지론이 슬슬 일어나지 마라는 법은 없다. 헌법도 바꾸는데. 한때 각1병의 시절이 있었다. 그때로 회귀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하자. 큰 사고라도 나면 446번의 땀이 변한 金銀寶貨로 쌓은 시산회의 금자탑이 무너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2022. 10. 22. 기세환 올림
3.오르는 산
총동문회산악회가 매년 3번 실시하는 행사의 하나인 가을 수리산 산행의 날에 20-2=18인의 시산인이 참석한다. 유니폼이 된 점퍼를 입으면 파랗게 돋보이겠다. 사무치게 부족했던 막걸리와 깔개를 가져오기 바란다. 5~6년 전에 이 모임의 회장 때 동문체육대회와 합병하여 버스 5대를 대절하여 설악산 12선녀탕을 다녀온 것은 필생의 역작으로 생각해본다. 다만 그것이 계속 이어가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다시 그 직을 맡으면 가능할까. 그러나 반대가 많아 생각뿐임을 안다. 반대의 이유는 진부하다. 조선을 망하게 한 ‘아니 되옵니다, 전하’다. 내가 건설업을 경영할 때, 아파트 부지를 선정할 때 도전과 진화를 모르는 임원들이 올리던 비겁한 속셈과 같다.
4.동반시
내심 444회 영장산 프롤로그 시인 ‘억새풀이 되어 / 김해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형채가 올려준 시에 답이 없어서 답답했는지 종화가 다시 추천한 시다. 가을과 우리의 여명을 함께 배치하여 진부할 수 있는 주제인 ‘가을’을 교묘하게 서정성을 살려 끌고 가는 시다. 우리 나이는 3~40년 전만해도 겨울에 진입한 나이인데 요즘은 가을에 해당한다. 아니 초가을에 해당할지 모른다. 지금 50대는 100살까지 산다고 하니 말이다. 부디 늙었다고, 겨울이라고, 가망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도 될 때임을 잊지 말자.
가을 / 김정환(박형채 배급 김종화 추천)
난 아직
내 평생 가을이 몇 번 남았는지
세지 못해요
하지만 여기까지
얼마만큼 왔는가는 알 수 있어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예요
가을은 빨간 고추를
말리지 않아도
새빨간 풍선이 하늘을 온통 뒤덮어도
새파란 내게
친근한 주름살 같아요
난 알고 싶어요
내 나이가
몇 천 년이 쌓여 이리
푸른 가슴 부푸는지
그렇게 내 젊음이
역사를 또 몇 년
쌓아가야 하는지
2022. 10. 22.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