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무제 / 도봉별곡
그해 5월의 중간시험은 밤마다 꿍꿍대 버텼고
이내 다가온
6월 청춘을 보상하듯
라일락꽃은 6월까지 안간힘을 쓰며 버텼고
최루탄 먹은 내 눈물 콧물 앞에
몽롱하던 라일락꽃 사이로
윤형주의 노래 ‘우리들의 이야기’는 찰지게 맞았다
공사장 노가다는 시멘트 가루를 삭이려고
돼지고기를 안주로 처량가를 불렀고
우리는 최루탄 향기를 토하려고 막걸리를 마셔댔다
그때 토론하던 출판 전 ‘전환시대의 논리’는
후배들과 인수인계를 하던 자리의 안주로 안성맞춤이었다
그것이 의식화고육이었던가
교재도 없던 시절 그 알량한 등사지마저도
증거가 된다고 머리를 헤집고
뇌 속에 감추었던 혁명사상들
유신도 맞췄고 3선 개헌도 맞았고 총통제도
점쟁이 살풀이하듯 맞아떨어졌다
연애는 사치였다 간주했으므로
금강석 아니더라도 최소한 흑요석이어야 했던 시절들은 가고
나의 발길은 대학로 어디쯤 길을 잃고 헤매었다
세월은 흘러
겨우 자리 잡은 선운산 참당암 위로 뜬 보름달은
마냥 서러웠다
힘없는 서러움
언젠가는 우리들의 시대가 올 거라던 기약은
언제가 될지 갈 갈을 찾지 못해
길을 잊었다
젊은 날의 가열찬 기억은 길과 함께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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