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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남한산성테마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54회 산행)

남한산성테마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54회 산행)

때 : 2023. 2. 26.(일) 10 : 30

곳 : 전철 8호선 산성역 1번 출구

길라잡이 : 김종화

1.시로 시작하는 산행

운주사의  / 도봉 김정남
화순 땅 운주사
수많은 와불이 일어나면
장길산이
왕을 쫓아내고
새 세상이 온단다
어리석은 왕은 자신의 아들이
먼 땅 전라도의 장길산과 내통해
자신을 쫓아낸다는 꿈을 꾼다
꿈은

아지랑이와 물거품과 그림자와 이슬과 번개와 안개를 닮아

변산의 바다와 월출의 달이 더불어 데려가버렸다

꿈을 잡을 수 없었던 어리석음은 애먼 아들을 잡았다
천에서 하나가 없어 999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알았던 길산은 꿈속에서 꿈을 꾸고서는
나주로 내려가 천민들의 꿈을 모았다가
진도로 몰려가 거문고를 만들고

먼 바다 한라로 옮겨
흰 사슴과 하눌님과 함께
기어이
이어도에 가서 바다용이 되었다

-언제 지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런 이유로 애긋은 아들과 천과 999의 의미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르겠다. 또 어휘의 사용에 관하여 자신이 없으므로 보류 중인 시다. 많은 시를 써놓고 아직도 예열 중이다. 갈수록 시집을 내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만만하지 않다. 세상이 점점 다양하게 분화하니 공부해야 할 분량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즐거움과 더불어 짐이 생기는 것이다.<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453회 ‘석촌호수’ 및 ‘올림픽공원’ 산행기“<2023.02.11.(토)> / 임용복

◈ 산행일/집결장소 : 2023년 2월 11일(토) / 2, 8호선 잠실역 2번 출구 (10시 30분)

◈ 산행코스 : 잠실역(2번 출구)-석촌호수길 –몽촌토성역(1번 출구)-평화의 광장-백제학연구소-몽촌토성길-보호수(은행나무)-소나무숲-올림픽공원역-<전철>-석촌역(7번 출구)-뒤풀이장소-석촌역-집

◈ 참석자 : 21명 (갑무, 세환, 삼모, 종화, 진석, 진오, 창수, 기인, 재홍, 윤환, 윤상, 원무, 재웅, 삼환, 용복, 전작, 일정, 문형, 영훈, 광일, 황표)

◈ 동반시 : "2월의 시" / 함영숙 (김종화 산우 추천)

◈ 뒤풀이 : '소고기'구이에 소·맥주 / '태릉고기촌'<석촌역 7번 출구 근처 (02) 420-1829> → 나창수 산우 협찬

 2023년도 3번째의 산행(제453회) 날이다. 산책을 위해 잠실역에 집결하였다. 산행을 하겠다고 신청한 산우들은 21명인데, 몇몇 친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어 대부분은 먼저 송파나루 공원길을 걸었다. 석촌호수길은 송파나루 공원길로서 아름다운 곳이다.

 날씨는 어제보다 기온이 약 1℃가 높고,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보통이다.  산우들은 석촌호수길을 한 바퀴 걸은 후 몽촌토성역 앞 '평화의 광장'에서 다시 만났다. 산우들은 올림픽공원 9경을 위주로 걸었다. 3경인 '몽촌해자 음악분수' 앞의 계단에서는 여러 산우들이 준비한 간식(찰떡, 찐 계란, 과자, 과일 등)을 먹은 후 증명사진도 남겼다.

 올림픽공원의 산책길은 백제학연구소 앞을 출발, 몽촌토성 산책로를 한 바퀴 돌면서, '백제집자리전시관' 앞을 걸을 때는 안내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몽촌토성은 백제한성도읍지의 왕도유적중 하나이다. 1983~1989년에 총 6차례 발굴조사를 한 결과, 몽촌토성 안에 지상건물터 4개, 구덩식잠자리 12개, 저장구덩이 30여 개 등이 확인 되었다고 한다.

 몽촌토성의 계단길에는 '칠지도'가 새겨져 있었다. '칠지도' 제작연대는 408년 백제 전지왕(腆支王)4년 11월 16일에 만들어진 것을 알 수가 있다. 그것은 백제 근초고왕이 왜왕에게 준 하사품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몽촌토성길에 연도별발굴지역과 출토유물, 몽촌토성의 어제와 오늘, 2018년 발굴조사 성과 등을 백제학연구소에서 표기해 놨다.

 넓은 올림픽공원 산책 터 중앙에 보호수(은행나무)가 외롭게 몽촌토성을 지키고 있다. 1968년 7월 3일에 보호수로 지정하였으니 수령이 585년이 된 것 같다. 몽촌토성길의 마지막은 소나무가 많은 쉼터인데, 잠시 얘기 중에 광고22회 후배님을 잘 아는 분에게 부탁하여 단체로 증명사진을 남겼다.

 뒤풀이장소는 석촌역 근처인데, 시간을 맞춰 올림픽공원역에서 9호선을 타고 석촌역 7번 출구로 갔다. 뒤풀이장소는 고민하다 '태릉고기촌'을 추천하였다. 21명의 산우들이 식당에 도착을 하자마자 나는 오늘의 동반시('2월의 시'/함영숙 시인)를 낭송하였다.

 "2월의 시" / 함영숙

 겨울 껍질 벋기는 숨소리

봄 잉태 위해

2월은 몸사래 떨며

사르륵 사르륵 허물 벗는다

 자지러진 고통의 늪에서

완전한 날,

다 이겨내지 못하고

삼일 낮밤을 포기한 2월

 봄 문틈으로 머리 디밀치고

꿈틀 꼼지락거리며

빙하의 얼음 녹이는 달

 노랑과 녹색의 옷

생명에게 입히려

아픔의 고통, 달 안에 숨기고

황홀한 환희의 춤 몰래 추며

 자기 꼬리의 달 삼일이나 

우주에 던져버리고

2월은 봄 사랑 낳으려

몸 사래 떤다

 함영숙 씨는 하와이에 거주하는 재미동포로써 抒情詩를 좋아하는 詩人이다. 2023년 1월도 벌써 다 가고 새로운 2월이 왔다. 아직은 한겨울이라 봄을 말하기엔 이르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벌써 봄에 와 있는 것 같다. 2월이 시작되면 봄은 조금씩 우리 곁에 다가오겠지. '2월의 시'는 한마디로 형식상 자유시이나 내용상으로는 서정시의 느낌이 묻어난다.

 어떻게 이토록 2월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오는 멋진 시이다. '삼일 낮·밤을 포기한 2월', 이건 2월이 다른 달보다 짧은 이유이다. 자신을 내려놓고, 욕심을 버리고, 삼일 낮·밤을 포기하고, 28청춘으로 만족하는 걸까, 빙하의 얼음을 녹이는 달이 2월인데, 내 몸뚱이 하나 녹이지 못하고 있는데, 2월도 머지않았다.

꿈은 계속되어야 이루어진다. 어찌 보면 1월은 새해 다짐, 새해 계획 등이 시행착오로 얼룩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2월은 굳은 새해의 다짐, 새로운 계획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향해 인내와 노력, 열정과 도전 등 최선을 다해야만 되겠다.

 오늘 21명의 많은 산우들이 참석, 즐거운 산행과 ‘태릉고기촌’ 식당에서 소한마리를 맛있게 구워 먹으며, 소,맥주(막걸리)를 한 잔씩하고, 헤어졌다. 뒤풀이 경비의 일부를 협찬하신 나창수 원장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시산회 산우들은 모두가 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다음 詩山會 454회 산행(남한산성)에도 많이 참석하시길 바라면서.

 2023년 2월 12일  임용복 씀.

3.오르는 산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자주 오른 산이다. 정상을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나이가 되어선지 둘레길 아니면 트레킹 코스를 도는 것이 일상적 산행이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 앞으로 시 창작교실에서 강의했던 철학의 얘기를 하나씩 풀어가겠다.

종교(특히 기독교 신앙)와 철학·과학이 통합할 수 없는 이유

인간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어서 신전을 만들어 그 안에서 기거하게 했다. 비슷한 관점에서 흐르는 시간의 존재를 잡을 수 없어서 시계를 만들어 시간을 계량함으로써 시간을 잡아두었다. 때로는 인간이 오를 수 없었던 히말라야의 고봉을 신이 사는 곳이라 하여 숭배하기도 했다. 그곳들을 신과 시간이 사는 곳으로 한정하였다. 시간은 그대로 장난감 속에 있지만, 신은 신전을 벗어나 인간세계로 나와 인간을 호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영악한 직업종교인 또는 경제적 종교인인 사제들이 뒤에서 태엽을 감아 작동하는 장난감병정의 역할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종교와 과학은 오랜 역사를 통하여 내로남불의 관계이며, 과학은 철학에게 종교를 끌어들여서는 자신에게 접근하지 마라고 한다. 종교는 지적설계론을 들고 나와 기어코 과학과 연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과학은 지적설계론을 16가지의 이유를 들어 유사과학이라고 주장하여 과학적 논리실증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과학의 입장에서는 논리실증주의에 입각한 실험과 관측을 통한 증명 외에는 어떤 사실도 인정하지 않으므로 형이상학적 입장의 종교는 그러한 형이하학적 방법으로는 신을 증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둘의 관계는 절대 통합 불가능하다.

뉴턴 때까지 과학과 철학은 한 몸의 두 얼굴과 같이 과학자는 곧 철학자, 철학자는 과학자였다. 기독교의 예수가 나타나면서 야훼의 300년은 탄압의 시간을 맞았으나, 325년 기독교가 세계의 열강 로마의 국교가 되는 순간부터 오랜 시간 야훼의 기간을 누렸다. 깨어질 것 같지 않던 야훼의 시간을 결정적으로 흠집을 내기 시작한 것은 과학이었다. 그것은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이었다. 하늘은 야훼의 영역이었다. 그러므로 지구를 도는 하늘이 지구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전지전능의 존재였다.

그러한 무지에 대한 반동으로 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시동을 걸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여전히 그리스 사상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여 행성의 궤도를 타원이 아니라 원으로 생각했고, 우주를 유한한 구체(球體)로 보았다. 또한 천동설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일을 피해, 지동설이 "계산하는 데 편리하다"고만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개혁적 완성을 위한 작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으며 개혁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종교의 편향성은 뿌리 깊다.

4.동반시

2월은 시샘달 -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이다.

아메리카 인디안은 2월을 삼나무에 꽃바람 부는 달(테와 푸에블로), 강에 얼음이 풀리는 달(앨콘퀸), 햇빛에 서리 반짝이는 달(북부 아라파호)이라 한다.

219일은 우수,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날 우수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 양력 3월에 꽃샘추위 찾아오기도 하지만 우수 지나면 추위 누그러지고 봄기운 완연해지면서 나무에 물기 오르고 새싹이 틈.

나이 들어 더욱 절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자주 일어 어쩔 줄 몰라한다. 매일 절 또는 명상센터로 가는 꿈을 꾸지만 현실은 꿈을 꾸는 일조차 모른 척한다. 아내가 손목에 복합 골절상을 입어 치료에 시간이 걸린다. 맞벌이 부부에게 두 손녀 육아를 책임진다고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 다섯 번째 시집은 3년 만에 내려고 작업했으나 완벽하기는 불가능해도 아쉬운 부분이 없도록 하려하니 미완성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 시 짓기를 평생의 일거리로 삼았으므로 즐겨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수행 부족으로 인한 불만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기도 한다. 다행히 뒤늦게라도 꽉 짜인 육아의 시간 중 짬을 내 시작한 재활을 겸한 헬스와 수영은 통증 완화와 더불어 설레는 기쁨과 어려운 운동을 습득해가는 과정이 충족감을 가져다준다.

오래 절에서 지냈던 세월이 지내놓고 보니 마냥 실패로 수놓은 시간만은 아니었다. 이 시의 풍경 묘사는 절에서 지낼 때 해를 거듭하면서 뼈저리게 겪은 것들이다. 실패의 시간 속에서 어렵사리 찾은 것들은 성공 못지않게 귀한 것들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늙어 시를 공부하면서다. 종화가 추천한 정호승의 ‘봄길’은 동반시로서 자격을 충분하게 갖춰 욕심나는 시이나 이미 동반한 적이 있어 제외한다. 우리는 정호승의 시를 가장 자주 동반시로 선정해왔다. 그만큼 훌륭한 시인이다. 동반시는 남한산성의 절 한 모퉁이에서 낭송하면 좋을 시다.

우수雨水 / 이종영(박형채 추천)

선암사 혜천당 옆에

수백년 묵은 뒷간 하나 있습니다

거기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문 틈새 이마 위로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木漁 흔들어 깨우고 가는

청솔 바람소리 보입니다

부스럭부스럭 누군가 밑 닦는 소리 들리는데

눈 밝은 동박새가

매화 등걸 우듬지에 앉아

두리번두리번 뭐라고 짖어댑니다

천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고

새로운 천년이 무섭게 밀려오는지

그 울음소리 대숲 하늘 한 폭 찢어놓고

앞산머리 훠이 날아갑니다

하릴없이 대나무 대롱 끝에 입술을 대고

한 모금 찬물을 삼키다가 옳거니

매화꽃 봉오리 움트는 소리

겨울 산그늘 얼음꽃 깨치고

봄 햇살 걸어오는 것 보았습니다

2023. 2. 26.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