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둘레길을 돕니다(詩山會 452회 산행)
때 : 2023. 1. 29.(일) 10시 반
곳 : 사당역 4번 출구
1.시로 여는 산행
서산대사(1604년 1월 23일 입적)
10년을 사람 되는 공부 하였으니
쌓인 번뇌 얼음처럼 녹았으리
대장경 보기를 다 하고
향 사르며 다시 주역을 읽네
나를 잊고 또 세상을 잊으니
퇴연(退然)한 소식은 오직 이뿐이라
밤 깊고 바람마저 고요한데
소나무 숲 달 그림자 사람을 희롱하니
옛 벗은 구름이요
밝은 달은 나의 한 생애일레
만학천봉 속에서
사람을 만나면 차를 권하리
-시인이 죽을 때 남긴 시는 절명시絶命詩라 하고 절집 사람이 남기는 시를 열반송涅槃頌이라 한다. 일반인이 처한 환경과 생활은 보다 치열해서 절집 사람의 안빈한 환경과 수행으로 점철하는 삶과는 차이가 크다. 한 쪽은 끝까지 채우려 하고 나머지 한 쪽은 비우려 하는 것으로 봐서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흔히 죽을 때가 되어봐야 안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알며, 회한이 남고 안 남고에 따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지나간 시간 속의 空 같은 것 아닐까. 과거는 지나가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데, 또한 空이면 어떻고 滿이면 어떤가. 돌이킬 수 없는 삶과 시간인데. 나의 삶이란 나만 알 뿐이니 남이 얼마나 알며 또한 대개는 대단한 것도 아니데.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451회 '인왕산둘레길' 산행 사진"<2023.01.14.(토)>
◈ 산행일/집결장소 : 2023년 1월 14일(토) / 3호선 독립문역 5번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9명 (삼모, 종화, 진오, 재홍, 승열, 재웅, 삼환, 용복, 황표)
◈ 산행코스 : 독립문역-서대문독립공원-부대옆-한성과학고-갈림길-무악재 하늘다리-인왕산둘레길-인왕사-인왕산둘레길-힐링숲쉼터-수성동계곡-서촌-박노수미술관-통인시장-뒤풀이장소-경복궁역
◈ 동반시 : "새해 인사" / 김현승
◈ 뒤풀이 : 메밀전, 감자전에 막걸리와 메밀국수 / '활짝핀 메밀' <통인시장앞 경복궁점 (02) 720-7766>
< 동반시 >
새해 인사 /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굴러라.
건너뛰듯
건너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
2023년 1월 14일(토) 10:30, '시산회' 친구들은 2023년도 처음인 451회 인왕산둘레길을 산행하기 위해 독립문역 5번 출구에서 집결하였다. 날씨는 어제 밤부터 비가 내리더니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시산회 친구들은 독립문역(5번 출구)에서 출발, 한성과학고교 옆 안산을 오르다가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서 인왕산 쪽으로 갔었다. 해골바위로 올라갈까 망설이다 비가 내려 안전한 산행 방안으로 인왕산둘레길로 산책을 하였으며, 마지막엔 종로 구립 박노수미술관을 탐방하였다.
박노수미술관은 개관 8주년 기념전시로 이번 전시는 40여 년 전 예술가의 예기 그 자체였던 화가 박노수의 작품과 현재, 피사체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잡아내는 사진가 조선희의 사진을 함께 선보이며, 박노수 비망록을 살펴보았다. 뒤풀이는 통인시장 앞 '활짝 핀 메밀' 식당에서 메밀전, 감자전에 막걸리를 한잔 마셨으며 메밀국수로 배를 채웠다.
3.오르는 산
관악산 둘레길의 사당역이면 체육센터 가는 길에 매일 지나는 낙성대역과 지척이다. 그래서 불참이 아쉽다. 9개월 동안 재활을 하면서 단단해진 근육과 신경의 재무장에 감사하며 산행을 자주 갈 수 있겠다고 좋아했는데, 손자들 봐주려고 가는 새벽길 빙판이 아내의 손목 골절을 발생시키고 온통 내 발목까지 잡는다. 처음 진단한 동네 의사는 6주면 괜찮아진다고 했는데 수술한 대학병원 교수는 길게 1년을 잡으라고 했으니 우리 집과 딸집 모두 비상이 걸렸다. 손녀가 둘이나 생겼다고 즐거워했는데 호사다마好事多魔가 들어맞는 말이 되었다. 점심 먹고 지금까지 보일러와 씨름하다가 이제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고 이 글을 쓴다. 최근 읽은 책에서 따온 글이다. 일독해서 좋다고 생각해서 올린다.
세계의 후미진 구석까지 적용되는 이 시대의 유일한 법칙, 그것은 시장의 법칙이다. 한 인간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그가 계산대 위에 올려놓은 구매품을 보면 된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아니라 쇼핑몰의 수레를 들여다보면 그의 인간 됨됨이까지 훤히 알 수 있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여기에 매월 들이닥치는 신용카드 명세서까지 더한다면 무엇을, 어디에서 소비하는지, 즉 그 인간의 전모가 백일하에 드러난다. 19세기에는 아케이드를 어슬렁거리면 파리의 풍경이 보인다고 했다면 2014년 세계의 풍경은 대형 쇼핑몰에 축약되었다. 세속시대의 거대한 사원으로 변한 쇼핑몰은 주말이면 꼬박꼬박 참배객이 밀려들어 물신에게 기도한다. 성당에 입당하려면 성수에 손을 적셔 성호를 그어야 하듯 참배객은 주차 자리를 고르고 손수레나 바구니를 찾는 의식을 갖춰야 하고, 나올 때에는 내밀한 욕망을 계산대에 빠짐없이 고백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는 “삶,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대상을 슈퍼마켓으로 골랐다”라고 말한다.
소설, 때때로 맑음 「지하철과 시장」 / 이재룡
4.동반시
묘한 시다. 술과 시인, 산, 시인을 줄이면 신이 되는데 이것도 ‘ㅅ’로 시작한다. 여기에 섹스까지 집어넣으면 錦上添花가 된다. 죽을 때가 돼서 그런지 신을 알고 싶어진다. 묘한 일이다.
날마다 설날 / 김이듬
올해는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으리
올해는 술을 줄이고 운동을 하리
계획을 세운 지 사흘째
신년 모임 뒤풀이에서 나는 쓰러졌다
폭탄주를 마셨다
날마다 새로 세우고 날마다 새로 부수고
내 속에 무슨 마귀가 들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주문을 외는지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 일은
백 사람을 사랑하는 일보다 어려운 이성의 횡포
수첩을 찢고 나는 백 사람을 사랑하리
무모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으며
마실 수 있는 때까지 마셔보자고 다시 쓴다
2023. 1. 28.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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