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및 매봉산둘레길 걷습니다(詩山會 제462회 산행)
때 : 2023. 6. 25(일) 10 : 30
곳 : 전철 3호선 금호역
뒤풀이 : 옥수해물찜칼국수
길라잡이 : 고갑무
2.시가 있는 산행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火山)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姿勢)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高句麗) 같은 정신도
신라(新羅)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意味)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廣場).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休息)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 중략 >
- “휴전선”/ 박봉우 시인(사랑의 포현에서...) -
625한국전쟁 발생 73년의 날이다. 우리 모두 전쟁기간 1950~1953년 사이에 태어난 소위 625동이다. 모두 이 전쟁으로부터 자유스럽지 않다. 우리는 직계 존속 13인이 한날한시에 끔찍하게 하늘로 가신 날이기도 하다. 특히 영광에서 발생한 상흔의 치유를 아직도 진행하고 있으니 우리 세대까지 죽어야 끝나려는가. 하여 감회의 말이 없을 수 없다. 이 시는 光高 선배 박봉우 시인의 1956년도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휴전선'이란 구체적인 역사적 존재를 통해 민족 분단의 고통스러움을 노래한 산문적인 서정시이며, 현실에 대한 고통스러운 자각과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가열찬 문제 제기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휴전선을 경계로 하여 남과 북이 서로 마주 본 채 대치해 있다. 그것은 '믿음이 없는 얼굴'을 하고서 서로 '쌀쌀'하게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단 상황은 어두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분단이 계속되고 있는 한, 언제 전쟁이 '천둥 같은 화산'처럼 다시 터질지 모른다. 이미 한차례 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쳐 같은 민족으로서 핏줄마저 끊어진 채, 이제는 휴전이 되어 있다. '별들이 차지한 하늘', 즉 민족의 핏줄이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전쟁이 다시 터질지 몰라 우리의 얼굴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불안하고 위험스런 상황이 이대로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남과 북이 서로 원수처럼 적대시하고 있는 한, 화해와 통일의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 질 것 같은 안타까운 우려도 해 본다. 다시는 한 쪽은 음흉한 야욕, 다른 쪽은 무능∙무책임한 방임이 잘 어우러져 발생한 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또 감시해야 한다. 어느 세력이라도 개입하지 않도록 힘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그때 하늘과 땅이 흔들리고 우리나라는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을 굳게 믿는다.
2.산행기
'시산회' 461회 '우면산둘레길' 산행기"<2023.06.10(토)> / 고갑무
◈ 산행일/집결 : 2023년 6월 10일(토) / 사당역 3번 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4명<갑무, 종화, 진석, 진오, 기인, 윤환, 삼환, 동준, 일정, 문형, 양기, 황표 및 세환, 형채(뒤풀이 때)>
◈ 산행코스 : 사당역(3번 출구)-성뒤골-쉼터-성산약수터-팔각정-소망탑-전망대-대성사-남부터미널역-<전철>-교대역(14번 출구)-뒤풀이장소-교대역(5번 출구)-집
◈ 동반시 : "유월이 오면" / 박영원 (박형채 산우 추천>
◈ 뒤풀이 : 소갈비살에 소·맥주 / "일점사" <교대역 14번 출구 근처 (02) 582-0321> → 갑무 산우 협찬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고 오후 한두 시 쯤에 소나기 예보도 있고, 2주만의 산행길인데, 기분이 좀 그렇다. 그렇다고 소나기가 온다고 산행을 안할 시산회도 아닐 거라 약속장소인 사당역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좀 일찍 간다고 갔는데도 보면, 항상 일찍 도착한 친구들이 있기 마련인데, 오늘도 예외는 없는 것 같다. 좀 일찍 오는 친구들을 보면,
1. 행선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사는 산우들
2. 성질이 급한 산우
3. 약속시간 잘못 본 산우
대략 이렇게 나누어지는 것 같다.
암튼 오랜만에 만났으니 반갑게 인사도 하고, 근황도 묻고, 아직도 따뜻한 커피도 나누어 마시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환담을 하는 친구들 모습이 보기에 좋다.
이렇게 모이니 잔뜩 구름 낀 하늘이 영 마음에 걸리는지? 모두들 한마디씩 하는데, 어쩌겠는가? 降雨在天이라 신심 깊은 친구들의 기도 발에 의지하며, 일단 기세 좋게 목적지를 향해 GO!
오늘 길라잡이인 내가 간략하게 오늘의 산행코스를 설명하고, 뒤풀이는 당초 공지장소인 '황제풍천장어' 식당 위치가 산행 동선과 잘 맞질 않는 것 같아 교대역 근처 고기집인 '일점사'로 하는 것으로 의견을 종합하였다.
바야흐로 시절은 유월이라 신록은 욱어지고, 공기는 신선하니 가벼운 산행에 최고의 시간이다. 더 많은 친구들이 이런 기회와 시간을 같이 이용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다리에 걸어다닐 수 있는 근력이 있고, 고기맛을 느낄 수 있는 미각이 살아있고, 친구들과 환담할 수 있는 세치 혀만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을까? 싶다.
그러니 시간 나는 데로, 기회 되는 대로, 시산회든 소규모 모임이든 부지런히들 나오소. 괜히 집안에서 어엉부엉 하다가 마누라에게 한마디 듣지 말고...... 그래도 밖에 나오면 친구도 있고, 소찬이지만 반주도 있고, 좋지 않는가?
어디서 보니까 까르페 디엠(Carpe Diem) 이라고 라틴어인데 "현재에 충실하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이런 의미인데,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현재를 즐겨라! 즉 현재의 이 시간, 이 기회를 헛되이 보내질 말고, 잘 이용하는 현명함을 가져라!는 뜻이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 사는 세상의 살아가는 모습은 다 비슷한 것 같네.
우리 또한 비슷한 행로를 걸어가는 것 같네. 자주 보고, 자주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따뜻한 한마디 격려의 말을 전하는 시간을 가져보세나. 또 보세나! 다음 볼 때까지 안녕!
※ 동반시
"유월이 오면" / 박영원
해마다 유월이 오면
짓붉은 장미빛 울음이
장대비로 쏟아진다
지난날 밀어 닥친
해일의 말발굽 아래
짙푸른 대지
피토하던 유월이 오면
동작동 구름을 날아 드는
흰 소쩍새들
차가운 돌비만 어루만지다가
이 골짜기
저 능선 쓰다듬다가
소쩍소쩍 흐느끼며
흐르는 구름 한 점
동공에 담는다
잊혀지는 기억 속으로
해마다 연년히
유월이 오면
동공에 가득한 구름만
가슴 저며 내는 한이 되어
짙붉은 장대비 하염없는
소쩍새 울음이 된다
강물이 된다
2023년 6월 10일 고갑무 씀.
3.오르는 산
금호역에서 매봉산을 거쳐 버티고개를 건너면 남산이 나오고 이내 국립극장이 나온다. 어디까지 가려는지 궁금하다. 마침 세종시 사는 큰딸 내외가 서울에 와서 토요일 주요행사에 불참하게 만들더니 일요일 오전 산행까지 멍(?)들게 한다. 내가 없어도 되련만 이때는 꼭 아내가 더욱 챙긴다. 물론 내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심정은 안다. 사위까지 나서서 오랜만(?)에 점심을 먹자고 하는 것을 보면 모종의 음모론이 끼여 있는듯하다. 버티고개는 내 문학의 산실 약수도서관에서 지근거리다. 특히 암이 데려간 문우가 살면서 자주 만난 빵집에서는 더 가깝다. 방학동에서 버스로 가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가 놀라, 깨어나면 가슴 아픈 버티고개였다. 약간 내리막길이라 약수도서관까지 걸어가면 생각나는 문우, 이 봄날 떠났고 지금 살아있다면 연락하며 가깝게 지낼 사람이다. 남편과 두 딸을 어찌 남기고 떠났을꼬. 가슴 한 쪽이 무너지는 우연이 겹치는 625날 어둑새벽에 이 글을 쓰고 있다. 끊은 지 오랜 담배가 생각나는 새벽이다.
4.동반시
때맞춰 항상 동반시를 추천해서 보내주는 형채가 조용하더니 종화가 이 시를 동반시로 추천해왔다. 자신이 낭송하겠단다. 살면서 누군들 삶의 질곡(桎梏)에서 자유로우랴. 유난히 신경이 쓰이는 친구다. 그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서는 외출이 매양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동반시 추천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특별하게 본 모임의 취지에 벗어나지 않으면 그 의도를 존중한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하는 ‘봄날은 간다’는 장모님의 십팔번이었으니 지금 가고 있는 봄날은 누구를 버리고 무엇을 맞으려는가. 지난겨울 떠나신 큰누님과 장모님은 동갑이셨다. 장모님이 20년 전 이맘때쯤, 지금 내 나이 72살에 한 많은 삶의 끝자락에서 서로 큰 눈을 마주보다가 내게 남긴 말이 한여름 서리가 되어 낙인을 닮은 양 사라지지 않고 정수리에 박혀있다. 지난 일에 대한 기억에 특화된 뇌와 가슴은 이 계절을 만나면 꼭 흔적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야 만다.
봄날은 가고 / 김혜정
꽃잎 떨어져 바닥에 쌓이고
봄은 소리 없이 왔다 흔적도 없이
가고 있다
하얀 미소로 다가왔다가
연분홍 그리움만 남기고
흔들리는 나뭇잎에 바람은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그렇게 조용히 떠나간다
시간의 굴레는 자꾸만 돌아가
뜨거운 열기를 데려다주며
달려간다
한해의 시작이 어느 새 반이 되고
그 반도 금방 지나가겠지
꽃피는 봄날
행복하게 흐르는 날들 속에
그렇게 살그머니 가버렸다
2023. 6. 25. 어둑새벽 북한군이 쳐들어온 시간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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