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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봄비가 내려 서울대공원을 관람합니다(詩山會 제460회 산행)

봄비가 내려 서울대공원을 관람합니다(詩山會 460회 산행)

 

: 2023. 5. 28.() 1030

: 대공원역 3번 출구

뒤풀이 : 정라진 가자미조림 / 나양주 추천

길라잡이 : 남기인

 

1.시가 있는 산행

 

새로운 눈물 / 이승훈

 

새로운 눈물은

깊은 밤에 왔다

산을 넘어 왔다

불안을 이긴 밤에

문득 찾아왔다

새로운 눈물은

어느날 그립다는 말 속에

불타며 왔다

눈에 덮인 산과 함께

불 꺼진 밤과 함께

갑자기 왔다

새로운 눈물 속에

너는 작은 역()이었고

너는 작은 새였고

너는 작은 바다였다

작은 바다 속에

나는 다시 태어났다

불안을 이긴 밤에

산너머 산너머

갑자기 찾아온

새로운 눈물은

나를 감싸고 가슴에

쾅쾅 못을 박았다

 

 

역은 도착과 출발의 시간을 같이 물고 있는 과도적 공간이다. 새의 비상이나 바다의 출렁이는 파도는 개방된 공간 이미지뿐 아니라 지속적인시간 이미지를 함께 하고 있다. 여기서 '너'와 '나'는 생성과 소멸의 운명적 조건을 같이 한다. '너'가 누군지 그것을 밝히는 것은 상징의 숲에서 한 나무만 가려 보는 것만큼 무모한 일일 수 있다. 굳이 '너'가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부단히 출몰하는 미묘한 심상의 동기라고 추상적 가명을 부여할 수는 있지만, 그래서 '너'의 존재적 의미보다는 '너'와 '나'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한 상황(새로운 눈물) 그것에 관심을 둘 필요는 있다

-유시욱 평

 

2.산행기

시산회 제459'관악산'(문원폭포) 산행기2023. 05. 13()/ 이윤상

집결 월일 : 2023513() /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10번 출구 (0930)
참석 : 16(갑무, 삼모, 종화, 진석, 진오, 양주, 형채, 재홍, 윤환, 윤상, 재웅, 삼환, 용복, 문형, 양기, 황표)

산행코스 : 정부과천청사역(10번 출구)-과천청소년문화의집 앞-신천강씨 중시조-관악산둘레길-연리지-과천구간-각세도조정법석묘-남양홍정섭묘-목교-주호암-문원폭포-<원대복귀>-휴식터-과천구간-국가기술표준원입구-정부과천청사역(10번 출구)-선바위역-뒤풀이장소-선바위역-귀가

동반시 :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 유병록 (박형채 산우 추천)

뒤풀이 : '오리훈제바베큐'에 소·맥주, 막걸리 / '옛골토성'<선바위역 2번 출구 500m, (02) 504-5262>

 

시산회 459회 산행은 총동문회 상반기 산악행사와 겸하게 되었다. 과천정부청사역 근처 광장에서 총동문회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총동문회가 준비해준 편육과 떡을 여유있게 받았다.

 

행사가 끝나고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최초 신청자 17명 중 기세환 산우가 감기기운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고갑무 산우는 시간을 착각하여 늦게 참석하였다. 이런 착각은 이제 우리들 모두가 수시로 겪는 일이 된 것 같다. 건강을 찾아가고 있는 나양주 산우가 참석하여 더욱 반가웠다.

 

마지막 참석자(고갑무)를 여유있게 기다리며, 드디어 16명을 확인하고 1020분에 출발하였다. 그래도 평소보다 10분이나 빠른 출발이었다. 점점 날씨가 더워지고 있으니 산행 출발시간을 10시로 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과천정부청사역을 출발하여 관악산둘레길을 따라 문원폭포까지 다녀오는 그늘진 숲길이었다. 최근에 내린 비에도 계곡물이 말라있어 다소 아쉽긴 했지만, 이 계절에 산행하기 좋은 코스였다. 재령 강씨 안정공 묘역지를 지나고 다소 생소하지만, 각세도를 창시한 신계 이선평 묘소 옆 쉼터에서 땀을 식히며 10여분의 여유를 즐겼다.

다시 계곡 숲길을 따라 걷는데, 등산하는 기분도 느끼면서 좋은 코스를 선정해 준 삼모와 종화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다. 높고 힘든 코스를 등산하는 즐거움도 좋지만, 이제는 뒤쪽에서 천천히 따라오는 산우를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산우들이 많아져서 흐뭇한 우정을 느끼게 되었다. 특별히 양주 산우에게 신경써 준 용복, 진오 산우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최종 목적지인 문원폭포에 다다르니 시원한 폭포수가 시산회원을 맞이하였고, 미끄러운 바위에도 조심스레 형채 산우가 온몸으로 폭포수를 느끼고 있다. 바위 아래 기도하는 자리에는 불상이 놓여있고, 먼저 다녀간 여러 사람들이 남기고간 천 원짜리 지폐가 쌓여있다. 몇몇 시산회 불자들도 각자의 소망을 담아 절하고 지폐를 남겨두고 내려간다. 산우들의 간절한 소망을 보살펴 주소서.

하산 도중에 적당한 자리를 찾아 가져온 간식과 편육, 떡을 나눠먹고 막걸리를 마셨다. 특히 양기 산우가 가지고 온 김치 맛은 역시 최고였다. 오늘의 동반시 유병록 시인의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는 광주에 내려가느라 참석하지 못한 일정 총장님의 명에 따라 내가 낭송하였다.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 유병록

우리
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
처음도 아니잖아요

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
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해요
앞날에 대해 침묵해요
작은 약속도 하지 말아요

겨울이 와도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봄을 반성하지 않기로 해요

봄이에요
내가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봄
금방 흘러가고 말 봄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
짧디짧은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그 뿐이라면
이번 봄이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유병록 시인은 1982년 충북 옥천출생으로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되어 많은 수상을 하였고, 2021년에는 시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로 노작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동반시를 낭송하고 여러 가지 소식을 나눈 뒤 하산하여 과천정부청사역에 도착하니 2시가 되었다. 1020분에 출발하였으니 3시간 40분 정도가 되었는데, 중간에 여러 번의 쉼터를 방문 탓인 듯하다. 과천정부청사역에서 선바위역 뒤풀이 장소(옛골토성)로 이동하였는데, 삼모 산우에게 마무리를 부탁하고 집안모임이 있어서 먼저 집으로 향하였다.

 

뒤풀이는 옛골토성의 주 메뉴인 '오리훈제바베큐'에 소·맥주와 막걸리였다. WHO2023년 최신 장수비결을 발표했는데술은 어떤 운동이든 어떤 음식도 대신할 수가 없는 심폐기능을 강화시켜 주며, 친구끼리 만나 술 마시는 게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장수비결의 1위로 꼽았다고 한다. 친구들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길 바라면서...

 

2023515(이윤상 씀.

 

3.오르는 산

봄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에 둘레길을 돌려다가 대공원을 구경하고 곧장 나양주 산우가 추천한 뒤풀이집에 가서 가자미조림을 먹는다니 나도 시간이 맞으면 참석할 마음이 생긴다. 집중하고 서둘러서 제5시집을 내야 마음에 여유가 생기려나, 통증이 심하다는 핑계로 재활을 하다가 수영을 접하게 되었는데 통증치료와 재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확신이 든다. 집중력이 떨어져 시집 발간에 어려움이 많다. 답이 있을 텐데 아직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봄비가 내리니 봄술 한잔 해야지.

 

4.동반시

5월의 노래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조태일은 1970년대 유신독재체제에 반대하는 시를 발표하고 여러 차례 옥고를 치러 '저항시인'으로 불렸다. 1962년 광주고등학교, 1966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들어 만학의 길에 나서 경희대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학위(1985), 박사학위(1991)를 받았다.

 

1962전남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되었으며 1964년에는 시 아침선박으로 경향신문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69년 월간 시 전문지 시인을 창간해 김지하·양성우·김준태 등을 등단시켰다. 그러나 시인은 창간 1년여 만에 당국의 압력으로 폐간되었다. 1974년에는 고은·백낙청 및 신경림·염무웅·박태순·황석영·조해일 등과 함께 민족문학운동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을 주도했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1987917일 창립된 민족문학작가회의의 모체가 되었다.

 

1974~89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간사, 1994~98년 민족문학작가회의 부회장, 1998년 이후로는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으로 활동했다. 교육자로서도 역량을 발휘해 1989년 이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임하면서 1994~99년 예술대학장을 역임했다.

 

'소주에 밥을 말아 먹는 시인'으로 불릴 만큼 술을 즐겼던 그는 호탕한 성격만큼이나 남성적이고 힘있는 시를 남겼다. 등단 이후 시집 식칼론(1970), 국토(1975), 가거도(1983), 연가(1985), 자유가 시인더러(1987), 산속에서 꽃 속에서(1991) 등을 펴냈는데, 특히 국토는 민족주의와 민중의식을 고취시키는 작품을 실어 1970년대말~80년대 초 판매 금지되는 수난을 겪었다.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1995)로 제10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시 오월에 / 조태일(박형채 추천)

오월은 온몸을 던져 일으켜 세우는 달

 

푸르름 속의 눈물이거나

눈물 속에 흐르는 강물까지

벼랑 끝 모진 비바람으로

쓰러져 떨고 있는 들꽃까지

 

오월은 고개를 숙여 잊혀진 것들을 노래하는 달

 

햇무리, 달무리, 별무리 속의 숨결이거나

숨결 속에 사는 오월의 죽음까지

우리들 부모 허리 굽혀 지켰던 논밭의 씨앗까지

 

오월은 가슴을 풀어 너나없이 껴안는 달

 

저 무등산의 푸짐한 허리까지

저 금남로까지

저 망월동의 오월의

무덤 속 고요함까지

 

오월은 일으켜 세우는 달

오월은 노래하는 달

오월은 껴안는 달

광주에서 세상 끝까지

땅에서 하늘 끝까지

 

2023. 5. 27.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