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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경춘선 및 태릉의 숲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67회 산행)

 

 

 

 

 

 

 

 

 

 

 

경춘선 및 태릉의 숲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67회 산행)

때 : 2023. 9. 9.(토) 11시

곳 : 6호선 화랑대역 4번 출구

코스 : 4번 출구-구화랑대역-태능입구-태능산책-경춘선숲길-담터종점-삼육대정문-담터고개-점심(담터추어탕 1인 : 12,000)-화랑대역원점회귀

 

1.산행의 날 아침에 올리는 시

 

강 / 곽재구(박형채 추천)

 

내 가슴 속

건너고 싶은 강

하나 있었네

오랜 싸움과 정처 없는

사랑의 탄식들을 데불고

인도 물소처럼 첨벙첨벙

그 강 건너고 싶었네

들찔레꽃 향기를 좇아서

작은 나룻배처럼 흐르고 싶었네

흐르다가 세상 밖 어느 숲 모퉁이에

서러운 등불 하나 걸어두고 싶었네

 

곽재구 시인을 보면 어김없는 서정시인이다. 시를 내용상 분류에 따르면 서정시, 서사시, 극시로 나누면 서정시의 영역이 너무 넓어 서정시는 다로 분류해야 한다. ‘사평역에서’는 대표작인데 시를 공부하는 사람치고 모두 아는 시로 좁은 의미의 서정시의 교과서적 형식과 감성을 담고 있다. 위의 시도 서정시적 감성만큼은 충분히 담고 있다.

 

 

2.산행기

"'시산회' 466회 안양 '비봉산' 산행기"<2023.08.27(일)> / 나양주

◈ 산행일/집결 : 2023년 8월 27일(일) / 1호선 안양역 2번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6명 (세환, 종화, 진석, 양주, 기인, 재홍, 윤환, 원무, 재웅, 삼환, 전작, 일정, 문형, 광일, 양기, 황표)

◈ 산행코스 : 안양역(2번출구)-버스정류소-대림대학교-만장사-비봉산산책길-비봉산전망대(295m)-마당바위 -계곡놀이터-뒤풀이장소-안양예술공원-관악역(2번출구)-귀가

◈ 동반시 : '그늘 만들기' / 홍수희 (박형채 산우 추천)

◈ 뒤풀이 : '한방오리백숙'에 소·맥주 및 막걸리 / '맛고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031) 472-3382> → 양주 및 기인 산우 협찬

 

아침에 일어나 보니 더위가 한풀 꺾인 듯 한결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나는 집 가까이 있는 비봉산 산행이어서 조금 늦게 집을 나섰다. 비봉산 산행은 내 추천으로 몇 년 전에 처음 시작한 곳으로 이번이 세 번째의 산행이다.

 

이곳 비봉산은 해발 295m의 낮은 산으로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날으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관악산, 삼성산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기도 하다.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 곳 임에도 이번 산행에 제법 많은 산우들이 참석을 하였다.

 

정 총장이 비봉산을 잘 아는 나에게 이번 비봉산 산행안내와 산행기 작성을 부탁하였다. 산행의 전 구간을 안내할 수 없어 조금 망설여졌지만, 시산회원의 의무일 수도 있는 산행기 작성을 피하기 어렵고, 나로서는 어쩌면 더 이상 산행기를 쓸 기회가 없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내가 쓰는 마지막 산행기가 아니길 바라면서 작성해 보기로 하였다.

 

우리는 만장사 입구를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가 들어선 비포장길은 비봉산 정상에 있는 군부대 차량들이 오가는 군사도로로 개설된 곳이지만, 인근 주민들이 산책로로도 많이 이용하고 있어 안양시청에서 도로를 유지관리하며 '비봉산 마실길'로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필자인 나도 이 길은 오랜만에 걸어본다. 맨발 걷기를 시작하면서 소나무가 욱어진 다른 쪽의 작은 산길로 매일 다니던 산책코스를 바꿨기 때문이다. 기인 친구가 신발을 벗더니 맨발로 나와 동행을 해 준다. 참 고마운 친구다.

 

마실길 양쪽에 서 있는 참나무숲이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고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 햇볕이 따뜻하고 경사도 완만하여 노약자들도 많이 다니는데, 산책길로는 딱 좋은 길이다. 이곳 참나무잎들이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아직은 더위가 가시지 않고 여전히 무덥지만 계절은 가을이 오고 있음을 말해준다.

 

기인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산길을 걸어 오르다 보니 금새 산 중턱에 있는 정자에 도착한다. 다른 산우들은 한참 앞서 걸어가더니 정자에서 좀 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곧바로 비봉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전망대 풍광이 제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그리 서둘러 갈 일이던가? 동행하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기인친구는 전망대로 향하라 하고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혼자서 맨발 걷기로 왔던 길을 되돌아왔었다.

 

사실 내가 맨발 걷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올해 3월초 부터였다. 전립선암 4기로 진단받은 나는 교수가 맨발걷기 두 달 만에 완쾌 되었다는 유튜브 동영상을 본 친구가 그 동영상을 내게 보내주며, "너도 한번 해보라"는 권유로 시작한 실태였다.

 

같은 처지인 나는 내심 은근히 기대를 갖고 매일 2~3시간씩 열심히 맨발 걷기를 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난 지금 내게는 그런 행운이 따르진 않았고, 완쾌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젠 일상화가 되었다.

 

어쩌면 내 경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꾸준히 해볼 참이다. 내게도 그런 기적이 어느 날 갑자기 짱하고 올지도 모를 일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걸어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들머리에 이른다.

 

이때 쯤 산우들은 비봉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팔라 오르기가 쉽지는 않은 길이다. 그 동안 쉬운 둘레길로만 다녔던 산우들로서는 모처럼 만에 산행다운 산행으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힘들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훌륭한 풍광에 힘든 산행의 피곤함은 금새 사라졌을 것이다.

 

사방이 확트인 비봉산 전망대 쉼터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쪽 멀리는 인천 앞바다가 아스라이 눈에 들어오고, 북동쪽 가까이에 삼성산과 관악산의 속살을 보여주는 풍광이 참으로 멋지고 시원스럽다.

 

동남쪽을 바라보면 청계산, 모락산, 백운산, 광교산, 수리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산우들은 저마다 가져온 간식거리를 내어놓고 막걸리를 한 잔씩 걸치며 휴식을 취한다. 오늘 동반시('그늘 만들기'/홍수희) 낭송은 산행기자인 나를 대신하여 나와 동향 친구인 전작 산우가 낭낭하게 낭송하였다.

 

'그늘 만들기' / 홍수희

 

8월의 땡볕 아래에 서면

내가 가진 그늘이 너무 작았네

 

애써 이글대는 태양을 보면

홀로 선 내 그림자 너무 작았네

 

벗이여,

이리 오세요

홀로 선 채 이 세상 슬픔이 지워지나요

 

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만들어 가듯

우리도 손깍지를 끼워봅시다

 

네 근심이 나의 근심이 되고

네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될 때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산우들은 전망대에서 조망과 휴식을 취한 후 하산하였다. 하산길은 바위들로 가팔라 하산이 쉽지 않은 길이었다. 이 길을 조금 내려가니 중봉 쉼터에 이른다. 이곳 중봉 쉼터도 확 트인 시야와 풍광에 다시 한 번 감탄을 자아낸다.

 

산우들은 중봉 쉼터 마당바위에서 확 트인 풍광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안양예술공원을 향하였다. 다소 가파른 하산 길을 조금 내려가 골짜기에 다다르니 안양예술공원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10여 분 더 내려가니 안양예술공원에 도착하였다.

 

안양예술공원에 도착하니 서울대수목원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산우들을 붙잡는다. 최근 이 지역에 폭우가 내린 뒤라서 평소에 건천이던 이곳은 흐르는 계곡물이 맑고 제법 많이 흐른다.

 

산우들은 시원한 계곡물에 흠뻑 젖은 땀을 씻어내고 나서 뒤풀이 장소인 '맛고을'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미리 식당에 와 있던 나는 산우들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윗옷이 땀으로 흠뻑 젖은 문형 산우가 식당에 들어서며 나더러 "비봉산이 동네 뒷산은 아니더라"며 한마디 한다. 오늘 산행코스가 산우들에게는 좀 힘들었나 보다.

 

오늘의 뒤풀이는 기인 산우와 내가 협찬을 하였다. 우리는 뒤풀이 식당에 미리 준비된 한방오리백숙에다 소·맥주와 막걸리를 한 잔씩 돌렸다. 남은 피로까지 씻어내고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다음 467회 산행을 기대하면서...

 

2023년 8월 27일 나양주 씀

 

3.걷는 곳

71년도 서울로 올라와 50년간 강북에 살다가 한강의 남쪽으로 옮겨와서 4년에 접어든다. 강북의 대부분을 태능 가까운 곳에서 살아 이곳 지리에 훤하다. 본사가 가까워 자주 들른 추어탕 동네다. 이곳의 통추어탕이 유명하다. 벌써 입맛이 당긴다. 하여 참석하고 싶으나 시집 편집 작업 중이라 참가를 미룬다. 부디 잘 다녀오시라.

 

시집 한 권을 앞에 두고 벌써 몇 달째 완성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데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두 손녀의 육아, 재활을 위한 운동, 곧 헬스와 수영, 4집보다 지식 집중의 기획이 불러온 공부의 부족과 어려움, 불면의 밤 등이 복잡하게 엉켜 진도가 나가지 않는 쪽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잡힌 게 아니라 내가 잡고 있다는 해석이 맞을 것이다.

 

시집을 탈고하면 여러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먼저 생각나는 약속이 인사동 해인의 박 사장과 약속한 한라산 영실 등반이다. 秋田 박 사장은 이제는 체력이 떨어져 거기까지 올라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데 산은 올라봐야 안다. 수년 전에 혼자 한라산에 오르고 내려와 자신의 가게에 들르기로 한 약속을 힘들다는 이유로 서울로 올라가버린 도봉이 야속했을 것을 생각하면서 이 찜찜함을 언제까지 버티고 살 것인가. 전화로 근황은 알고 있지만 5번째 시집을 들고 가야 한다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서린 동기가 그나마 이제는 시집을 내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엉거주츰을 달래고 있는 중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9월에는 끝내야 하는데 핑계거리를 찾고 있는 내가 작가적 양심조차 없는 듯하여 한심하다.

 

4.동반시

한 교장이 ‘그리움엔 이유가 없다’는 시를 보내왔는데 아직 동반시로 선정하기에는 차례가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움과 사랑은 거의 동의어에 가깝다. 그러므로 사랑에 무슨 이유가 있으랴. 아름다운 사랑의 시를 낭송하는 영광을 누가 누리랴.

 

사랑이 올 때 / 신현림(박형채 추천)

 

그리운 손길은

가랑비같이 다가오리

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

시드는 걸 생각지 않고

술 마실 때

취해 쓰러지는 걸 염려치 않고

사랑이 올 때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리

봄바람이 온몸 부풀려갈 때

세월 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리

오늘같이 젊은 날, 더 이상 없으리

아무런 기대 없이 맞이하고

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져도

봉숭아 꽃물처럼 기뻐

서로가 서로를 물들여가리

 

2023. 9. 8.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