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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관악산으로 모입시다(詩山會 제459회 겸 동문봄산악회)

관악산으로 모입시다(詩山會 제459회 겸 동문봄산악회)

때 : 2023. 5. 13.(토) 9시30분

곳 : 과천정부청사역 10번 출구

준비물 : 산악회에서 편육과 떡 제공 외 식음료는 각자 준비

길라잡이 : 이윤상

 

1.시가 있는 산행

 

철쭉꽃 / 오세영(박형채 추천)

 

소리 없는 함성은 죽어서

꽃이 되나 보다

파아랗게 강그라지면서

외치는 입과 입.

꽃은 시각으로 말하지만

그의 언어는 미각이다.

발포!

시위를 진압하고 돌아와

술잔에 꽃잎을 띄우는 독재자여.

너에게 광기를 달래는 술조차

폭력이구나.

그러나 너는 모른다

확고한 신념은 항상

대지에 박고 있는 뿌리인 것을

꺾어도 꺾어도 피어나는

빛 고운 우리나라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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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矛盾)의 흙 / 오세영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그릇,

언제인가 접시는

깨진다

 

생애의 영광을 잔치하는

순간에

바싹

깨지는 그릇,

인간은 한 번

죽는다

 

물로 반죽되고 불에 그슬려서

비로소 살아 있는 흙,

누구나 인간은

한 번쯤 물에 젖고

불에 탄다

 

하나의 접시가 되리라

깨어져서 완성되는

저 절대의 파멸이 있다면,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모순의 흙, 그릇

 

-시인은 나와 고향이 같다. 거기에다 사는 동네가 같다. 내 본적지가 영광읍 우평리인데 그곳에 오씨 집성촌이 있다. 그런 이유인지 내 주변에 매우 자주 나타난다. ‘철쭉꽃’을 동반시로 선정할 것을 권유했다. 전에 올린 적이 있어 시가 있는 산행의 시로 올리다보니 다른 시가 나타나 자신도 끼어달라고 한다. 이제 시의 취향이 달라져서 서정적 감성시, 경구시, 사랑시, 참여시가 심드렁해진다. 5집의 주제를 일단 과학적 산문시로 잡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긴 고약한 버릇이다. 시인이 어찌 서정적 감성시를 버리고 살까, 일시적 현상이라고 슬쩍 미뤄둔다.

 

다섯 번째 시집을 내는데 벌써 5번의 다짐을 미루고 있다. 지난 12월 시산회 송년에 맞춰 내려 했다가, 준비 부족으로 끝내지 못해 매달 다짐하지만 이 달도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모른다, 부족해도 내볼 용기가 불쑥 올라올지. 수량은 충분하지만 질에서 마음에 차지 않으니, ‘그러다 손자 환갑 다가온다’는 속담의 주인이나 될까! 5집의 주제를 과학적 산문시로 잡았는데 과학적 소양도 실력도 부족했어도 용기를 내서 다른 시집에 비해 3배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재 결과는 처참해서 매우 실망하고 있다. 그런다고 꺾일 내가 아니다. 기다려보시라. 양보다 질이다. 동반시를 닮아서 결코 비장해지지 않는 봄이 되어야겠다.

 

 

2.산행기

"시산회 458회 군포 '수리산' 산행기"<2023.04.23(일)> / 정일정

◈ 월일/집결 : 2023년 4월 23일(일) / 4호선 수리산역 3출구 (10:30)

◈ 참석자 : 10명 (세환, 진석, 윤환, 재웅, 동준, 일정, 문형, 광일, 양기, 황표)

◈ 산행코스 : 수리산역(3출구)-철쭉동산-감투봉-동반시 낭독-무성봉-뒤풀이장소-대야미역 근처-호프집-집

◈ 동반시 : "사월" / 임신행 (박형채 산우 추천)

◈ 뒤풀이 : 코다리 정식 및 바비큐통삼겹 정식에 소·맥주, 사이다 / "바다향 왕코다리"(군포점)<군포보건소 사거리 인근, (031) 461-4664>

 

아침 10시경 수리산역에 도착하여 어마어마한 철쭉축제에 몰려든 인파에 떠밀려 3번 출구에서 산우들과 만나 군포 수리길1코스인 수리산 철쭉제가 한창인 철쭉동산을 거쳐 감투봉과 무성봉까지 산행을 하였다.

 

당초 양기에게 안내를 부탁하였는데, 몸이 안 좋아서 참가 신청을 철회하였다가 몸이 풀려 다시 나온 양기에게 감사드리면서 다 함께 코스를 감투봉까지 결정하고, 철쭉동산에서 수많은 인파와 철쭉꽃 능선에서 사진을 찍으며 실컷 눈요기를 하고 감투봉으로 걸었다.

 

그런데, 산행 때마다 그만 가자며 보채던 문형 산우가 오늘은 무성봉까지 걷자하여 무성봉 근처에서 가지고 온 야식·음료를 먹고 마시며, 문형 산우가 오늘의 동반시('사월' / 임신행 시인)를 낭송하였다.

 

“사월” / 임신행 (박형채 산우 추천)

 

사월엔...

이 땅의

산과

산에서

마을과

마을에서 울려 내리는

강줄기의 짙푸른 물을 보며

물소리를 들을 일이다

목련꽃 이파리에 앉은 그 눈물 같은 이슬로

눈을 닦고...

새순이

어떻게 이 땅을 비집고 일어서는가를

살펴볼 일이다....

참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젊은 영혼을

달랠 일이다

 

수리산 둘레길은 세 번째를 와 본 곳이지만, 걸을때 마다 길이 참 편하게 조성을 하였으며 곳곳에 둘레길 그대로와 야자수메트가 깔려 있어 걷기가 무척 편해 영훈 산우나 승렬 산우도 와서 함께 걸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도 생각해 본다.

 

근래 산행중에 문형 산우랑 재웅 산우가 사업을 잠시 두고 걷기운동으로 건강 관리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님도 보고 뽕도 따러 다니는데, 기력이 웬만한 친구들의 많은 참여가 기다려진다.

 

점심은 '바다향 왕코다리'(군포점)에서 코다리 정식 및 바비큐통삼겹 정식에 소·맥주와 사이다로 적당량을 편하게 먹고 마셨더니 술이 부족했는지? 동준이랑 윤환이가 '한 잔 더'를 요청해 대야미역앞 호프집에서 동준이가 호프랑 먹태와 통닭을 주문해 놓은 동안 진석이가 부라보콘을 사와 달콤 시원하게 먹고, 마셨다. 즐거운 하루 산행에 동참해준 산우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내가 총장을 맡으면서 1회 용품 줄이기에 우리 시산회가 앞장서기를 바라오며, 이번 공지부터 "1회 용품을 지양합시다"라는 슬로건을 올리기 시작하여 많은 야외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모범이 되었으면 한다.

 

2023년 4월 23일(일) 정일정 씀

 

3.오르는 산

동문산악회는 춘분을 전후로 한 3월의 시산제와 5월의 중간 산행, 가을 원거리 산행으로 이어져왔다. 내가 8대회장을 맡았던 적이 있어 빠지지 않고 참석했는데 요즘은 두 손녀를 키우랴 재활을 하랴 시집을 내랴, 해서 몸이 바빠져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한다. 혹시 과음을 하게 되면 후유증이 작지 않아서 술자리는 피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이유로 산행일 아침까지 간봐야 한다. 더구나 12시부터 2시까지 이어지는 헬스와 수영의 즐거움과 갈등해야 한다. 수영까지 마치면 2시가 된다. 토요일이어서 육아로부터 벗어나므로 시집을 마무리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간다. 이러한 일과를 5~6년 정도 지속해야 할까,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4.동반시

형채가 ‘봄날, 사랑의 기도’와 함께 보내온 시다. ‘봄날......’은 봄마다 동반하자고 거론하는 시다. 일단 ‘길어서, 너무 비장해서’ 미루고 싶다. 물론 동반시로 올렸던 적이 있다. 한 번 올린 동반시는 다시 올리지 않으나 수년 전부터는 관계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는 시인의 말처럼 ‘비장하지 않아서 동반한다. 봄마다 맞이하는 ’4월의 시‘가 내뿜는 잔인성에 이골이 나서 무덤덤해지는 것은 나이 들어감에 주요한 원인이 있겠다. 이제는 여명(餘命)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남자들은 산으로 간다면, 여자들은 실내운동으로 간다. 요즘 재활목적으로 관악체육센터의 헬스장과 수영장에 다니는데 헬스에는 20대부터 70대의 여자까지 다양하게 오는데 남자는 드문드문하다. 수영장에는 남자의 씨가 거의 말랐다고 보면 된다. 셔틀버스에는 ’혼자 타는 남자‘일 때가 많다. 여자의 평균수명이 2021년 기준 남자 80.6세 여자 86.6세로 남자보다 여자가 6년 넘게 산다. 이러니 당연히 여자가 오래 살 수밖에 없다. 하여 이 시의 봄처럼 아무런 다짐 없이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살면 살아지는 대로.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 유병록(박형채 산우 추천)

 

우리

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

처음도 아니잖아요

 

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

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해요

앞날에 대해 침묵해요

작은 약속도 하지 말아요

 

겨울이 와도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봄을 반성하지 않기로 해요

 

봄이에요

내가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봄

금방 흘러가고 말 봄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

짧디짧은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그 뿐이라면

이번 봄이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2023. 5. 13.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