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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비봉산 자락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66회 산행)

비봉산 자락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66회 산행)

때 : 2023. 8. 27.(일) 10 : 30

곳 : 안양역 2번 출구

길라잡이 : 나양주

뒤풀이 : 예술공원 ‘맛고을’ 한방오리백숙

 

1.산행의 아침에 읽는 시

​7월이 오면 / 손광세(박형채 추천)

 

그리 크지 않는 도시의 변두리쯤

허름한 완행버스 대합실을

찾아가고 싶다.

 

죽이 다 된 캐러멜이랑

다리 모자라는 오징어랑

구레나룻 가게 주인의

남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겠지.

 

함지에 담긴 옥수수 몇 자루랑.

자불자불 조는 할머니

눈부신 낮꿈을 만날 수 있겠지.

 

포플린 교복 다림질해 입고

고향 가는 차 시간을 묻는

흑백사진 속의 여학생

잔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고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행려승의 밀짚모자에

살짝 앉아 쉬는

밀잠자리도 만날 수 있겠지.

 

웃옷을 벗어 던진 채

체인을 죄고 기름칠을 하는

자전거방 점원의

건강한 웃음이랑

오토바이 세워놓고

백미러 들여다보며 여드름 짜는

교통 경찰관의

초록빛 선글라스를 만날지도 몰라.

 

7월이 오면

시멘트 뚫고 나온 왕바랭이랑

쏟아지는 땡볕 아래

서 있고 싶다.

 

형채, 종화, 천옥이 보내준 동반시 후보들이 많아 나름 한가로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여 계절이 지난 7월의 시를 산행일 아침 맞이의 란에 올린다. 새벽부터 아침은 시원하거나 덥거나 좋은 시간의 요건을 넉넉하게 갖췄다.

 

7월7일 소서, 본격적인 더위 시작해서 8월의 마지막 주인 지금도 땡볕. 2차 장마로 습도 높음, 논매기와 김매기, 퇴비장만 위해 밭두렁의 잡초 깎음, 채소 과일 풍성하고 보리와 밀도 먹게 됨, 특히 밀가루음식은 이때 제일 맛이 나서 국수 수제비 즐겨 해먹음.

 

고향 영광, 1번 국도에 인접한 포도과수원의 뒤뜰 평상에 누워 시퍼런 하늘을 보노라면 치닫는 바람에 일어나는 댓잎 스치는 소리가 그렇게도 좋았어라. 다시 가본 옛집 과수원 포도밭은 없어지고 하릴없는 빈 땅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더라. 안타까움을 가득 싣고. 남의 집이 되어버린 두 채의 살림집은 남았는데 뭣들 하고 있을까. 과수원과 논밭 등을 처분하고 만든 양로원은 유료양로원과 요양병원까지 늘렸는데, 그걸 세우신 어머니도 가시고 포도밭도 갔다. 나도 언젠가 따라가리. 어머님 계시던 방은 영구결번방, 오직 나만 들어갈 수 있다. 늙고 병 들면 내가 갈 곳이다. 장인도 그곳에 모셨다가 돌아가셨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465회 '도봉산 둘레길' 걷기"<2023.08.12(토)> / 정일정

◈ 산행일/집결 : 2023년 8월 12일(토) / 도봉산역 1번 출구 (11시)

◈ 참석자 : 5명 (종화, 형채, 삼환, 일정, 황표)

◈ 산행코스 : 도봉산역(1번 출구)-도봉산탐방센터-능원사-도봉사-도봉옛길-방학동길-무수골-쌍둥이전망대-왕실묘역길-사천목씨선영-정의공주의묘-김수영문학관-원당샘공원보호수(은행나무)-원당샘-연산군의묘-원당한옥마을도서관-행운마차-'물맑'(갈비탕집)-뒤풀이장소-북한산우이역(2번 출구)-귀가

◈ 동반시 : "위로하는 시" / 정연복 (김종화 산우 추천)

◈ 뒤풀이 : '한우소머리수육' 및 '곰탕'에 소·맥주 / '한우사골 소머리 진곰탕' <강북구 우이동 (02) 902-5002>

◈ 산행 사진 자료는 "'시산회' 465회 '서울둘레길' 8코스 일부(도봉옛길, 방학동길 및 왕실묘역길) 산행 사진"<8.12(토)>

https://m.cafe.daum.net/yc012175/juSy/88?svc=cafeapp 에서 볼 수 있으며 본 자료는 시산회밴드에서도 볼 수 있음.

 

2023년 이번 여름 내내 폭염과 폭우에 시달린 탓인지 비 온 뒤 도봉산 계곡물에 발 담그러 가자해도 끔쩍 않는다.

 

올 들어 451회부터 465회 까지 15회 산행 중 가장 단촐한 산행이어 쫌은 서운하지만 올 여름 오죽 더워 나오기 자체도 쉽지 않고 멀기도 해서 못 오나보다하고 못 온 친구들의 무사 안녕을 소망하다. 다행히 4명은 참석키로 했는데 안마당 삼환이마저 경북 봉화에서 일하느라 미정이라더니 출발 전일 저녁 귀가했다며 산행길과 뒤풀이 장소까지 정리해 주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걷는 도증에 황표가 계곡물에 머리를 감고 가지는 제안에 모두들 물속에 머리 박고 어휴 시원시원하며 흐르는 땀을 정리하고, 형채는 계곡 곳곳에 쌓인 모래흙을 비닐 가득 담고 내려오느라 줄줄 땀도 흘리고 배낭에서 물도 흐르고. 도란도란 2시간 걷기로 했는데 뒤풀이 장소에 도착하니 2시30분이 넘었으니 3시간30분을 걸었나보다. 중간에 종화 선수 사진 찍다 다른 곳으로 빠져버려 잠깐 지체하기도 했지만.

 

공사 중이라고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를 무시하고 종화는 엊그제 와봐서 괜찮은지, 삼환이도 쌍둥이전망대 인근에 쉴 수 있는 와상이 있다고 올라가서 삼환이 부인께서 친히 만들주신 도토리묵, 담양 죽순나물과 댓잎술 등 준비해 온 음식물과 음료수를 5명이 맛깔나게 먹고 마셨다. 삼환이! 부인께 감사말씀 전한겨?(지금 이 시간 삼환이는 가족여행으로 베트남 다낭에). 동반시는 도봉산 안방마님 삼환에게 부탁했고.

 

※ 동반시

"위로하는 시" / 정연복

 

비바람 없이는

나무는 자라지 않는다

겨울을 지나지 않으면

새봄은 오지 않는다.

 

슬픔 없이는

사람은 깊어지지 않는다

슬픔의 강을 지나야

기쁨의 바다에 닿을 수 있다

 

지금 비바람 맞으며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들

행복하다

꼭 좋은 날이 올 거다

 

3.오르는 산

2022년 11월 2일 447회 산행을 한 기억이 뚜렷하다. 그때 양주는 대수술 뒤 겨우 회복 중이었는데 고맙게도 길라잡이를 해주었다. 양주가 소개한 뒤풀이 음식은 믿음을 충족시켜준다. 그때도 기억에 따르면 그집은 해물찜이 아닌 국물이 들어간 게 더 맛있다고 해서 해물탕을 먹었는데 역시 그의 선택은 탁월하다. 양주가 빨리 완쾌하기를 두 손 모은다.

 

4.동반시

2022년8월은 지구촌 최악의 폭염과 가뭄, 유럽 500년만의 가뭄, 미국 1,200년만의 가뭄, 중국 가뭄으로 양자강 물속에 잠겨있던 600년 전 불상 발견, 아프리카의 기아인구 2배 증가. 2020년8월 제주시는 8월23일 제외하고 1달(31일간)에 30일이나 열대야 발생.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더 더위에 시달렸다. 에어컨은 내게 독이 되므로 견디기 힘든 여름이었다. 아침부터 손녀를 봐주려고 딸집에서 지내면서 애들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면 주민센터 5층 도서관에서 지내고 관악구립체육센터에 가서 헬스와 수영을 하고 나면 더위를 이길 수 있다. 점심 후 딸집에 가서 손녀들을 하원시키고 딸과 사위가 퇴근하면 도서관으로 간다. 그때부터 온전한 나의 시간이 되고 시집 준비를 한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의 모습이다. 70이 넘은 노령에 손녀들을 봐주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나에게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더 있겠는가! 말년에 찾아온 행운이다. 오늘까지 대지는 땡볕으로 끓는다고 한다.

 

그늘 만들기 / 홍수희(박형채 추천)

 

8월의 땡볕

아래에 서면

내가 가진 그늘이

너무 작았네

 

애써 이글대는

태양을 보면

홀로 선 내 그림자

너무 작았네

 

벗이여,

이리 오세요

홀로 선 채

이 세상 슬픔이

지워지나요

 

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만들어 가듯

우리도 손깍지를

끼워봅시다

 

네 근심이

나의 근심이 되고

네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될 때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2023. 8. 27.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