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왕송호수정원 나들이갑니다(詩山會 제468회 산행)
때 : 2023. 9. 24(일) 10시 30분
곳 : 의왕역 2번 출구
길라잡이 : 남기인
뒤풀이 : 능이버섯오리백숙(1능 2표 3송? 도봉 취향 따라서) 031-462-3625
1.산행일의 아침 시
노을 만 평 – 신용목(박형채 추천)
누가 잡아만 준다면
내 숨 통째 담보 잡혀 노을 만 평 쯤 사두고 싶다
다른 데는 말고 꼭 조기 폐염전 옆구리에 걸치는
노을 만 평 갖고 싶다
그러고는 친구를 부르리
노을 만 평에 꽉 차서 날을 만한 철새
한 무리 사둔 친구
노을 만 평의 발치에 흔들려줄 갈대밭
한 뙈기 사둔 친구
내 숨에 끝날까지 사슬 끌려도
노을 만 평 사다가
친구들과 옛 애인 창가에 놀러가고 싶네
ㅡ형채, 감사. 그런 땅은 영광 천지에 널렸을 거네. 영광은 예부터 소금, 눈, 쌀이 많아 三白의 고장으로 이름났다는데 그중 하나인 소금 또는 염전의 환유 또는 은유적 표현인 소금산 鹽山면과 하얀 구릉 白岫면이 있어 산 아래까지 펼친 너른 염전에서 소금을 엄청나게 많이 생산하였으므로 3년 묵혀 간수 뺀 소금으로 알을 배고 칠산바다를 지나가다 잡은 조기를 간해 법성포 10리 갯벌 바닷가에서 소금기 머금은 안개와 해풍에 말린 알배기 굴비를 진상했다고 하네. 進上, 이건 맘에 안 드는 상황의 단어이네만. 다시 법성포, 백제불교유래지 四面불상에 시작한 백수해안도로를 타고 가다가 주탑 높은 영광대교와 노을을 배경으로 맞이하면서 날아가는 새를 보면 특출한 절경일세. 길과 해변 절벽 사이에 앉은 구옥 ㅡ그런 집 구입해서 별장 마련 가능할 듯ㅡ 카페가 있어 뜨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에 여독 풀고 염산 백수로 가면 폐염전 많으니 자네가 함 마련해보소. 나는 인공 때 12명 직계가족 한날에 잃어 한 맺힌 울어머니 유언이 그냥 서울에서 살고 절대 영광땅으로는 내려오지 마라고 해서 안 내려갈라네. 다만 늙어 그 말씀 기억 희미해질 때 어머님 설립하신 양로원 요양병원에 몸을 누일라네. 얘기 다 됐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467회 '경춘선숲길' 산행기<2023. 09. 09(토)> / 박형채
◈ 산행일/집결장소 : 2023년 9월 9일(토) / 6호선 화랑대역 4번 출구 (11시)
◈ 산행코스 : 화랑대역-경춘선숲길-(구)화랑대역 철도공원-태릉-태릉선수촌-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삼육대옆-담터-뒤풀이장소-<버스>-태릉입구역-집
◈ 참석자 : 6명 (종화, 진석, 진오, 형채, 종진, 광일)
◈ 동반시 : '사랑이 올 때' / 신현림
◈ 뒤풀이 : 추어튀김, 추어탕에 소주 / '담터추어탕' <남양주시 담터4거리 근처, (031) 571-9544>
오늘은 이른 가을에 걷기 좋은 날씨로 6명의 산우들이 11시에 화랑대역 지하철 역광장 '만남의 장소'에서 만났다. 단촐하게 두 명씩으로 짝을 지어 (구)화랑대역 철도공원 철길을 따라 걸었다.
육군사관학교 정문 옆을 지나니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에 따른 프랜카드가 연이어 나풀거렸다. 민감한 시국에 육사 앞에 시끄러운 모습이 엿보였다.
1948년 전후하여 전국적으로 인민위원회가 결성되고 그 결실을 못 본 채 남북이 각자의 길로 갈리고 바로 1950년 6.25 전쟁으로 온 국토가 피로 물든 굴곡진 근대사를 겪으며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이 늘 공존하고 있음이 우리들에게는 베트남과 대비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리고 검단 LH공사아파트 주차장 철근누락, 부실시공 사건에 시공사는 책임이 없고 감리자만 중벌을 받을 현실에 대해 진석이와 진오, 종진이는 현장 경험자로서 각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주고받았다.
잠시 시간을 내어 태릉, 강릉을 탐방키로 하였다. 중종이 문정왕후를 모신 태릉과 명종과 인순왕후를 모신 강릉의 입구에서 65세를 입증하고, 입장을 하였다.
태릉 앞에서 왕릉 제사음식과 제사 진행과정을 살펴보고 옆의 휴식터 의자에 앉아, 막걸리와 과자, 떡 사과, 포도를 나눠먹고 종진 산우의 강의가 시작 되었다. 거의 1시간정도의 이런저런 입담을 나누고 우리는 뒤풀이 장소인 담터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약 30여 분정도 삼육대 옆을 걸어서 담터추어탕 식당에 도착 후 번호표 등록을 하고 약 15분 후 밥상을 받았다. 추어 튀김에 소주 한 잔씩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건강을 위하여' 맛나게 먹고 나와서 '담터추어탕'식당 앞마당에서 오늘의 동반시 신현림 시인의 '사랑이 올 때'를 내가 추천하였는데, 낭송도 내가 하였다.
‘사랑이 올 때' / 신현림
그리운 손길은
가랑비같이 다가오리
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
시드는 걸 생각지 않고
술 마실 때
취해 쓰러지는 걸 염려치 않고
사랑이 올 때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리
봄바람이 온몸 부풀려갈 때
세월 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리
오늘같이 젊은 날, 더 이상 없으리
아무런 기대 없이 맞이하고
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져도
봉숭아 꽃물처럼 기뻐
서로가 서로를 물들여가리
신현림(申鉉林)은 1961년 경기도 의왕시에서 출생, 아주대학교 국문학과 졸업하고,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 대학원에서 비주얼아트 석사학위를 받았다. 시인, 사진작가, 소설가로 아주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사를 하고 있다.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으로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1994), 『세기말 블루스』(1996), 『해질녘에 아픈 사람』(2004), 『어머니, 내 안에 당신이 있습니다』(2004), 『침대를 타고 달렸어』(2009), 『반지하 앨리스』(2017), 『7초간의 포옹』(2020), 『울컥, 대한민국』(2021) 등이 있다.
최근 영국출판사 Tilted Axis에서 한국 대표여성 9인으로 선정되었고, 2019년 '문학나무'(가을 호)에 단편소설 『종이 비석』을 추천, 당선 발표하였다.
태릉역을 경유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우리 모두는 집으로 향했다. 다음 산행일인 9월 16일(토)에 청계산에서 총동문산악회 모임 때에 또 만나세. 산우들의 건강을 빌면서...
2023년 9월 10일 박형채 씀.
3.오르는 산
9월은 열매달-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이다. 여름이 지나며 숨이 차오니 가을인갑네.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네. 100대 명산 오르는 것을 평생 이룰 것을 기약해서 89산을 넘었는데 예서 멈출 수 없다. 작년 봄부터 부쩍 심해진 다리의 통증이 요즘 헬스와 수영으로 팔다리의 근력이 회복하면서 통증도 완화되고 있어 살맛난다. 하여 명산 순례를 다시 시작하려한다. 마침 우선 그토록 가고 싶었던 무등산 천왕봉이 상시 개봉되었다니 그곳부터 올라야겠다. 종화가 단톡방에 갈 뜻을 비쳤다.
4.동반시
아래의 불교 경구(警句)는 시를 고르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따온 것이다. 70의 從心에도 불경의 경구를 보면 옷깃을 여밀게 된다. 경구시를 쓰지 말라던 시인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라 그런 류의 시를 쓰지도 동반시로 올리지도 않는 편이다. 선생님은 특히 경구시를 즐겨 쓰는 류시화 시인을 콕 집어 말했다. 더불어 참여시와 사랑시도 말렸다. 옳은 말이어서 그것을 지키고 있다. 다만 내게는 철학시를 써볼 것을 권했다. 물론 철학시와 경구시는 비슷하지만 유념하고 조금만 옆으로 틀어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작년 말에 내려던 시집을 파투(토×)낸 뒤 전면 개정하여 완성하려고 주경야독(晝耕夜讀) 중이다. 두 손녀를 아침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고 점심 무렵 수영장을 다녀오고 오후에 데려온다. 어릴 적 바닷가에서 살아 몸이 기억하고 있어 처음 시작하는 사람보다 쉽지만 자세를 수정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이제 겨우 물이 무섭지 않은 단계에 들어섰다. 나이 들어 60년이 지나 새삼 도전한다고 마음잡으니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주말에는 도서관을 가고, 밤과 새벽 시간을 이용해 시(詩) 구슬을 꿰고 있다. 4집까지 유지하던 주제를 바꾸니 내용과 형식도 바뀐다. 역시 그런 만큼 여간 어렵지 않다. 어려우면서 즐겁다.
“사람에게는 스무 가지 어려움이 있다. 가난하고 궁해서는 보시하기 어렵고, 건장하고 귀해서는 도를 배우기 어려우며, 목숨을 버려 죽기를 기약하기는 어렵다. 색色과 욕심을 참기 어렵고, 좋은 것을 보고 구하지 않기 어려우며, 욕을 당하고 성내지 않기 어렵다. 권세를 가지고 뽐내지 않기 어렵고, 일에 부딪혀 무심하기 어렵다. 널리 배워 두루 연구하기 어렵고, 아만我慢을 버리기 어려우며, 무식한 사람을 가벼이 여기지 않기 어렵다. 마음을 평등하게 쓰기 어렵고, 남의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기 어렵다. 선지식을 만나기 어렵고, 자성自性을 보아 도를 배우기 어려우며, 사람을 따라 그대로 되어 구제하기 어렵고, 환경을 보고 움직이지 않기 어려우며, 방편을 잘 알기 어렵다.“ -『사십이장경』
가을이 춤을 춘다 / 서주석(박형채 추천)
어두운 풀섶
파란 옷 훌훌 벗어던지는 가을
그의 등줄기 타고 풀빛 음악이 흐른다
강변의 풀들이 일어나 가슴을 부벼댄다
귀뚜라미가 노래하기 시작한다
가을이 춤을 춘다 룸바*춤을 춘다
가을의 알몸 하늘거리고
근육과 핏줄위 율동 붉어진다
찌르르 찌르르 찌르르
나도 물이 올라 물가로 간다
가로등 불빛 수줍어 고개 돌리고
붉은 노을이 물에 잠긴다
수면 위에 떠오른 가을의 넥타이
귀뚜라미 빛이다
귀뚜라미가 웃는다 가을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룸바(Rumba)는 라틴 음악의 하나이다. 쿠바 원산의 댄스 리듬이다. 다만 쿠바에서 말하는 룸바와 쿠바 이외의 지역(미국, 유럽, 동양)에서 말하는 룸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쿠바에서 룸바라고 하는 것은 매우 원시적인 흑인계의 리듬으로서, 대부분이 아프리카 음악 그대로의 느낌이다. 구미에서의 룸바는 쿠바의 손이라고 하는 리듬을 변형하여 만든 사교댄스의 리듬이며, 1930년에 <땅콩 장수>가 히트한 것을 계기로 하여 약 10년간 세계의 무도장에서 유행하였다.
2023. 9. 25.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