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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청명산과 기흥호수공원을 돕니다(詩山會 제470회 산행)

청명산과 기흥호수공원을 돕니다(詩山會 제470회 산행)

때 : 2023. 10. 29.(일) 11시

곳 : 수인분당선 청명역 1번 출구

뒤풀이 : 기흥저수지집 닭볶음탕

 

1.시가 있는 산행의 아침

 

10월 / 오세영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歌客 백영규가 부른 ‘슬픈 계절에 만나요’라는 노래가 있다. 가수의 목소리는 특이하면서 아픈 슬픔이라는 울림의 감성이 깃들어 있어서 좋다. 귀뚜라미-로 시작한다. 올해의 가을은 지금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지나가고 있다. 주변 사람 중에 “시인아 왜 그 어려운 일을 하느냐”는 사람이 있다. 간혹 듣는 소리다. 내가 무슨 일을 하랴, 또 돈을 버랴. 아, 실컷 벌어봐서 그 재미는 이미 30년 전에 맛을 봤지만 재미는 무슨, 살다보면 벌어지는 게 돈이고 많이 벌어봤으므로 그 맛을 알기는 하지만 내게 그리 좋은 짓만은 아니었다. 버릴 때는 그보다 추잡한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또 집을 살 때 반을 보태줬을 만큼의 여유는 있으므로 그것을 아는 지인들은 뭐가 아쉬워서 두 손녀를 힘들게 봐주느냐고 힐난의 투로 말하는 사람이 꽤 있다. 나의 반문은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나의 삶에 더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삼성에 다니다가 ‘아빠 이러다가 제 명에 죽지 못하겠다’며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증권으로 옮긴 딸이 피임 실수로 둘째를 갖게 됐다. 작은딸 내외는 맞벌이를 하는데 남자는 군대를 다녀오는 통에 보통 여자는 일찍 직장 생활을 시작했으니 근무 기간이 길고 그만큼 직급도 올랐을 테고 당연히 급여도 많을 것이다. 그 급여가 소중하고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고 전업주부가 된 사람들을 많이 겪다보니 직장에 다닐 수 있다는 게 여간 소중한 일이 아니냐는 말이다. 대신 아빠와 엄마가 키워주지 않으면 기술이 있으므로 재택근무의 어려운 길을 선택하겠다는 협박(?)의 말을 돌려 말하지 않는다. 그럴 때 보면 꼭 다혈질의 나다. 임신했을 때 둘을 두고 직장에 다니기 어려우므로 중절하겠다는 맘에 없는 말도 했다. 별수 없이 약속을 했고 복직한지 한 달이 된다. 재활을 위해 매일 수영하고 있어서 역시 쉽지 않지만 약속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키우고 있다. 내외가 함께 키우지만 시간의 여유가 거의 없다.

 

이러면서 71회의 가을을 맞는다. 소중하지 않은 계절이 어디 있으랴만, 그 소중한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나처럼 육아의 걷는 사람이 흔하지 않다. 할 말 많지만 ‘晝耕夜讀, 그게 나쁘지 않다’로 맺는다.

 

2.산행기

시산회 469회 '북악산' 산행 사진"<2023.10.14.(토)> / 김종화

◈ 산행일/집결장소 : 2023년 10월 14일(토) /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3명 (세환, 진석, 진오, 형채, 윤환, 원무, 윤상, 용복, 전작, 일정, 광일, 근호, 황표)

◈ 산행코스 : 안국역-성균관대후문-와룡공원-와룡정-말바위옆-말바위안내소-숙정문-촛대바위-창의문옆-윤동주문학관-청운문학도서관-인왕산숲길-청운공원-가온다리-해맞이동산-통의시장-세종마을-뒤풀이장소-경복궁역-집

◈ 동반시 : '하루를 산다면' / 김원옥 <박형채 산우 추천>

◈ 뒤풀이 : 메밀낙지볶음 등에 메밀막걸리 / '활짝핀 매밀' <종로구 자하문로 38.(통의동) (02) 720-7766>

 

※ 동반시

'하루를 산다면' / 김원옥

 

떨어지는 눈물

은하수에 이른다면

 

은하수로 흘러흘러

너에게 간다면

 

너에게 이르러

별이 된다면

 

나 또 산산이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

 

파르르 먼지 하나

너에게 간다면

 

가서 쌓인 먼지

보석이 된다면

 

네 가슴에 숨어

천년을 산다면

 

너의 품에 안겨

하루를 잔다면

 

3.오르는 산

청명산에 오른 적은 없지만 청명역은 가본 적이 있다. 근호와 아파트 안전점검 차 휴먼시아 4차 아파트에서 하루 동안 일했는데, 참 잘 지어진 아파트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조용하게 지낼 곳을 찾는다면 이 아파트를 1순위에 두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 들어 가족을 위해 일하는 25년 동안 아파트를 짓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았으므로 아파트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높지는 않지만 가벼운 운동 및 산책하기에 좋은 190미터 청명산이 바로 옆에 있다. 단지가 청명역에 붙어있으니 선릉역까지 1시간이면 가므로 15년을 살았던 방학동 래미안아파트와 교통편에서 별 차이가 없다. 더구나 가격이 착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곳에 간다니 반가워서 얘기한다. 나도 5집을 내면 부지런히 참가하겠다.

 

광주동문체육대회에 가면서 기인이가 산에는 오지 않으면서 먼 이곳에는 온다고 하길래 입속에서 ‘그곳에 가면 매년 보고 싶은 도반이 있어 가네‘라는 말이 맴 돌았지만 그만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밝힌다. 19회 선배의 부인인데 서울에서 ’법과 등불‘이라는 불교 모임이 있다. 오래 다녔지만 나의 불교적 방향과 달라 헤어졌다. 그곳에서 만나 분 중에 반갑게 보는 분이 있다. 그분은 광주에 살면서 2주에 한 번 모이는 장소에 올라온다. 우연히 올리는 그 모임의 소식에 마음이 움직였다니, 나와는 보통 인연이 아니다. 또 한 분 역기 19회 최동욱 선배이다. 절에서 함께 고시공부를 했다. 그 인연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니 죽을 때까지 가지 않겠나!

 

4.동반시

종화가 간혹 시를 보내오기도 하지만 형채는 매번 보내온다. 그 중 길지 않고 동반시였던 적이 없는 걸로 고른다. 간혹 동반시였더라도 다시 낭송하면 좋을 시는 다시 선정하기도 한다. 여기 이 시에서 ‘당신’은 남편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시인은 단순하게 짓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아는 시인들은 절대로 주제의 언어를 쉽게 알아보게 짓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童詩가 되므로. 현존하는 80개 정도의 수사법이 있으며 거의 모든 시인은 수사법을 공부한다. 나도 시집을 낼 때마다 수사법 책을 읽고 선생이 낸 강의록을 본다. 5집을 내는 지금도 수차례 보고 있다. 시는 짓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쉽지 않다. 당연히 80개의 수수께끼가 숨어있으므로. 이번 시집의 주제로 ‘과학과 철학’으로 잡았지만 철학은 10년 넘게 공부하고 있으며, 과학은 4년을 공부하는데 역시 너무 어렵다. 그것을 시에 녹아들게 하려니 ‘시쳇말’로 머리에 쥐가 난다. 아직도 많은 시들을 놓고 꿰지 못하고 마무리를 망설이고 있으니 말이다.

 

해가 지면 생각나는 사람 / 김지은(박형채 추천)

모래가 바람에 흩어지고

바람에 꽃잎 떨어져도

마음과 마음 꼭 붙잡은 우리

한 톨의 씨앗으로

하늘과 땅에 맹세했지요

 

해지는 저녁이면

풀 뜯던 염소가 집으로 돌아오듯

땀 냄새 앞세워 등 굽은 아버지가

휘적휘적 집으로 돌아오듯

흩어진 식구들이 집으로 돌아오듯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돌아올 내 집은

당신입니다

 

2023. 10. 29.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이 모인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