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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 둘레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69회 산행)

 

 

 

 

 

 

 

 

 

 

북한산 둘레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69회 산행)

때 : 2023. 10. 14.(토) 10 : 30

곳 : 전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뒤풀이 : 삼청동수제비(별도 추천 환영)

 

1.산행일 아침의 시

 

거대한 뿌리 / 김수영

 

​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

 

어쩌다 셋이서 술을 마신다 둘은 한 발을 무릎 위에 얹고 도사리지 않는다 나는 어느새 남쪽식으로 도사리고 앉았다 그럴 때는 이 둘은 반드시 이북 친구들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앉음새를 고친다

 

8.15후에 김병욱이란 시인은 두 발을 뒤로 꼬고 언제나 일본여자처럼 앉아서 변론을 일삼았지만 그는 일본대학에 다니면서 4년 동안을 제철회사에서 노동을 한 강자다

 

​나는 이사벨 버드 비숍여사와 연애하고 있다 그녀는 1893년에 조선을 처음 방문한 영국 왕립지학협회 회원이다

 

그녀는 인경전의 종소리가 울리면 장안의 남자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갑자기 부녀자의 세계로화하는 극적인 서울을 보았다 이 아름다운 시간에는 남자로서 거리를 무단통행할 수 있는 것은 교군꾼, 내시, 외국인의 종놈, 관리들뿐이었다 그리고 심야에는 여자는 사라지고 남자가 다시 오입을 하러 활보하고 나선다고 이런 기이한 관습을 가진 나라를 세계 다른 곳에서는 본 일이 없다고 천하를 호령한 민비는 한번도 장안 외출을 하지 못 했다고......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의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패러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비숍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진보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씹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좆이다

 

은밀도 심오도 학국도 체면도 인습도 치안국으로 가라 동양척식회사, 일본영사관, 대한민국 관리,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졷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이 땅에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제3인도교의 물속에 박은 철근 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벌레의 숨털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괴기영화의 맘모스를 연상시키는 까치도 까마귀도 응접을 못하는 시커먼 가지를 가진 나도 감히 상상을 못하는 거대한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마음 같아서는 무얼 더 바랄 게 있다고, 이렇게 쓰고 싶은 대로 쓰며 살고 싶다만 도대체 대중성이 없으니 한편으로는 그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맘에 드는 시인의 시는 언제 봐도 좋다. 그의 사회주의적 진보주의가 좋다. 무작정 보수는 과연 보수가 무언지 제대로 고민해보고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과연 보수의 개념 및 의미를 제대로 알고서도 좋아할 수 있을 런지 궁금하다. 진보는 노무현의 진보에 대한 개념 정립만으로도 가야 할 길에 대한 갈등이 없어서 좋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468회 '왕송호수(旺松湖水)' 산책 사진"<2023.09.24.(일)> / 김종화

◈ 월일/집결 : 2023년 9월 24일(일) / 1호선 의왕역 2번 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4명 (갑무, 세환, 종화, 진석, 진오, 기인, 윤환, 종진, 동준, 일정, 문형, 광일, 양기, 황표)

◈ 산책코스 : 의왕역(2번출구)-철도박물관옆-왕송생태습지-왕송생태공원-의왕레일파크승차장-6각정(정자)-왕송생태공원-뒤풀이장소-왕송생태습지-철도박물관옆-의왕역(2번 출구)-집

◈ 동반시 : '가을이 춤을 춘다' / 서주석 (박형채 산우 추천)

◈ 뒤풀이 : '능이오리백숙'에 소·맥주 / '능이버섯백숙' < 의왕시 초평로 21. (031) 462-3625 >→ 일정 산우 협찬

 

2023년 9월 24일(일), 10시 30분, '시산회' 산우들과 의왕역에서 만나 '왕송호수(旺松湖水)'를 산책하였다. 어제가 추분(秋分)이라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 졌었고, 벌써 가을이 온 것만 같다. '왕송호수'는 경기도 의왕시 부곡동에 있으며, 1948년 1월에 조성된 저수지이다.

 

원래의 명칭은 '왕송저수지'였고, 여타 저수지들이 그렇듯 농업용으로 만들어졌으나 하류의 많은 지역들이 도시화되면서 지금은 관광지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호수 주변에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많은 시민들이 산책 또는 조깅 코스로 이용하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엔 '레일바이크'로 산책을 하는 가족들이 있다.

 

왕송호수공원에는 왕송호수의 제방을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도는 4.3km의 '레일바이크'가 시설되어 있다. 또한, 같은 선로를 공유하는 '호수열차'가 있는데, 이렇게 호수 전체를 레일이 둘러싸는 것은 전국 최초라 한다. 또한 짚라인인 '의왕스카이레일'이 있고, 기타 자연학습공원, 왕송생태습지, 왕송연꽃습지 등이 조성되어 있다.

 

뒤풀이는 친구가 사전조사를 하여 '왕송호수공원' 옆에 예약을 해 놓았다. 모처럼 능이오리백숙을 배부르게 먹었다. 산우들은 소화도 시킬 겸 왕송연꽃습지를 다시 한 번 탐방하고 의왕역의 근처 및 전철역에서 헤어졌다. 추석(秋夕)이 몇일 남지 않았는데,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빌면서...

 

※ 동반시

 

"가을이 춤을 춘다" / 서주석

 

어두운 풀섶

파란 옷 훌훌 벗어던지는 가을

그의 등줄기 타고 풀빛 음악이 흐른다

 

강변의 풀들이 일어나 가슴을 부벼댄다

귀뚜라미가 노래하기 시작한다

가을이 춤을 춘다 룸바춤을 춘다

 

가을의 알몸 하늘거리고

근육과 핏줄 위 율동 붉어진다

 

찌르르 찌르르 찌르르

나도 물이 올라 물가로 간다

 

가로등 불빛 수줍어 고개 돌리고

붉은 노을이 물에 잠긴다

 

수면 위에 떠오른 가을의 넥타이

귀뚜라미 빛이다

 

귀뚜라미가 웃는다 가을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2023. 9. 24. 김종화 올림

 

3.오르는 산

내가 산에 가지 못하는 이유를 든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기훈(棋訓)이 있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단어다. 요즘의 나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제는 바둑돌을 놔도 되는데 왜 망설이는지 답답함을 넘어 한심하다. 한 권의 시집을 내기에는 50~80편의 시가 필요하다. 나처럼 긴 시를 선호하는 경우 많아야 60편의 시가 필요하다. 그런데 100편이 넘는 시를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무리할 준비를 하지 않고 지금도 시론을 읽고 시상이 떠오르면 메모하고 있으니 내가 봐도 답답하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으니 명작을 내려는 욕심이 강해진 것도 아니데 누구 없을까, 답답한 화두를 풀어줄 산우 없을까. 새벽에 서재에서 눈 뜨면 책상머리에 앉으면 뭐라도 할 텐데, 이불 속에서 화두를 잡고 있는지, 저녁을 먹으면 바로 서재로 가면 좋을 텐데 새로 산 TV의 품질을 확인하려는 건지 늦게까지 거실에 앉아서 감탄하면서 보다 졸다를 널 뛰기하고 있다. 아무리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마무리해야 하는데 손녀들 육아를 쉬는 날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책을 빌려와서 읽고 있으니 이번에도 날짜에 맞춰 시집을 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인쇄소 일정에는 맞춰야 하므로 제대로 검토를 하지 못해 헐레벌떡하게 되면 무수한 오탈자가 나온다. 4번째 시집에서 된통 쓴 맛을 봤는데도 말이다. 참 내가 나를 모르겠다. 다른 일에는 너무 빠르게 맺고 끊어 자주 낭패를 보는데 시집을 낼 때는 내 안에 다른 내가 있을 것 같다.

 

얼른 시집의 퇴고를 마무리해야 산행에 참석할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많은 산우들이 나서서 시산회를 빛내주고 있으니 발기인 중 한 사람으로서 무척 고마운 일이다.

 

4.동반시

인간은 똑같은 사물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지속적으로 변하는 사실에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지난달에 겪었던 특정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의아해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는 알지 못한다.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인간은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환경의 지속적인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평형을 되찾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의 원리』

 

이 시를 살펴보면 일제 때라면 독립을 염원하는 애국시가 된다. 하여 여러 관점에서 해석 가능한 중의시(重義詩)는 자체로 훌륭하다고 한다. 지금이라면 검찰독재에서 벋어나 참다운 민주주의를 바라는 시로 볼 수도 있다는 거다. 나만 그런지 모르지만 광주가 연고인 우리들 중 518의 원흉 전두환 세력의 후신인 현 집권 세력(당명을 하도 자주 바꿔 헷갈려서 현재의 당명을 정확하게 모르겠고 다만 이회창의 차떼기당은 확실하게 기억한다)을 지지하는 늙은 광주인이 몹시 안타깝다. 이 정도로 해둔다. 제발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기 바란다.

 

하루를 산다면 / 김원옥(박형채 추천)

 

떨어지는 눈물

은하수에 이른다면

 

은하수로 흘러흘러

너에게 간다면

 

너에게 이르러

별이 된다면

 

나 또 산산이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

 

파르르 먼지 하나

너에게 간다면

 

가서 쌓인 먼지

보석이 된다면

 

네 가슴에 숨어

천년을 산다면

 

너의 품에 안겨

하루를 잔다면

 

2023. 10. 13.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