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록

수리산 둘레길로 모십니다((詩山會 제483회 산행)

 

 

 

 

 

 

 

 

 

 

 

 

수리산 둘레길로 모십니다((詩山會 제483회 산행)

때 : 2024. 4. 28.(일) 11: 00

곳 : 4호선 수리산역 3번 출구

 

1.산행 아침의 시

 

사랑하기 좋은 날 / 김춘경

 

오늘은

눈부시게 하늘이 아름다워

흐르는 강물 위에 반짝이는 햇살만큼

빛나는 우리들만의 언어로

서로를 수놓고 싶은 날

 

오늘은

유별나게 바람이 따스해

꽃향기 흐드러지게 뒹구는 봄뜨락에서

화사한 우리들만의 미소로

서로를 보듬고 싶은 날

 

오늘은

그리움이 작정 없이 밀려와

하염없이 놓인 철길 따라 멀리멀리

행복한 우리들만의 걸음으로

서로를 향하고 싶은 날

 

오늘은

사랑하기 좋은 날

오늘은 그대를

후회 없이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 날

 

잔인한 달일수록 사랑의 노래는 더욱 애달프다. 이런 사랑시를 마음대로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를 배울 때, 사랑시와 참여시, 경구시를 절제하여 함부로 쓰지 말라는 선생님의 당부가 있었다. 그 말씀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 선생님은 내게 철학시를 써보라고 했고 경구시에 다가가지 않도록 조심하여 쓰고 있으나 만족하지 않고 있다.

 

2.산행기

시산회 482회 북악산둘레길 트레킹2024.04.13.()/ 정일정

산행월일/집결 : 2024413() /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10:30)

산행코스 : 안국역-감사원 앞길-삼청공원 관리사무소-삼청안내소-북촌 일대 및 재동  백송-뒤풀이장소-안국역

참석자 : 10(진석 문형 정남 광일 일정 종진 윤상 용복 형채 양기)

동반시 : "우리의 사랑은" / 임완숙( 박형채 낭독)

뒤풀이 : 특곰탕에 소·맥주 및 막걸리 / '북촌진곰탕' <서울 종로구 북촌로 137-2 (02)735-3533>

 

아침부터 심상치 않은 날씨였지만 짙은 라일락향기를 맡으면서 도보로 이동하며 모처럼 북촌을 돌아보는 의미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으로 안국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하여 감사원 앞을 지나고 관리사무소 인근에서 쉬었다가 북촌 일대거리를 수많은 외국인과 함께 구경하며 유명한 재동 백송나무 앞을 지나 북촌진곰탕에서 뒤풀이로 마감하였다그러나 본품보다 먼저 나온 파전에 실망, 대 실망, 양도 작고 맛도 엉망, 무엇보다 질도 엉망, 파전에 파가 없고 해물도 없다. 그러나 할머니의 대답은 양보다 더욱 질로 승부한다고 했으니 입이라도 닫고 있으면 덜 밉지. 외국인들이 와서 먹을까 두렵다. 국격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본품 역시 별로 더 말할 가치도 없다.

 

날씨가 일찍 덥기 시작해 쉬어가며 동반시도 낭송하고 가자는 의견에 자리잡은 곳이 하필이면 관리사무소 감시카메라 아래라서 관리소 직원의 카메라 없는 곳으로 가서 쉬라는 제재를 받고 자리를 옮기는 수모(?)를 겪었다. 오늘을 기회로 국립공원 내에서는 음주 역사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그 자리에서 동반시 낭송은 뒤로 미루고 문형이가 MBC라디오 공모전에 재작년 졸업50주년 경주 포항 울산수학여행을 다녀온 '반백년 청춘여행기'를 작성 응모하여 3,000여편 중 50위 이내 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한다. 여기 482회 산행기에 넣으려고 문형에게 요청해 두었는데 결과 발표 후에 보내주기로 하여 추후 수정 작업으로 정리할 포함할 예정이다.

 

우리의 사랑은 / 임완숙

 

화사한 봄 벚꽃은

눈처럼 쏟아지고

몰 고인 논 웅덩이 속 개구리

폴짝 뛰어오르는

우리들의 세상을

사랑하는 이여

덧없다 하지 말아요

우리의 사랑 하릴없다 말하지 말아요

 

우리는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작고 여린 꽃잎이에요

맑은 눈가에 맺히는 영롱한 이슬

고웁게 엮고 또 엮어

세상의 번뇌 뜨거운 슬픔

서늘히 식힐 수 있다면

 

투명한 햇살 같은

우리의 사랑

세상을 일으켜 세우는 솟대인 걸요

솟대 위에 펄럭이는 영겁의 시간이에요

 

서로를 사랑하는

이 찰라 속에

영원을 사는 비밀의 열쇠 숨어 있어요

 

오오 사랑하는 이여

우리의 사랑을

속절없다 슬퍼하지 말아요

기약할 수 없는 우리의 사랑

서러움에 목이 메일지라도

 

는 매화꽃이 만개한 마을에서 화사한 꽃을 통해 봄을 감지하는 모습을, 산문 형식으로 짧으면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아마도 시인은 화사한 봄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 매화가 가득한 마을을 찾아가서 활짝 핀 매화꽃을 천천히 감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청매화의 하얀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뛰놀고, 매화 향기는 은은하게 코끝으로 전해 오는데 저쪽에 단아하게 봄옷을 걸쳤으나 어쩐지 슬퍼 보이는 여인의 손거울 속으로 봄빛이 스미고 있다는 표현은 시인의 풍부한 감성이 잘 드러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시평 : 김정남)

정일정 올림

 

3.오르는 산

4-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블랙 푸트),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체로키), 잎사귀가 인사하는 달(오글라라 라코타)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4월을 위와 같이 부른다. 평화롭게 사는 원주민을 쫓아내고 세운 나라가 오늘의 미국이다.

 

T. S. 엘리어트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 불렀다. 시인이 4월은 잔인하다고 말한 것은 겨울이 봄보다 더 좋았다는 얘기다. 즉 겨울이 눈으로 세상의 고통과 더러움을 잊게 해주고 비축한 식량으로 조용히 연명할 수 있었는데, 봄은 세상을 시끄럽게하고 욕망으로 혼란스럽게 한다는 역설이다. 푹 쉬고 있는 뿌리를 깨어 잎과 꽃을 피우게 재촉한다는 지적이다.

 

우리에게 4월은 10년 전에 진도 맹골수도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달이다. 현 유석열 정권은 보수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자신을 보수라 주장한다. 目不忍見, 耳不忍聽 눈 뜨고는 못 보겠고 귀를 열고는 듣지 못하겠다. 논쟁의 가치도 없도 실익도 없다 할 것이다.

 

4.동반시

곡우( ) 24절기 중 하나이자 6번째 절기에 속하며 철에 존재하는 마지막 절기이다. 매년 420을 기준으로 하며 청명(淸明) 다음으로 15일 이후에 나오게 된다. 봄비가 내려서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곡우라는 이름은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라는 뜻으로 봄철을 맞이하여 새싹과 새순이 돋아나고 영농기를 맞이하여 곡물재배가 성한 시기인 봄철을 맞아 농촌에서 농사시기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절기이자 봄비가 내려서 곡식이 윤택해 진다는 뜻도 있다.

농촌에서는 곡우가 되면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깔게 되는데 부정을 탔거나 액운이 끼어있는 사람은 볍씨를 볼 수 없도록 가마니를 덮어둔다는 정설이 있다.

() 중에서 이 곡우 전에 찻잎을 따서 만든 차를 우전차라고 부르는데, 곡우 이후에 딴 차(이를 우후차라고 부른다)에 비해 더 품질이 좋다고 평가를 받는다.


또 이 무렵이 되면 북한에서 살찐 숭어들과 물고기떼가 산란기를 맞아서 용흥강으로 올라오는데, 이때 사람들이 생선들을 잡아서 회, , 찌개 등으로 요리한 다음, 잔치를 열어서 술을 마시며 하루를 즐겼다고 한다. 이때 물고기가 오르는 조만(早晩)을 보고 그 해 절기의 이르고 늦은 것을 예측했다.

그리고 이 날이면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많이 잡히고 이 조기를 곡우사리라고 한다. 아직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 곡우사리 조기를 가장 으뜸으로 쳤다고 한다.

 

곡우 / 이석구

 

한눈에 들어오는 창문 밖 살구나무

저 살구나무 아래로 놀러가 연애하자

꽃들이 자꾸 피어서

다닥다닥 붙어서

 

새끼손가락만 한 가지를 덮어주어

만개한 꽃송이들 구름처럼 번진 의자

가볍게 신발을 벗고

백 년 동안 앉아보자

 

굵은 빗방울이 멈춘

푸른 그늘 저만치로

봄날이 가기 전에 애인을 기다리자

허공의 꽃 진 자리마다

풋살구가 열린다

 

2024. 4. 28.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