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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인왕산 둘레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92회 산행)

 

 

 

인왕산 둘레길을 걷습니다(詩山會 492회 산행)

: 2024. 9. 14.() 10

: 독립문역 2번 출구

코스/예정 : 독립문역 2번 출구 무악현대아파트 사직공원 황학정활터 종로도서관 배화여고 - 어수지락

뒤풀이 : 경복궁역 2번 출구 생선구이집 어수지락

 

1.산행일 아침에 읽는 시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 / 페마 초드론* 제목(도봉 지음)

 

어둑새벽마다 다가오는 옛 기억은 결코 달콤하지 않아 쫓으려하면 할수록 더 붙는 진드기마냥 새벽을 잡아두어 동살*을 끼고 도는 아침을 미룬다

 

하늘이 잔뜩 찌푸린 날의 아침 문을 열면 다가오는 혜덕암 삼층탑 옆에 간혹 저녁에 하나씩 쌓은 작은 돌탑이 간밤에 무너지지 않았는지 가슴 졸인다 지난여름 태풍도 견뎠는데 뜬금없이 걱정한다 결코 무너질 리 없는데

 

명상센터에 올 때마다 머리로 다가가지 말고 가슴에서 가슴으로 시간을 되새김질하자고 다짐했건만 회한의 상념은 머리 풀고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煙氣를 닮아 이내 메두사의 아홉 머리가 되어 갔다

 

시간을 되새김질하듯 천려일실千慮一失 만실일득萬失一得이 번갈아 일어나며

허우적거렸던 15년 전 삶은 질척거렸으며 많은 형용사들이 밤을 괴롭히며 태웠다

 

시가 내게로 왔다 바닥을 치고 삶이 피폐해버려 아깝지 않고 죽어도 아쉽지 않았으며 두려움 없이 맞섰다 하루 12알에서 16알의 진통제를, 시를 죽음의 선물로 받아들였다 그것으로 오늘까지 살아있다 통증으로는 죽지 않듯이

 

죽음은 삶의 끝에서 일어나는 어떤 특정한 사건이 아니다 아무리 저항하려 해도 끝남은 매 순간 일어나고 있다 한 번의 호흡에도, 오늘 하루에도, 우리가 맺고 살아가는 인간관계도 모두 끝이 있다 언젠가는 우리의 삶도 끝이 난다 하지만 끝남에는 새로운 시작이 있다 그 시작의 문을 여는 열쇠를 찾는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 100인에 이름 올린 페마 초드론은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How We Live Is How We Die)에서 티베트 사자(死者)의 서의 바르도(bardo, 중음: 죽음과 환생 사이)를 주제로 끝남과 시작이 계속되는 삶의 흐름을 대하며, 무엇보다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을 함께 배워보고, 삶의 태도로 죽음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동살 : 해돋이 바로 전 여명이 드는 때를 흔히 동트는 새벽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때 동쪽에서 푸르스름하게 비치는 빛줄기를 동살이라 한다. 동살은 직사광선이 아니고 해가 떠오르기 전에 비치는 반사 빛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동살이 비치기 시작하는 것을 동살 잡히다라고 한다.

 

2.산행기

시산회'(詩山會) 491'청계산'(원터골) 산행2024.08.25.()

2024825() 11, '시산회'(詩山會) 산우들은 청계산입구역(2번 출구)에서 만나 '청계산'을 산행하였다. 지난 7월 하순경(7/27) 이맘때에도 왔었던 산행 코스이기도 하다예보된 날씨이지만, 32무더위(폭염) 이다.

 

산우들중 일부 산우들은 원터골 쉼터(정자)까지 갔으면 하는 의욕이지만대부분은 청계산(원터골)의 산행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가고 싶어했다. 원터골 쉼터에서 지난번에도 그렇게 했지만, 술을 한 잔씩 마시며 동반한 '우리의 사랑'(김영재 시) 도봉(道峰) 산우인 정남이가 정한 산우를 그리며 낭송하였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에 살았던 '시산회'(詩山會산우 정한의 永眠소식은 작년(2023) 1026() 있었다. 정한 친구는 저세상으로 먼저 간 것에 대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산우들도 안타까움을 얘기했다. ()처럼 정한 친구는 우리들 마음속에 잠들지 않고 살아 있다. 정남 산우는 20년 후면 정한이를 만나지 않겠는가?를 읊는다.

 

산우들은 원터골 계곡에서 잠시 동안 족욕을 하고, 뒤풀이 시간에 맞춰 신원동 굴다리쪽으로 하산을 하였다. 뒤풀이 장소는 '봉평막국수' 식당이다점심때라 메밀국수를 먹기 전에 메밀전에 소·맥주(막걸리)를 한잔씩 마셨다. 사실 가성비가 제로에 가까웠으므로 그리고 조금 절대 음주량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회장님을 설득하여 청계산입구역 근처 통닭집에서 생맥주로 배를 채웠다다음 산행은 492회로 914() '인왕산'(또는 '북악산')이다. 모두 무더위(폭염)에 건강하시길 기원하면서.  

 

월일/집결 : 2024825() /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2번 출구 (11)

참석 : 10(정남, 종화, 진석, 진오, 경식, 윤상, 일정, 문형, 광일, 황표)산행코스 : 청계산입구역(2번 출구)-미륵당(석불입상)-원터골굴다리-청계산등산안내도-길마재쉼터-동반시낭송-원터골 산책길-보호수-신원동-뒤풀이장소-청계산입구역(2번 출구)-

동반시 : '우리의 사랑' / 김영재 (박형채 산우 추천)

뒤풀이 : '막국수'에 소·맥주(막걸리) / '봉평막국수' <서초구 신원동, 청계산등산로 입구 (02) 295-9633>

 

청계산입구역(1번 출구 근처) 통닭집('가마치'서울청계산점)에서 생맥주 한 잔씩을 추가함.

 

동반시 :

 

'우리의 사랑' / 김영재 (김정남 산우 낭송)

 

이젠 잠들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사랑

다시 물로 만나

나는 너에게로

너는 나에게로

하나가 되나니

저 작은 풀씨조차

떨어져 누운 자리 지키며

얼었던 땅을 뚫고

잎을 피우나니

바람과 추위가 얼리고 간 사랑

사람들은 돌아서서 불빛 속으로 떠나고

우리의 사랑 얼음으로 남아

긴 밤을 떨고 있었나니

너와 나의 가슴에 얼지 못한 피

목마른 그리움,

이젠 잠들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사랑

다시 물이 되어

나는 너에게로

너는 나에게로

김종화 올림

 

3.오르는 산

추석이 가까워서 회장님이 가깝고 낮은 산으로 골랐다. 더구나 뒤풀이 음식으로 가성비가 뛰어나기도 하다. 젊었을 적 자주 오른 산이다. 최근에 낮으면서 접근하기 쉬운 산을 고르다 보니 최근에 자주 올랐다. 전에는 주로 경복궁역에서 자하문 방향 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 오른 적이 많았다. 이번에는 2번 출구 - 무악현대아파트 - 사직공원 황학정 활터 배화여고 어수지락 코스가 될 것 같다. 무음주 산행을 하자고 하니 아이스커피를 준비하면 좋을 듯하다.

 

4.동반시

 

내가 계절이다 / 백무산(박형채 추천)

 

여름이 가고 계절이 바뀌면

숲에 사는 것들 모두 몸을 바꾼다

잎을 떨구고 털을 갈고 색깔을 새로 입힌다

새들도 개구리들도 뱀들도 모두 카멜레온이 된다

흙빛으로 가랑잎 색깔로 자신을 감춘다

 

나도 머리가 희어진다

나이도 천천히 묽어진다

먼지에도 숨을 수 있도록

바람에도 나를 감출 수 있도록

 

그러나 이것은 위장이다

내가 나를 위장할 뿐이다

나는 언제나 고요 속에 온전히 있다

봄을 기다리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고 죽는 건 가죽과 빛깔이다

 

나는 계절 따라 생멸하지 않는다

내가 계절이다

 

늙지 마라

어둠도 태어난다

 

2024. 9. 14.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