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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대공원으로 산보갑니다(詩山會 제495회 산행)

 

 

 

대공원으로 산보갑니다(詩山會 495회 산행)

: 2024. 10. 12() 1030

: 전철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

 

1.시로 시작하는 산행일의 아침

 

편지 / 한강

그동안 아픈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꽃 피고 지는 길

그 길을 떠나

겨울 한번 보내기가 이리 힘들어

때 아닌 삼월 봄눈 퍼붓습니다

겨우내내 지나온 열 끓는 세월

 

얼어붙은 밤과 낮을 지나며

한 평 아랫목의 눈물겨움

잊지 못할 겁니다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다고 멈추고 만다고··· 천지에, 퍼붓는 이··· 폭설이, 보이지 않아? 휘어져 부러지는 솔가지들,··· 퇴색한 저 암록빛이, , , 바람가운데, 기댈 벽 하나 없는 가운데, 아아··· 나아갈 길조차 묻혀버린 곳, 이곳 말이야···

그래 지낼 만하신지 아직도 삶은

또아리튼 협곡인지 당신의 노래는

아직도 허물리는 곤두박질인지

당신을 보고난 밤이면 새도록 등이 시려워

가슴 타는 꿈 속에

어둠은 빛이 되고

부셔 눈 못 뜰 빛이 되고

흉몽처럼 눈 멀어 서리치던 새벽

 

동 트는 창문빛까지 아팠었지요.

 

··· ··· ···어째서··· 마지막 희망은 잘리지 않는 건가 지리멸렬한 믿음 지리멸렬한 희망 계속되는 호흡 무기력한, 무기력한 구토와 삶, 오오, 젠장할 삶

악물린 입술

푸른 인광 뿜던 눈에 지금쯤은

달디 단 물들이 고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세상 더 산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이었을까··· 잃을 사랑조차 없었던 날들을 지나 여기까지, 눈물도 눈물겨움도 없는 날들 파도와 함께 쓸려가지 못한 목숨, 목숨들 뻘밭에 뒹굴고

당신 없이도 천지에 봄이 왔습니다

눈 그친 이곳에 바람이 붑니다

더운 바람이,

몰아쳐도 이제는 춥지 않은 바람이 분말같은 햇살을 몰고 옵니다

이 길을 기억하십니까

꽃 피고 지는 길

다시 그 길입니다

바로 그 길입니다

 

연세대학교는 한강이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2년 연세춘추 주관 연세문학상을 받은 시 편지의 전문도 공개했다. 연세대학교는 현대사의 비극 속 따뜻한 사랑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번 수상을 기념하며 한강 작가의 문학적 여정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는 글을 덧붙였다.

 

2.산행기

시산회'(詩山會) 493'북악산'(삼천공원) 산행기 2024.09.22.()/김종화

2024922() 11, '시산회'(詩山會) 산우들은 안국역 2번 출구에서 집결, 북악산 삼청공원을 함께 걸었다북악산은 청와대 뒤쪽의 산으로, 1968년 무장공비 침투사건(1·21 사태) 이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그 후 청와대의 뒤편 북악산의 북측구간이 52년 만에 게방되었고, 북악산 전면의 개방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 중의 하나였으며, 문 대통령은 '청와대는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공약을 한 바가 있었다.

 

북악산 개방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북안산, 인왕산을 전면 개방해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이번 북쪽을 개방한데 이어 2022년 상반기에는 북악산 남쪽측면도 개방될 예정이라고 하였으며, 현재 청와대는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되어 북악산 산책길은 많은 개방이 되었다.

 

오늘의 북악산 산책은 안국역에서 통일부(남북관리단)-성균관대(후문)-와룡공원(와룡정)-서울한양도성길을 거쳐서 말바위 전망대에 올랐다. 산우들은 준비해 온 떡, 과일, 한과 등 간식에 약주(막걸리 등)를 한 잔 마시고, 윤환이는 동반시('가을이 춤을 춘다'/서주석 시인)를 낭송하였다. 하산은 삼청공원 쪽을 선택, 청와대 옆을 거쳐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였다.

 

뒤풀이는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 근처 '어수지락'(魚水之樂) 식당에서 하였다. 신선도 좋은 생선을 매일매일 잡아 제공하고 있었으며, 모든 반찬을 매일 정성껏 제공하고 있었다조기, 삼치, 갈치, 임연수, 고등어를 화덕불꽃 모듬구이로 소·맥주를 맛있게 마시고, 돌솥밥으로 배를 채웠다. 산우들 모두가 항상 건강관리 잘 하시길 빈다.

 

산행일/집결 : 2024922() / 3호선 안국역 2번출구 (11)

참석자 : 15<갑무, 세환, 정남, 종화, 진석, 재홍, 윤환, 경식, 윤상, 재웅, 종진, 용복, 동준, 일정 및 문형(뒤풀이)>

산행코스 : 안국역-성균관대후문-와룡공원-와룡정-말바위전망대-삼청공원길-유아숲체험장-삼청동수제비-청와대옆길(춘추문)-청와대(정문)-무궁화동산-통의시장-세종마을-뒤풀이장소-경복궁역-
동반시 : '가을이 춤을 춘다' / 서주석 (박형채 산우 추천)

뒤풀이 : 생선 '모듬구이셋트'에 소·맥주 / '魚水之樂' 식당<종로구 자하문로 41-1.(통인동) (02) 720-9201>

 

동반시

 

'가을이 춤을 춘다' / 서주석 (위윤환 산우 낭송)

 

어두운 풀섶

파란 옷 훌훌 벗어던지는 가을...

귀뚜라미가 노래하기 시작한다

가을이 춤을 춘다 룸바춤을 춘다

 

찌르르 찌르르 찌르르...

수면위에 떠오른 가을의 넥타이

귀뚜라미 빛이다

귀뚜라미가 웃는다

가을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김종화 올림

 

 

3.오르는 산

너무나 기분 좋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다. 보고 듣고 먹지 않아도 즐겁고 배부른 날이 이어지고 있으니 내 생에 이런 일을 볼 수 있다니 행운 중 행운이라고 할 수밖에, 당연히 술도 맛날 것이다.

 

4.동반시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눈물짓듯 화안히 웃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위로받아 다시 세상일에 뛰어들 용기가 생길 것이다.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춰주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면 세상 살 맛 날 것이다. 우리들은 그런 사람을 갖고 싶어 한다. 자기만을 온전히 생각해주는 사람이 하나 쯤 곁에 있기를 바란다. 만일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없다면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주면 된다. 사랑하는 별을 하나 가슴에 품고 부르면 달려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주면 된다. 사랑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받고 싶으면 주라는 말, 진리다. <수필가 박모니카>

 

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2024. 10. 12.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