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시적 비유와 표현력이 넘실대는 한 편의 아름다운 항해 속에서도 끊임없이 사유의 지혜를 전수하고자 하는 차가운 열정이 번뜩이오
ㅡ잘 가시오
ㅡ언제 다시 만나려나
ㅡ시간은 흐르지 않소
ㅡ과거는 기억에서 남소
ㅡ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소
ㅡ현재만 존재할 뿐
ㅡ존재를 의심하오
ㅡ지구는 동그랗소
ㅡ우리는 지구를 벗어날 수 없소 죽으면 모를까
ㅡ윤회를 믿소
ㅡ그런 거 없소
철학자가 가다 돌아서서
ㅡ강물처럼 흐르는 감성을 유지한다면 시간은 시인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다오 부디 영원하시오
시인은 혼잣말로
ㅡ나의 시간과 그대의 시간은 다르오
서로 말없이 멀어져간다
*카일라스 : 티베트 어로 강 린포체. 티베트 불교는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으로 부른다. 힌두교, 뵌교, 불교 모두 성스럽게 여긴다. 다만 불교의 수미산 설을 부정하는 이론이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의 대표작. 시인으로서 또는 철학자로서의 결정적 작품. 철학은 형이상학이고 시학은 인문학이다. 니체가 10대부터 말년까지 시를 적은 시인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을 별로 없는 것 같다. 니체 전집 제20권에는 소년 시절부터 말년까지 지은 시들이 모두 들어있다. 어쩌면 철학과 시의 궤도는 차라투스트라에서 가장 근접했었는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둘의 만남이 성사되었다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ㅡ 도봉의 시집 ‘무호흡증후군’에 실린 시다. 쉽지 않다. 나도 왜 썼는지 이런 시가 내게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른다.
2024년 9월 14일(토) 10시, '시산회' 산우들은 독립문역에서 만나 '인왕산둘레길'을 산책하였다. 인왕산엔 다양한 길이 있다. 사직동, 무악동, 수성동, 부암동 등에서 시작하는 등산로와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걷는 성곽길, 산 중턱 자동차 도로를 따라 걷는 자락길, 그 아래 숲 사이로 난 둘레길인 인왕산 숲길 등이 있다.
독립문역에 조금 빠르게 도착하여 '인왕산둘레길'은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 인왕산쪽으로 갔다. 해골바위로 올라가서 인왕산 정상으로 산행할 수도 있었지만, 안전한 산행 방안으로 인왕산둘레길과 건강 산책길을 산책하였다
체육공원이 산행지의 맨 웃자락이어서 전작이 시를 낭송했습니다. 회장님이 가져온 복숭아에 넋이 빠져 가져온 한과를 잊어버려 집에 오니 뭉개져서 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그지없고 수성동계곡의 이름 없는 정자에서 잠시 쉬다가 현판이 없어서 無名亭이라고 붙이자고 했더니 황표가 그보다 詩山亭이라고 이름 붙여서 모두 동의, 황표의 혜안에 박수. 아마 안평대군이 붙여놓은 이름을 세조 일당이 안평을 죽이면서 현판까지 뗐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안평대군이 누굽니까! 세종의 아들로 글씨는 神筆이라고 했답니다. 절경에 마음이 아프고 절로 시흥이 올라 형채가 보내준 복효근의 '어깨가 좁아서'를 낭송하고 말았습니다. 그날의 동반시는 두 개입니다. 계곡 쪽으로 내려오니 겸재의 산수화 ‘水聲洞’이 보여 사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산수화에 나온 돌다리가 지금까지 남아 수성동계곡에서 겸재의 그당시 그림과오늘의 풍경을 서로 맞춰본 경식 산우가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라고 노래 불렀습니다. 언제 인터넷을 찿아봤는지 겸재鄭敾은 광주정씨라네 고려말부터 광주목에 거주한 선비집안 이었다네.....라고 보냈습니다. 감사.
윤동주하숙집을 지나 박노수미술관에 들렀는데 사진 촬영금지, 감색이 많이 들어간 수묵채색화가 인상 깊었습니다. 도봉은 이때쯤 되면 손가락이 아프기 시작하여 손쓰는 일을 하기 싫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관람을 포기하고 밖의 정원을 구경하였습니다. 큰길은 버스가 다녀 작은 길로 오다 큰길과 마주치는 곳에서 참여연대본부가 보여 한참 쳐다봤습니다. 오늘의 민주화에 큰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이윽고 만난 오늘의 생선구이는 5가지 갈치, 고등어, 참치, 이면수 등은 맛이 깊어선지 바로 동이 나서 술은 아쉽게 더 마시지 못했습니다. 회장님은 술을 더 시켜준다고 래서 오징어숙회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역시 맛집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은 경식이가 진한 커피를 베풀었습니다. 거기서 종진의 율곡과 퇴계에 대한 담론은 역시 보물급, 그냥 듣기만 해도 좋았고, 더불어 전봉준 이야기는 감동의 깊이를 더해서 교양까지 얻었으니 근래 최고의 산행이었습니다.
2024. 9. 14. 도봉 올림
3. 오르는 산
올해는 북악산을 여러 차례 오르지만 나쁘지 않다. 어차피 오를 수 있는 산의 종류는 한정된다. 14명의 산우가 참석한다니 고마운 일. 493회를 이어온 것은 이러한 열정의 힘이 이룬 것이다.